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고국이 잊은 고려인 천재화가, 그가 걸었던 길

러시아 연해주 출신 변월룡 작가

  • 권용휘 기자
  •  |   입력 : 2020-02-25 18:55:50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평양 미대 학장으로 근무 했으나
- 귀화 안해 추방된 뒤 유라시아로

- 쓸쓸함·절망 담은 ‘자화상’ 부터
- 소수민족 인물화·풍경화 등 남겨
- 신세계갤러리서 대규모 회고전

그림 속의 남자는 불안하고 불만스럽다. 오른손은 왼손을 감싸고, 눈썹 사이인 미간은 골이 생긴 듯 어둡다. 할 말이 있지만 뭔가 주저하는 듯 전전긍긍하는 표정으로 속사정이 복잡해 보인다. 작가는 작품을 다 그리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남겨뒀다.
   
금강산의 소나무(1987년 작)
카레이스키(옛 소련 고려인)’ 변월룡(펜 바를렌·1916-1990) 작가의 작고 30주기를 맞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회고전 ‘변월룡,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천재 화가’에 걸린 ‘자화상(1963, 유화)’이다. 당시 그는 자신이 고국인 북한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의 고독과 쓸쓸함, 절망으로 무너진 심정을 그림으로 남겼다.

   
스튜디오 활동계획을 짜고 있는 최승희(1954년 작)
이번 전시는 ‘젊은 날의 명화’ ‘고국 방문’ ‘유라시아를 거닐다’ ‘삶의 황혼기’로 나눠 그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췄다. 학창 시절 수련 과정을 짐작해볼 수 있는 습작부터 북한, 러시아 사할린에서 포르투갈까지 유라시아 전역을 다니면서 그린 작품, 만년에 과거를 회상하면 그린 작품은 물론 초상화와 동판화까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3점을 포함한 94점이 전시된다.

작가는 러시아 연해주 쉬코토프스키구역의 유랑촌에서 태어나 호랑이 사냥꾼인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시골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1940년 러시아 최고·최대의 미술대학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회화·조각·건축 예술대학’(이하 레핀미술대학)에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해, 1951년 같은 학교의 교수가 됐다.

   
서재의 M.P. 알렉세예브(1977년 작)
그는 “나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호랑이를 쫓아 연해주에 왔지만 너는 꼭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라”는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월룡’이란 한국식 이름을 고수하며 한국인으로 살려고 노력했으나, 고국에서의 삶은 1년 3개월(1953년 6월~1954년 9월)에 그쳤다. 당시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평양미술대학 학장 겸 고문으로 취임했지만 귀화 요청을 따르지 않아 추방됐다.

작가는 초상화에서 유화·데생·석판화·에칭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림에는 각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배어있을 뿐만 아니라 신분의 높고 낮음이나, 인종 차별 등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겐 늘 ‘소수민족’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빼어난 실력에도 정교수가 되기까지 24년이 걸린 것을 참고하면 인종차별을 당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회화를 전공했지만 판화 중 동판화가 뛰어나 동료 교수들로부터 “판화는 렘브란트를 뛰어넘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화상(1963년 작)
그의 그림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백 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 변월룡’에서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냉전시대에 소련 주류사회에 속했던 작가였고, 북한에서 잊혀진 탓에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그의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미술평론가 문영대 씨가 1994년 국립러시아미술관에 전시된 작가의 그림을 발견했고 20년 넘게 작가를 연구하는 한편, 끈질기게 유족을 설득한 끝에 국내 전시가 성사됐다.

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작가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춰 나무보다는 숲을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의 작품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29일까지.

권용휘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8. 8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4. 4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7. 7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8. 8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9. 9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10. 10"'국가전산망 먹통' 국정자원 화재로 소실된 데이터 완전복구 안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3. 3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8. 8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