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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아로새긴 다대포 멸치잡이 노동요 ‘후리소리’

부산시 무형문화재 소재 이용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20-02-26 19:09:0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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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공동체가 함께 가락 맞추며
- 멸치그물 당기고 터는 노동 통해
- 상처 치유서사 담은 그림책 발간

부산 다대포 지역에서 멸치잡이 할 때 불렀던 노동요 ‘다대포 후리소리’. 다대포 후리소리는 부산시 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 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다대포 마을 사람들은 ‘후리질’을 하며 살아왔다. 멸치 떼가 몰려오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그물을 내린 다음, 그물의 양 끝을 바닷가에서 당겨 멸치를 잡는 방식이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후리소리’를 부르며 힘든 노동을 이겨내고 흥을 돋웠다. 지금은 사라진 어업방식이고 낯선 가락이지만, 후리소리는 다대포 바닷가에서 이어져 온 멸치잡이 ‘후리질’과 어구 및 작업의 방법을 재현·보존하고 있어 민속적·음악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 다대포 지역에서 멸치잡이 할 때 불렀던 노동요 ‘다대포 후리소리’를 소재로 한 그림책 ‘후리소리’는 치유의 서사를 멸치잡이 과정에 잘 녹여냈다. 평화를 품은 책 제공
다대포 어부들의 노동요, 다대포 ‘후리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후리소리’(평화를 품은 책)는 부산에서 그림 작가로 활동하는 정정아 씨가 쓰고 그린 첫 창작 그림책이다.

책에는 오래전부터 전통적인 방식으로 멸치를 잡으며 살아온 순지네 마을이 등장한다. 멸치 철인 봄, 여름, 초가을이면 마을 전체가 분주해진다. 전쟁에 나간 삼촌을 기다리는 주인공 순지.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삼촌은 전과 같지 않다. 며칠 뒤 마을에 멸치가 들어오고 순지와 삼촌이 함께 달려간 바닷가. 후리소리 가락에 맞춰 마을 사람들과 함께 멸치 그물을 당기고 터는 고된 노동을 통해 둘은 아픔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부·울·경 청년들의 모임인 ‘창작공동체 A’에서 활동하는 정정아 작가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후리소리 공연을 보고 그림책에 옮겨보기로 마음먹었다. 실제로 공연을 보고, 다대포를 누비며 당시 후리질을 직접 본 주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정 작가는 “다대포 낫개를 찾아가 현장을 걸으면서 그때 모습을 조금이라도 찾아보고, 야망대에 올라 멸치가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멸치잡이에 대한 동영상을 모조리 찾아보며 현장감을 느끼고, 전체 마을 이미지를 담기 위해 다대포 동네 산책을 수시로 하면서 마음에 약도를 새기는 일들이 그림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그림책은 지역 이야기를 소재로 했지만,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 개인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용기를 내어 다시금 멸치잡이 현장으로 달려 나가는 치유의 서사를 전통적인 멸치잡이 과정에 잘 녹여냈다. 후리질 특유의 생명력과 마을 사람들이 하나 되는 노동 공동체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꿈을 꾸는 듯 판타지적으로 묘사한 그림은 더욱 후리소리 가락에 빠져들게 한다. 정 작가는 ‘후리소리’처럼 우리 고유의 문화를 다룬 그림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를 소재로 한 책을 구상 중이다. 줄은 다르게 생각하면 남과 북을 가르는 선으로도 볼 수 있다. 38선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줄광대의 재담과 관람객의 추임새가 있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을 그림책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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