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희철의 엔딩크레딧 <2> 그분이 오신다

새 바람 부는 부산영상위원회, 지역 영화인 또 다른 주체돼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4 19:05:3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월 마지막 주, 개강과 새 학기를 맞이하는 입장에서는 끝나가는 방학에 안타까움을 느끼겠지만,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신입생들은 설렘을 갖는 시기일 것이다. 영화 창작자들도 이즈음에는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영상위원회 등이 마련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앞두고 자신의 소중한 시나리오를 한창 다듬고 있는 시기이다. 자신의 촬영 현장을 막 상상하면 괜히 두근거린다.

영화 ‘귀신이 온다’(2000) 포스터.
봄을 맞는 풍경들이 그래야 하는데… 비상사태에 돌입한 현재 상황에 맞물려 마구 울어대는 각종 미디어와 긴급재난문자 때문에 따뜻해지는 날씨와 달리 사람들의 마음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토록 사람들이 움츠러듬에도 새순은 피어오르면서 봄은 올 테고, 새로운 시작이 있으면 지금의 상황도 끝이 날 것이다.

새로운 시작과 걸맞게 최근 부산영상위는 새로운 운영위원장을 선임했다는 소식과 올해 추진되는 각종 사업의 요강을 발표했다. 부산의 영화 정책을 수립하고 영화예술과 산업에 관련된 각종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부산영상위는 수장의 부재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 지역 영화인과의 소통도 소원해지는 듯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임명이 아닌 공모의 방법으로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그만큼 신중했고,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새로운 위원장이 보여줄 행보에 대해 부산 영화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표층은 잠잠하지만 여기저기 눈동자 굴리는 소리들이 요란하다.

영화 ‘귀신이 온다’(鬼子來了·Devils On The Doorstep.2000.강문)는 1945년, 중국 북부의 철건리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군’의 병영이 있는 철건리에 살고 있는 마다산이라는 사내는 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나’라는 존재로부터 ‘일본군’과 통역관이 들어 있는 자루 두 개를 건네받는다. ‘나’는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자루를 잘 보관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죽이겠다는 협박을 남기고 떠난다.

이후 철건리 사람들은 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거나, ‘일본군’에 발각될까 봐 두려움에 떨며 6개월간 자루를 보살피게(?) 된다. 그동안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짓게 만드는 것은 ‘나’와 ‘일본군’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타자로 인해 만들어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은 철건리 사람들을 점차 옥죄어 간다. 6개월이 흐른 뒤 철건리 사람들이 변화하는 순간은 ‘두려움’이 ‘기대’로 변하는 때다. ‘나’가 돌아오는 것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루를 일본군에게 건네면 보상을 받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는 철건리 사람들의 생각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다. 본인들은 자루를 억류한 것이 아니라 잘 보살폈으므로 오히려 일본군이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다다른 이들은 자루 속 일본군을 앞세워 일본군 병영을 찾아가게 된다. 그날은 1945년 8월 15일이다. 영화는 철건리 사람들을 ‘도무지 어찌할 바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은 귀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봄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 역시 눈앞에 귀신을 둔 것처럼 움츠러들고 있지는 않은가? 벌어지는 상황에 그저 맞추는 것이 아닌 주변의 환경과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새로운 부산영상위에 지역의 영화인들 또한 지원사업의 단순 수용자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또 다른 주체로 인식되는 기반을 마련하고 소통을 넓혀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2월도 다 지나는데, 시나리오는 한 줄도 안 나가고. 나만 그런가 싶어 아직 춥다.

영화감독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2. 2‘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