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이 펼친 예악정치 ‘균화’
- 용비어천가 1~4, 125장으로
- 궁중음악 ‘여민락’ 만들어
- 도에 뜻을 두고, 덕에 근거하며
- 인에 의지하여, 예에 노닌다는
- 공자의 이상적인 삶의 방향
- 이를 위해 소통의 태도 가져야
조선 3대왕 태종은 “충녕대군은 천성이 총민하고, 학문에 독실하며, 정치하는 방법을 안다”며 세자로 책봉합니다. 1418년 8월 세자 충녕대군이 왕위에 오르니 4대왕 세종(재위 1418~1450)입니다. 세종은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사랑하라’는 공자의 가르침에 충실하며 조선의 기틀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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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엄하고 우아한 궁중음악의 정수 ‘여민락’엔 조선 4대왕 세종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다. 사진은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의 정기연주회 모습. 국제신문DB |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입니다. 공자는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예악(禮樂)을 강조했지요. 예악은 몸을 닦고 나라를 다스리는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당연히 세종은 국가의 통치에 합당한 음악에 힘을 쏟았지요. 악보인 정간보(井間譜) 창안, 기본음을 정하는 편경 국산화, 아악(雅樂) 정리, ‘여민락’(與民樂)이 포함된 ‘봉래의’(鳳來儀) 작곡 등입니다. 이렇게 세종이 펼친 예악정치를 ‘균화’(鈞和)라고 부릅니다.
세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훈민정음’(訓民正音), 한글 창제에도 음악이 한몫을 합니다.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은 반포하기 전에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짓습니다. 세종의 명을 받들어 권제 정인지 등 여러 학자가 참여한 이 노래는 모두 125장에 조선 건국의 당위성을 담았지요. 훈민정음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실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세종 25년(1443) 창제한 훈민정음은 세종 28년(1446) 반포되지요. 용비어천가는 그 사이인 세종 27년(1445) 지어지고, 세종 29년(1447) 주해를 덧붙여 간행됩니다.
이 용비어천가의 첫 1~4장과 마지막 125장으로 만든 음악이 ‘여민락’입니다. ‘여민동락’(與民同樂),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셨죠. 공자의 법통을 이은 맹자의 이 정신을 담은 여민락은 지금도 연주되고 있습니다.
오는 4월 제21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이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마키아벨리의 충고처럼요. 유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주권시대 아닙니까.
공자의 ‘지어도’(志於道), 도에 뜻을 둔다는 말은 진리(백성,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 뜻을 두고 산다는 의미입니다. 시(詩)와 예(禮)와 악(樂)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그건 가까이 있습니다. 여민동락이 한 예라 하겠습니다.
오늘도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러브 테마’(QR코드나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qEwXcgwzIYE)를 들으며 ‘지어도’의 의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어도, 이상적인 삶의 태도
‘논어’(論語) 7편(술이) 6장을 보겠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십니다. “도(道)에 뜻을 두고, 덕(德)에 근거하며, 인(仁)에 의지하여, 예(藝)에 노닌다.”
이를 두고 주자는 ‘사람이 배움에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평생 ‘호학인’(好學人),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공자의 이상적인 삶의 태도라는 이야기입니다. 도를 명사형으로 인(仁)이자 사랑, 동사형으로 인함, 사람다움이라 한다면 덕은 인격을 닦는 일, 인격의 완성, 즉 사람다운 사람이 됩니다. 공자는 덕을 쌓아가자, 발전시키자(爲學日益·위학일익)하고 노자는 나쁜 습관을 제거하자, 악을 바로잡자(爲學日損·위학일손)합니다. 둘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다면 그것이 바로 덕을 제대로 실현하는 길이겠지요.
맹자는 ‘인은 사람이다. 합해서 말하면 도’라고 했습니다.(‘맹자’ 진심 하 16장) 이를 조윤제는 ‘다산의 마지막 공부’에서 이렇게 갈무리했습니다. “사랑이 곧 사람이다. 사람과 사랑이 합해지면 그것이 바로 도다.”
여기서 꼭 짚고 가야할 점이 있습니다. 인을 실현하는 성인이 되겠다가 아니라 성인이 되고자 매일 스스로를 갈고 닦겠다는 자세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행합일, 지행일치입니다. 배움의 현실적인 목표인 입신양명에만 매몰되어선 안 됩니다. 지어도는 그 너머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그래야 공자의 지향점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제 ‘논어’ 8편(태백) 8장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십니다. “시(詩)에서 일어나고, 예(禮)에서 서며, 악(樂)에서 완성되느니라.” 시는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순수한 마음입니다. 예는 다양성의 조화를, 악은 아름다운 음악의 완성을 위해 평생 갈고 닦듯 대동의 하모니라고 할 수 있지요. 이 8장은 ‘몸을 세우고 덕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했으니 지어도와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공자께서 아들 백어에게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하고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세상에 나가 설 수 없다’한 ‘과정지훈’(過庭之訓)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공자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당부한 두 가지가 바로 시와 예입니다. 시는 성품과 감정을, 예는 공손과 공경과 사양과 겸손을 근본으로 삼으니 자기를 대하기는 ‘추상’(秋霜), 가을서리처럼 엄정하며 남을 대하기는 ‘춘풍’(春風),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라는 가르침으로 여겨집니다.
공자는 이런 일이 바로 가까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7편 29장을 보겠습니다. “인이 멀리 있는 줄 아느냐? 내가 인하고자 한다면 여기에 인이 이를 것이다.” 인은 마음의 덕이니 밖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맹자는 이에 더해 잃어버리고 구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구기방심’(求其放心), 학문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과정입니다. 하고자 한다면 곧장 찾을 수 있습니다.
■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해마다 봄이 되면 어여쁜 꽃피워/좋은 나라의 소식처럼 향기를 날려/그 그늘 아래 노는 아이들에게/그 눈물 없는 나라 비밀을 말해 주는 나무’. 시인과 촌장의 ‘나무’(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yCIvh_K1D_Y) 가사처럼 인, 사람다움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견주어 봅니다. 이를 실천하려면 타인과 소통하려는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나무는 어눌해서 인과 같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 포용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뽑힌 국회의원들의 마음과 행동이 그렇게 굳고 어질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아이슬란드 출신 6인조 혼성밴드 오브 몬스터즈 앤드 맨의 ‘Little Talks’(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ghb6eDopW8I)를 들으며 ‘코로나19 극복!’이란 선언을 기대해봅니다. 국민과 어려움을 나누는 일, 그것이 바로 여민동락의 속뜻 아니겠습니까.
다음 달 12일 ‘학불염 교불권’으로 뵙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