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는
- 나무 조각 작품 10여 점 전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항아’ 시시포스는 신으로부터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았다. 그가 돌을 정상에 올리면 돌은 다시 밑으로 굴러 내려간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돌을 밀어 올리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이런 반복적이고 의미 없는 노동은 끝없는 형벌이지만,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한 형벌을 계속해서 받아들이는 시시포스를 ‘능동적 행위자’라며 인간 승리의 표상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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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작가가 그의 작품 ‘노동자’ 옆에 서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노동이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부산 금정구 DOT미술관에 ‘망치 작가’로 잘 알려진 조각가 박주현의 개인전 ‘노동의 사유’가 열리고 있다. 인간의 노동에 대해 다뤄온 작가의 12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노동이 갖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작품 ‘비정규직’ 속 양복을 입은 남성은 무언가 심각한 고민이 있는 듯하다. 눈을 감고 턱을 괴고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앉아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발은 바닥이 아닌 위자 위에 위태롭게 벌을 받는 듯 학다리 자세로 있었고, 팔은 등받이를 움켜잡고 있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다양한 노동의 현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나무로 조각한 작품 10여 점을 선보였다. 작품 주인공들은 모두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인간의 형상을 통해 ‘노동’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강력하게 드러냈다. 전작들에서 인간의 모습은 아주 작게 표현되거나, 숨겨져 있었다. “인체의 군상을 조각했다. 인물은 노동자들이다. 노동의 장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인간의 실천으로서 개인적·사회적 의미를 찾아내고자 했다.”
그동안 작가는 망치나 장도리 등 도구의 손잡이에 작고 유머러스하게 조각을 해왔다. “인류는 수렵과 채집 그리고 유목에서 농경으로 정착 생활을 하기까지 도구들이 새롭게 바뀌어 왔다. 도구는 더 나은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며, 삶의 연속성을 끌어주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동아대 조각과와 부산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