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소리를 보았네 - 올리버 색스 지음/알마/1만3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05 19:28:08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상이 일상다움을 잃어 큰일을 치르듯 살아가는 요즘이다. 책방 문을 닫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지낸 지 일주일째. 집에만 있어도 위태로움이 엄습해 생활이 곡예가 되어간다. 안심을 잃은 날들 속에서 밀린 책이나 보려고 했는데, 몇 장 읽지도 못하고 관심은 TV 뉴스로만 향한다. 그렇게 종일 뉴스를 보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어떤 것이 자꾸만 나를 붙잡는다. 화면 우측 하단에 작게 나타나거나 때론 같은 크기로 잡히는 수어 통역사였다. 처음엔 그저 이야기들이 번역되고 있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이 말들이 수어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살피게 됐다. 수어는 나의 언어가 아니어서 그저 어떤 단어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다였지만 말이다. 공간을 휘젓는 손과 얼굴 움직임이 동반되는 시각적인 언어. 그것은 마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 속 외계 생명체가 표현하는 미지의 언어처럼 내게 다채로운 말의 표정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언어를 보았다. 하루하루가 속보로 채워지는 동안 그것을 전달하는 수어에 시선을 둔 것은 아마도 최근에 이 책을 읽어서일 것이다.

올리버 색스의 ‘목소리를 보았네’는 청각장애인들의 세계와 그들만의 언어인 수어에 대한 책이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수어는 그 자체로 완전한 언어이며, 구체적이고 활기차고 생생한 청각장애인들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이 언어를 통해 그들은 나름의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며 하나뿐인 ‘종족’으로 존재한다는 것. 따라서 그들을 결함을 지닌 장애인으로 보는 의학적인 시각에서 인류학적, 사회학적, 문화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리버 색스의 생각은 물론 오랜 기간의 탐색과 관찰, 질문 후에야 가능했다. 책의 첫 문장은 청각장애에 대한 무지의 인정이다. 그걸 바탕으로 수어의 굴곡진 역사와 수어를 둘러싼 언어와 청각장애 아동발달, 그들의 공동체와 문화 그리고 인간 조건에 대한 질문까지 던진다. 책을 읽고 나면 청각장애인에 대한 나의 무지에 놀라고 수어라는 아름다운 언어에 감염되고 만다.

거리에서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목적지에 와서 안대를 벗었다. 그런 장면은 시각장애인을 잠시나마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체험을 하지 않듯 농인은 청인의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그들을 세상에 내어놓는 것. 그것이 수어임을 이 책은 말한다. 그들의 몸은 수어를 통해 살고 사랑하고 생각한다. 몸을 떠나지 않고 그 몸에 밀착된 언어. 하나의 말이자 생각이자 정체성인 수어를 쓰는 그 몸들은 장애에 갇히기엔 아깝다. 이 책은 우리에게 청각장애인을 볼 수 있는 문 하나를 마련해 준다. 문을 열고 보니 조금 보인다. 그리고 뉴스 속 수어 통역자를 보니 조금 안심도 된다.

책방한탸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8. 8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7. 7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8. 8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9. 9"'국가전산망 먹통' 국정자원 화재로 소실된 데이터 완전복구 안돼"
  10. 10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3. 3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8. 8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