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선생일세. 그카다가 공부는 언제 할라꼬?”
“이야아아, 이런 선생하고 공부하면 좋겠다.”
“이런 담임이면 나도 학교 잘 다녔을 건데.”
“이야기니까 그렇지. 이런 선생이 있을라꼬?”
읽고 나서 하는 말들은 참 다르더라. 그만큼 흔히 볼 수 없는 선생이 등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햇빛의 무게를 재어보고, 느티나무 아래에 드러누워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도 들어보고. 6년에 한 번 나오는 명품 매미옷도 찾아 입어보고. 나도 아이들하고 이렇게 지내고 싶다. 따라쟁이라고 해도 좋다. 좋은 건 따라 해야지, 재미난 건 여럿이 자꾸자꾸 해야지 더 살 만하고 재미난 세상이 되지.
여러 해 전에 어느 찻집에서 만난 친구가 읽고 있던 책. 제목을 보고 슬그머니 끌어당겨 책장을 넘겨보았다. 먹을 것 앞에 두고 깨작거리기나 하는 입 짧은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음식은 귀하게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것인가?
틀렸다. 성급했다. 물론 그리 쉽게 말하진 않겠지.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는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것들, 심지어 우리가 다 잃고도 잃어버린 줄조차 모르고 있는 것들을 불러다 준다. 가슴 아리고 속상하고 그러나 아름답고 따뜻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그리고 작은 직박구리 한 마리, 비둘기알 하나도 가벼이 지나치지 않는 사람. 다른 이들의 아프고 힘든 일에 함께 아파하고 속상해하고, 슬픔을 나눌 줄 아는 사람. 기쁜 일에 샘내거나 경쟁하지 않고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다움이 싹틀 것 같다.
홍수처럼 넘치는 정보와 넘쳐나는 재밋거리들이 어지럽게 혼을 빼앗고, 홀리듯 빠르게 휙휙휙 스쳐 지나칠 뿐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붙잡는 것 없는 요즘. SNS도 가지가지 많아,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것 같지만 아니더라. 보여주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지, 무엇엔가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담아 읽고 곰곰 생각에 잠겨 볼 만한 것들은 없다.
그런데 작가의 이야기처럼 밥만 아니라 그게 무엇이든 꼭꼭 씹어 보고 새겨보고 들여다보고, 그러면 달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다. 걸음 잠깐 멈추고, 눈길을 조금 아래로 옆으로, 바쁘지 않게 느리게 가만가만. 그러다 보면 보지 못한 것들, 듣지 못한 것들을 만나게 될 거다.
아이만 아니라 온 식구가 함께 읽다 보면, “내가 한때는 말이야.” “내가 너거만 했을 때는 말이야.” 젊은이들이 정말 싫어하는 “말이야 꼰대”가 되지 않고도 옛날 우리 살았던 이야기들을 불러와 함께 나눌 수 있겠다. 우리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다른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다움은 어떤 것인지를.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