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 - 홍정욱 지음·윤봉선 그림/웃는돌고래/1만2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0 19:25:2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참 희한한 선생일세. 그카다가 공부는 언제 할라꼬?”

“이야아아, 이런 선생하고 공부하면 좋겠다.”

“이런 담임이면 나도 학교 잘 다녔을 건데.”

“이야기니까 그렇지. 이런 선생이 있을라꼬?”

읽고 나서 하는 말들은 참 다르더라. 그만큼 흔히 볼 수 없는 선생이 등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햇빛의 무게를 재어보고, 느티나무 아래에 드러누워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도 들어보고. 6년에 한 번 나오는 명품 매미옷도 찾아 입어보고. 나도 아이들하고 이렇게 지내고 싶다. 따라쟁이라고 해도 좋다. 좋은 건 따라 해야지, 재미난 건 여럿이 자꾸자꾸 해야지 더 살 만하고 재미난 세상이 되지.

여러 해 전에 어느 찻집에서 만난 친구가 읽고 있던 책. 제목을 보고 슬그머니 끌어당겨 책장을 넘겨보았다. 먹을 것 앞에 두고 깨작거리기나 하는 입 짧은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음식은 귀하게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것인가?

틀렸다. 성급했다. 물론 그리 쉽게 말하진 않겠지.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는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것들, 심지어 우리가 다 잃고도 잃어버린 줄조차 모르고 있는 것들을 불러다 준다. 가슴 아리고 속상하고 그러나 아름답고 따뜻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그리고 작은 직박구리 한 마리, 비둘기알 하나도 가벼이 지나치지 않는 사람. 다른 이들의 아프고 힘든 일에 함께 아파하고 속상해하고, 슬픔을 나눌 줄 아는 사람. 기쁜 일에 샘내거나 경쟁하지 않고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다움이 싹틀 것 같다.

홍수처럼 넘치는 정보와 넘쳐나는 재밋거리들이 어지럽게 혼을 빼앗고, 홀리듯 빠르게 휙휙휙 스쳐 지나칠 뿐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붙잡는 것 없는 요즘. SNS도 가지가지 많아,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것 같지만 아니더라. 보여주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지, 무엇엔가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담아 읽고 곰곰 생각에 잠겨 볼 만한 것들은 없다.

그런데 작가의 이야기처럼 밥만 아니라 그게 무엇이든 꼭꼭 씹어 보고 새겨보고 들여다보고, 그러면 달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다. 걸음 잠깐 멈추고, 눈길을 조금 아래로 옆으로, 바쁘지 않게 느리게 가만가만. 그러다 보면 보지 못한 것들, 듣지 못한 것들을 만나게 될 거다.

아이만 아니라 온 식구가 함께 읽다 보면, “내가 한때는 말이야.” “내가 너거만 했을 때는 말이야.” 젊은이들이 정말 싫어하는 “말이야 꼰대”가 되지 않고도 옛날 우리 살았던 이야기들을 불러와 함께 나눌 수 있겠다. 우리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다른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다움은 어떤 것인지를. 아동문학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 10명 중 9명 "원전 필요"…'거주지 건설'엔 46%만 "찬성"
  2. 2전국 기름값 12주째 하락…부산 휘발유 1500원대 진입 눈앞
  3. 3부산컨트리클럽- ‘아웃’ 7번·‘인’ 16번 시그니처 홀…드라이브로 과감하게 공략을
  4. 4‘초저온 국가연구소’ 부산 유치 나선다
  5. 5[속보] 소방당국 “11시 6분 ‘코엑스 내부에서 화재’ 신고…파악 중”
  6. 6도시철 부산역 노숙인 집결지, 청년 예술꽃 피어날 공간으로
  7. 7[속보] '해킹사고' SKT, 28일부터 전고객 유심 무상교체
  8. 8밀어치고 잡아당기고…이정후 시즌 세 번째 3안타
  9. 9부산 동구“원조부산밀면”가정의달 맞아 초량 어르신들께 사랑의 밀면 나눔
  10. 10고교학점제 교사 불만 “업무는 과중, 내신경쟁은 심화”
  1. 1[단독] ‘보수 스피커’ 장예찬, 국힘 복당 신청
  2. 2김문수 “계엄 불가피했다는 尹 주장에 동의 안 해”
  3. 3김문수 “계엄 불가피했다는 尹 주장에 동의 안 해”
  4. 4[속보] 대통령경호처, '사의표명' 김성훈 차장에 대기 명령
  5. 5민주당, 마음은 벌써 집권? 李싱크탱크는 암투설 잡음
  6. 6홍준표 “깐족거림·얄팍한 말재주 한동훈…참 못된 사람”
  7. 7홍준표 “깐족거림·얄팍한 말재주 한동훈…참 못된 사람”
  8. 8[속보] 이재명 38%…한동훈 8% 홍준표 7% 한덕수·김문수 6% 오차내
  9. 9[속보] 文 "사실관계 확인 과정서 전격 기소…검찰 정치화돼"
  10. 10“한덕수 출마 땐 단일화” 홍준표·한동훈도 ‘反李 빅텐트’ 합류(종합)
  1. 1국민 10명 중 9명 "원전 필요"…'거주지 건설'엔 46%만 "찬성"
  2. 2전국 기름값 12주째 하락…부산 휘발유 1500원대 진입 눈앞
  3. 3‘초저온 국가연구소’ 부산 유치 나선다
  4. 4[속보] '해킹사고' SKT, 28일부터 전고객 유심 무상교체
  5. 518일 해킹 인지, 20일 신고…SKT ‘24시간 보고’ 규정 위반(종합)
  6. 6기장 산단 직주근접 강점…아울렛 도보권에 더블역세권 기대까지
  7. 7산은 등 ‘2차 이전’…7년째 희망고문만
  8. 8부산은행, 가정의달 5월 ‘아이사랑 페스티벌’
  9. 9[속보] 한미 첫 '2+2 통상협의' 개최…정부 "美에 관세면제 요청"
  10. 10에어부산 1분기 영업익 43%↓…기체 부족에 2분기 전망도 암울
  1. 1[속보] 소방당국 “11시 6분 ‘코엑스 내부에서 화재’ 신고…파악 중”
  2. 2도시철 부산역 노숙인 집결지, 청년 예술꽃 피어날 공간으로
  3. 3부산 동구“원조부산밀면”가정의달 맞아 초량 어르신들께 사랑의 밀면 나눔
  4. 4고교학점제 교사 불만 “업무는 과중, 내신경쟁은 심화”
  5. 5어시장 매수한도 넘겨도 용인…대금 못 받는 사고 되풀이
  6. 6소음대책 기준 없는 市…에코델타 피해 우려
  7. 7코엑스 화재로 1200명 대피… 도로까지 검은 연기 뒤덮여
  8. 8“갈맷길 연간 1800여 명 완보…市, 전담조직·안내센터 조속 설치를”
  9. 9싱크홀 주요원인 노후관로, 부산엔 61%가 20년 넘어
  10. 10적성보단 1등급 유리한 수업 몰려…수요 적은 과목은 폐지 위기
  1. 1부산컨트리클럽- ‘아웃’ 7번·‘인’ 16번 시그니처 홀…드라이브로 과감하게 공략을
  2. 2밀어치고 잡아당기고…이정후 시즌 세 번째 3안타
  3. 3최동원 동상 12년 만에 ‘새 옷’
  4. 4팀 타율·안타 1위 롯데, 득점권 타율 7위 ‘고구마 타선’
  5. 5프로농구 BNK, 팬과 우승 뒤풀이
  6. 6양산컨트리클럽- 27홀 모두 최첨단 조명 시스템…야간 라운딩으로 워라밸 누려
  7. 7동의대 김나애·장지원, 회장배 전국펜싱선수권 사브르 개인전 1, 2위
  8. 8세리에A 선두 인터 밀란, 트레블 꿈 ‘와르르’
  9. 9양산 동원로얄컨트리클럽- 7262야드 전장과 그린 조성…토너먼트 경기 가능한 명품 골프장
  10. 10통영 동원로얄컨트리클럽- 세계적 설계자가 만든 환상적 코스…산·바다뷰 즐기며 나이스~샷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기장 정관 방곡리유적 출토 백자 합과 명기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유성기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리뷰 [전체보기]
88세 현역 춤꾼과 신예, 작품은 달라도 치열함은 같다
신인이 이끈 시립극단 정기공연 ‘박수 갈채’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분장실·연습실·객석이 다 무대…청년 연극인 100인의 특별한 실험
불경기에도 많은 관람객…청년·신진작가 약진 눈길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두 친구의 비밀스러운 모험 外
의문의 대재앙 뒤 생존한 남녀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무슨 일 하세요? 묵묵히 살아가는 소시민 이야기
따라 썼을 뿐인데…디지털시대, 필사가 주는 힘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조영숙-‘마음풍경 -My House’
프레데릭 루시앙-Feuiler(etude) 2013 INV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말이 꽃으로 필까 /이성옥
비움이 말을 걸다 /박경연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트렁크’ 서현진 정윤하
배우 문소리의 전천후 행보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검은 수녀들’ 송혜교
‘하얼빈’ 현빈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수상한 그녀’ 흥행 10년…K-드라마로 다시 안방 흔들까
일반인 출연자 잇단 스캔들, 검증 문제 도마 위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타인까지 치유하는 힐링의 여정
사제(師弟)에서 도반(道伴)으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강하늘·유해진 출연 ‘야당’ 개봉 첫 주말 1위…마동석 주연 ‘거룩한 밤’ 예매율 1위
‘승부’ 손익분기점 180만 명 돌파…‘야당’ 예매율 1위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2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1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우리가 실세다! 영화 ‘백수아파트’
세이수미의 새로운 이야기 EP [Time is Not Yours]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24일(음력 3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23일(음력 3월 26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록 돋아나는 요즘 산에 가 읊은 갈암 이현일의 시
각안 스님이 초의선사가 법당을 새로 지은 것을 축원한 시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