2
부산메디클럽

강필희의 '사람&세상' <1> ‘여성 정치인의 무덤’ 부울경…21대 총선엔 오명 씻어낼까

논설위원이 여는 페이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9 19:48:1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한국 여성 대통령 탄생했지만
- 女 국회의원 비율 IPU 118위
- 부울경, 예비후보 女 비율 낮아
- 20대 6.3%… 21대 23.7% 그쳐

- 지역 정치권, 인물 없다지만
- ‘공천=당선’인 곳 여성에 안줘
-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 배출 수
- 부울경 4번 vs 서울·경기 67번
- 자질 아닌 정당의 성편향 확인

올 11월 제4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항마가 될 민주당 후보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유력 남성 후보를 모두 제치고 엘리자베스 워런과 에이미 클로버샤라는 두 여성에게 지지를 선언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나 피트 부티지지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진 못하고 있지만, 미국 여성 정치인의 달라진 위상을 엿보게 하는 장면임은 분명하다. 얼마 전 그리스에서는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핀란드에서는 34세 여성 총리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한중일 동양 3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여성 정치인의 저변이 넓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국제의원연맹(IPU) 193개 회원국 중에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 순위는 한국이 20대 기준(17%) 118위다. 스웨덴(46.1%) 노르웨이(41.4%) 네덜란드(36%)에 비하면 반토막이고 미국(19.6%)도 우리보다 높다. 부울경 상황은 더 열악하다.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된 지 72년이 지났지만 부산에서는 여성 국회의원 배출이 지역구는 4번(중복 당선 포함)에 불과하고, 울산과 경남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21대 총선에서도 ‘여성 정치인의 무덤’이란 오명이 재연될까 아니면 변화의 바람이 불까.
   
오는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지역 5개 여성단체가 부산시의회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나서는 여성이 없다?

4·15 총선을 두달 가까이 앞둔 19일 현재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40개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모두 375명이다. 이중에서 여성은 부산 46명 울산 8명 경남 35명 등 총 89명으로, 예비후보의 여성 비율이 23.7%에 그친다. 여성 예비후보 전국 비율이 30% 가까이 되는데 비하면 낮다. 여야가 약속한 여성 국회의원 30%를 실현하려면 이 지역은 여성 후보를 모두 공천해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엘리트층에 포진한 여성 인력이 지역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맞죠. 민간기업을 조사해도 과장급 이상 고위직 여성 비율이 낮게 나와요. 인력 풀 자체가 좁은 건 사실입니다.”(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

하지만 앞서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부울경 전체 예비후보 204명 가운데 여성은 13명으로 6.3%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에는 개정 선거법에 따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덕분에 정당이 난립하고 성별 구분 없이 예비후보도 어느 때보다 많은 영향이 없진 않다. 그러나 여성 예비후보 비율이 5~6%대에 머물던 예년에 비하면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확실히 높아졌고 당선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도 뜨겁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언론인 의료인 대학교수 사회단체인 정당인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부울경이라고 왜 사람이 없겠습니까. 남자들이 경쟁자가 될 만한 여자는 공천하지 않으니까 그렇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는 여성에게 절대 안 주잖아요.” (익명 요청한 지역 대학 교수)
   
■될만한 곳은 여성에게 안줘

부울경에 여성 국회의원이 없는 이유에 대해선 분석이 비슷하다. ‘국회의원급에 노미네이트될 만한 사람이 없다’, ‘여성의 경쟁력을 낮게 보는 보수적인 성향 탓에 정당이 공천을 꺼린다’ 등이다. 결국 여성의 자질, 유권자의 성향, 정당의 문제로 압축된다.

“안 될 거니까 공천 안준다 그건 정당을 쥐고 있는 남성의 논리입니다. 당선이 될 만한 곳에 여성을 공천하면 왜 안되겠습니까. 최근 지역구에서 여성 의원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 경기를 보십시요.”(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

20대 국회까지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한 횟수는 총 295번(중복 당선 포함)이다. 이중 지역구는 97번이다. 서울에서 45번, 경기에서 22번 여성이 당선됐다.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의 69%가 서울과 경기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17개 특별시·도 중에서 울산 경남 인천 대전 충북 제주 세종 등 7곳에서는 여성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적이 한번도 없다. 영남 호남 충청 등 전통적인 1당 독점 지역에선 여성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지역에선 공천이 곧 당선입니다. 그러니 여성을 공천할 리 없죠. 반면 서울이나 경기는 여러 정당이 경합하는 곳이라 여성에게도 기회가 주어진 겁니다. 결국 국회의원의 성편향은 여성의 자질이나 유권자의 성향이 아니라 정당 때문인 거죠.”(김은주 소장)

■21대는 달라질까

지난 2000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법이 개정됐다.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공천할 때 여성을 30%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생겼다. 이른바 여성할당제다. 2005년에는 공직선거법에 비례대표의 50% 이상, 지역구는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각 정당은 이에 맞춰 당헌당규를 바꿨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의 경우 60% 이상, 지역구는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고 가산점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구 자유한국당도 비례대표는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했다. 지역구는 별도 항목이 없으나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게 했다. 실제로 여성할당제 적용 전인 16대 땐 5.9%에 그쳤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7대 땐 13%로 뛰었고 20대엔 17%까지 높아졌다. 강제 할당의 힘이다. 문제는 관련법 규정이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당의 당헌당규도 지켜지지 않는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영 교수는 ‘왜 여성 정치인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본 기업의 사례를 들었다. 이온이라는 유통업체는 원래 일본 내 점유율 3위에 그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소비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여성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작년 신입사원은 58%가 여성이었다. 그 결과 다이에와 세이유라는 1, 2위 기업을 제치고 지금은 일본 유통업계 전체를 접수했다.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여성을 단순히 대상화하면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김영 교수)

“대한민국에서 소금의 역할은 여성이 맡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다양성을 담아내는 정치권의 변화가 정말 필요합니다.”(차재권 교수)

   
견고하던 부울경의 정치지형이 20대 때부터 깨졌다. 그 빈틈이 과연 여성 국회의원을 허용할 것인가. 650만 유권자의 선택이 곧 시작된다.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4. 4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0. 10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3. 3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4. 4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5. 5[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6. 6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7. 7"김혜경, 세계적인 골프선수와 황제골프?" 주진우 국감서 공개 예고
  8. 8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9. 9北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지뢰 폭발 사건은 한국 자작극”
  10. 10이헌승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스님 불출석은 어불성설… 동행명령장 발부해야”
  1. 1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2. 2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5. 5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6. 6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7. 7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0. 10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 1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속보]마트 출입구 안까지 차량 돌진한 50대 “영업하는지 확인하려고”
  6. 6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8. 8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9. 9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0. 10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근…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6. 6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7. 7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8. 8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9. 9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10. 10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