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넓은 주제 다룬 산문도 눈길
부산 출신 모더니즘 시인 모임 ‘세드나’가 5번째 무크지(부정기로 내는 단행본) ‘풀밭에 버려진 감자처럼(사진·전망)’을 냈다. 10년 전 서로의 글에 관심을 두고 만난 허만하 김형술 조말선 김언 김참 유지소 정익진 등 시인 7명이 ‘세드나’(Sedna)를 만들었고, 자유롭고 파격적인 형식의 시를 모아 책을 낸 것이 무크지 형태가 됐다.
이들은 2010년 ‘기괴한 서커스’를 시작으로 2012년 ‘살구 칵테일’ 2014년 ‘순진한 짓’ 2016년 ‘셰익스피어 헤어스타일’까지 2년 간격으로 출간했다. 발간 취지는 “부산에 유독 모던한 시를 쓰는 시인이 많지만 서자 취급을 받는 서러움을 털어 보고자 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존 문학판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책’을 만들어보자는 의욕에서 비롯됐다. 세드나는 에스키모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이름이자 2004년 발견된 태양계 바깥의 규명되지 못한 신비한 천체를 뜻한다.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활동하되 한마디로 규정될 수 없는 부산 출신 모더니즘 시인들과 닮았다.
이번에 펴낸 ‘풀밭에 버려진 감자처럼’은 이전 책과 마찬가지로 문학 잡지와 동인지의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다. 시인 7명이 각각 시 4, 5편과 산문 1편씩을 선보였다. 원로부터 소장파 시인까지 참여 작가의 쟁쟁한 면면만 봐도 이 무크지가 5호에 이르도록 쌓은 역량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의 개성과 열정을 반영하듯 이들의 시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중 김언 시인의 ‘무인칭’은 시를 쓰는 행위를 위트있게 표현했다. ‘도대체 누가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시를 쓰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나는 모를 것이다. 몰라야 한다. 모르고 있어야 한다. 안다면 아는 순간부터 제거해야 할 인물이 하나 더 추가된다. 방금 전의 그를 없애고 다시 말한다. 이 말은 누가 말하는 것인가?’ 허만하 시인은 ‘풍경, 다시’에서 ‘내가 세계를 보는 눈은 세계가 나를 보는 눈의 반짝임이다’라고 표현했다.
폭넓은 주제를 다룬 산문에서는 세드나 시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김참 시인의 산문 ‘술의 맛’, 김형술 시인의 산문 ‘노래의 풍경’, 유지소 시인의 산문 ‘모월 모일’은 일기 형식으로 시인의 일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빙하기를 배경으로 한 일가의 몰락을 독특한 상상력과 문체로 표현하고 있는 강성은 시인의 환상적 소설 ‘두 자매 이야기’, 김혜순 시인의 시 ‘미리/귀신’을 바탕으로 육친의 죽음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있는 박대현 문학평론가의 비평적 산문 ‘문 열어 보지 마라’ 등도 창작집이 가진 다양성에 힘을 보탰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