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34> 지기금지 ‘2020 맞이굿 탈판’

아픔과 상흔의 소녀상, 난리 굿판서 우뚝 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4 19:07:1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태평소 연주로 시작한 첫째마당
- 소녀를 주저앉힌 역사적 과오
- 굿처럼 풀어내 위로한 둘째마당
- 탈꾼 망라 놀아제낀 마지막까지
- 공연 열린 민주공원 소극장 들썩

카를 로젠크란츠는 ‘추(醜)의 미학’에서 ‘추’는 항상 미에 자신을 비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추’가 미를 위한 수단은 아니지만, 미와 떨어져서도 가치가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반면 아도르노는 ‘추’를 재료(언어, 색, 음 등)의 일탈, 무정형의 형식, 조화의 불가능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무기력한 미의 관점을 지양하고, 현실의 추함을 ‘추’로써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악한 현실을 ‘추’로 막아내는 전략이 아도르노 ‘추의 미학’의 핵심이다. (엄경희, ‘추의 유효성을 묻다’)
   
창작탈춤패 지기금지의 2020 맞이 굿 탈판 5 ‘거리굿 소녀상 일어서다’의 한 장면. 박병민 사진가 제공
이는 하찮고 추해서 가치 없다고 배제당한 것들이 도리어 진짜 추한 것은 현실 세계가 아니냐고 따져 되묻는 전통 연희의 미학과 통한다. 탈춤의 탈은 하나 같이 이목구비가 일그러지고, 말과 행동이 못나고 추하다. 문둥이가 그렇고, 할미가 그러하다. 아도르노가 현대예술의 뚜렷한 경향이라고 말한 추함이 우리 탈춤에 있다. 그러니 탈춤은 전승 예술이면서 현대예술이다.

지난 14일, 15일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창작 탈춤패 지기금지가 마련한 2020 맞이굿 탈판 5 ‘거리굿, 소녀상 일어서다’(이하 ‘맞이굿’)는 예쁜 춤 하나 없이 2시간 50분 동안 관객이 몰두하게 했다. ‘추의 미학’이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는데, 3시간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전 판보다 역대 최고급이라는 말도 들렸다. 공연 전에 이미 판이 열린 것이다. 소문은 길놀이가 되어 듣는 이를 들뜨게 하고, 터 벌임이 되어 민주공원을 거리, 마당, 굿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탈과 춤과 불림으로 민중의 삶을 역사화한 이 시대 거리굿을 엮었다’는 지기금지 채희완 대표의 말은 이 작품을 잘 표현한다. 굿이 개인과 공동체의 아픔을 품고 해원한다면, ‘전승 탈춤의 핵심 중 하나가 당대 사회문제의 민중 언론화’이고, ‘이 시기 민족의 아픔인 소녀상을 중심 내용’으로 삼는다는 이 공연은 ‘굿’임이 분명하다.

공연은 세 마당으로 엮었다. 촘촘하게 짠 것이 아니라 얼기설기 엮었다. 성긴 틈 여기저기에서 찰진 참견이 파고들고, 의외의 신명이 불쑥 올라와도 당황하는 이 하나 없다. 마당 판이다. 첫째 마당에서 석종관 선생의 태평소 연주가 소극장을 날카롭고 두툼한 가락으로 채운다. 태평소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강용의 통영 할미는 어깨를 좁히며 앉은 관객을 들썩이게 한다. 춤 위주로 엮었다지만 춤이 춤으로 그치지 않고 소리를 타고 재담에 얹힌다.

둘째 마당은 공연의 중심으로 소녀상이 일어서는 거리다. 소녀는 시간을 거슬러 아픔과 상흔을 부여잡고 제대로 늙지도 못한 채 차가운 거리에 앉아있다. 소녀가 일어서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당위다. 소녀상이 일어서는 극적 설정은 현실에서 돌파해야 할 모순이다.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에 도로 점용료를 물리겠다는 어이없는 행정의 모순, 소녀를 주저앉힌 역사적 과오를 끝내 부정하고 외면하는 파렴치한 모순을 극복하고 소녀상은 일어서야 한다. 굿은 지극히 현실적인 행위라서 굿에서의 바람이 현실에 투영되지 않는다면 굿은 생명을 잃는다. 소녀상이 일어서는 극적 설정이 곧바로 현실 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마당은 뒷전이다. 70, 80년대에서 지금까지의 탈꾼을 망라해, 놀고 자빠지는 대동 마당을 열었다. 신·구 탈꾼과 악사들, 기라성 같은 춤꾼들을 한 무대에 모은 것만으로도 공연은 독보적 의미가 있다. 빛나는 기획에 더해 고마운 일은 이 공연이 2018년 12월 10일 세 번째 맞이굿 탈판을 기획하던 중 작고한 생명 문화 기획자 고 강희철 1주기 헌정 공연이라는 점이다. 사회가 당면한 큰 문제를 다루는 것만큼 먼저 간 동료를 불러 같이 노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의 해원이 공동체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의미를 담은 이 공연을 야외마당에서 펼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극장 무대를 이렇게 난리 굿판으로 만드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도 싶다.

춤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5. 5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8. 8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9. 9[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10. 10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5. 5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6. 6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7. 7‘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8. 8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9. 9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0. 10[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3. 3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4. 4“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5. 5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6. 6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7. 7[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8. 8국민은행 해킹 정보유출 119명→2210명 확대(종합)
  9. 9국내 위성기술로 인니 해양환경 관리역량 키운다
  10. 10부산신보 ‘민생안심 협약보증’ 한 달 만에 1000억 돌파
  1. 1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2. 2“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3. 3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4. 4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5. 5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6. 6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7. 7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8. 8시민단체 ‘국제신문 지키기’ 연대 나섰다…부울경 넘어 수도권 언론도 조명
  9. 9철새도래지 길냥이 급식소 분쟁, 항소심도 “추가 설치 불허 적법”(종합)
  10. 10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4. 4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5. 5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6. 6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7. 7‘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8. 8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9. 9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10. 10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