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밑그림이 된 오페라 대본…그림이 음악을 만났다

오페라 음악가 리처드 케네디, 대본을 시각예술로 작품화

  • 권용휘 기자
  •  |   입력 : 2020-03-04 19:10:59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화폭 속 수많은 문자 눈길
- 조현화랑 22일까지 개인전

오페라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조현화랑 해운대점에서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리처드 케네디(사진)의 개인전 ‘missed connections’다.
   
조현화랑 해운대점에 전시된 리처드 케네디의 ‘OPTIONS’. 조현화랑 제공
작가는 화가이면서 오페라 각본을 쓰고 작곡·연출을 하는 음악가다. 그에게 오페라와 그림은 한 몸과도 같다. 지난해 9월 27일부터 10월 25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독일 베를린의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에서 개인전 ‘(G)hosting’을 열기도 했다. ‘관객이 없는 오페라’를 주제로 화이트 큐브 형태인 공간에서 회화·영상·조각은 각각 오페라 배우·음악·무대처럼 역할을 했고,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은 오페라 관객이 됐다.

그는 10대 초반부터 오페라에 푹 빠져 있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을에 ‘소그 오페라하우스’가 있었는데, 2달러만 내면 공연 전 연습 과정인 리허설을 볼 수 있었다. 한국 나이로 보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오페라를 즐길 수 있었다.”

작가는 이후 오페라가 가진 다양한 기호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페라의 구조 안에서 자신이 수많은 역할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낼 수 있다. 극의 서사, 시적인 가사, 가수의 가창력, 아름다운 음률, 시대를 대변하는 의상, 웅장한 무대장치 등이 어우러지면서 완성된다.”

   
리처드 케네디
이번에 전시된 그림은 8점으로 모두 오페라 대본을 시각예술로 표현한 작품이다. 화폭에는 수많은 문자가 등장하고 있다. 작품 ‘OPTIONS’와 ‘Huffing Tons’ 등에는 각각 ‘WroNs yaw siht wate choice that way wroNG’ ‘EXTRA blast TWAL VVVV thrash’라는 알 수 없는 글귀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각 문자는 독립된 주체처럼 자신만의 글씨체와 크기를 가졌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들은 대본을 반복해서 읽는 행위를 상징한다. 가수는 리허설에서 한 소절을 다양한 억양·톤·크기로 반복해서 말하고 노래한다.”

작가는 그림에 성 소수자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이자, 매스컴의 검열을 피하고자 고안된 일종의 암호를 넣기도 했다. 은연중 혹은 의도적으로 보는 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그림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그릴 때 테크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며 반복적으로 문자를 써나갔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큰 붓을 이용해 캔버스 전체를 쓸어내렸다. 관람객과 그림이 전달하는 메시지 사이에 경계, 일종의 막이 형성된 셈이다. 조현화랑 윤보람 큐레이터는 “춤은 붓 없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라고 표현하는 작가에게 그림이란 캔버스 표면에 박제된 춤의 잔상일 것이다. 이 수고스러움은 성 소수자 공동체의 상황을 은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작가는 미국 바드 대학교 (Bard College)의 밀턴 에버리 인스티튜트 (Milton Avery Institute)에서 석사학위를 마쳤고, 지난해 첫 개인전을 ‘페레스 프로젝트’에서 열었다.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며 최근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 할렘 스튜디오 뮤지엄에서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오는 22일까지. (051)746-8660 권용휘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8. 8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