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단 세계화로 정크푸드 일상화
- ‘고열량 저영양’ 탓 질환들 유발
- 정부, 거대 식품기업 규제 절실
- 국민 식습관 개선도 앞장서야
자칭타칭 ‘미식가’인 지인이 언젠가 식사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한 끼 때웠다’라는 거다. 음식을 먹는 행위가 얼마나 고귀하고 중요한 것인데, 요즘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먹고 싶은 게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식사를 그냥 때우는 행위로 치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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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에 대한 생각’은 세상은 부유해졌지만 우리의 식탁은 가난해진 원인을 조목조목 파헤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전략을 제안한다. |
‘식사에 대한 생각’(원제 THE WAY WE EAT NOW)은 식사에 꽤 많은 의미를 부여하던 지인의 생각에 공감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다. 평범한 제목과 달리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내용으로 식사의 의미와 우리 식탁의 현주소를 짚어주고 있다. 음식과 식문화를 연구하는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전작 ‘포크를 생각하다’ ‘식습관의 인문학‘을 통해 세계인의 식탁과 식문화에 대한 논쟁적이고 대담한 이야기를 전해준 바 있다. 이번에는 세상은 부유해졌지만 매일의 식탁은 가난해진 오늘날, 우리가 정말로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과 답을 찾아가고 있다. 저자가 방대한 자료 연구와 현장 탐구 등을 통해 파헤친 현대 인류의 식문화는 한마디로 ‘고열량 저영양, 풍요 속의 빈곤’이다.
책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저명한 영양학자 배리 팝킨의 ‘세계는 뚱뚱하다’(2009)를 언급하며, 비만은 굶주림보다 심각한 세계적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거와 달리 식량 부족을 호소하는 나라는 점점 줄어드는 대신, 많은 나라에서 과식과 영양 부족이라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칼로리는 과도하게 섭취하면서도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와 단백질은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달라진 음식 때문이다. 전 세계인들은 어디서든 유럽 축구를 보듯이 감자 칩을 먹고, 아침에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손쉽게 패스트푸드를 즐긴다.
저자는 우리가 두 세대 만에 전통적인 식단에서 세계화된 식단으로 급변한 음식 혁명 덕분에 언제나 신선한 식자재를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짭짤하고 기름진 스낵, 설탕을 입힌 시리얼, 다양한 빛깔의 가당 음료 등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됐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과 육류, 설탕은 더 먹고 섬유질은 훨씬 덜 먹으면서 비만, 당뇨병,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게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서구 사회 전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고, 지금은 저소득 국가 또는 중간소득 국가에서 더욱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식사가 ‘풍요 속 빈곤’으로 전락한 원인을 조목조목 파헤치던 저자는 식품공급체계 분석에 이르고, 그 결과 가난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몸에 해로운 상품을 판매하는 대규모 식품기업과 이를 용인하는 정부의 잘못을 꾸짖는다. 그리고 우리가 구매하는 다른 물품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시장 원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좋은 음식은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두를 위한 식품 품질 규제에 돈을 쓰는 것은 절대 낭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와 사회가 이해하고 바꿔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지만, 국민의 식습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 저자가 제안한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인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말자’ ‘간식보다 식사에 집중하자’ 등을 실천해도 좋을 것 같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