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살고 싶다’ 외치는 노동자의 간절한 몸부림

좌혜선 개인전 ‘971 855… 500’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  |  입력 : 2020-03-09 19:07:02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제목, 산재 사망자 숫자서 착안
- 500개의 생 되뇌면서 전시 준비”
- ‘몬스터 댄싱’ 시리즈 등 12점
- 28일까지 부산 오픈스페이스 배

971 855 ··· 500. 부산 중구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리는 좌혜선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다. 암호와 같은 이 숫자들은 산업 현장에서 죽어나간 사람의 머릿수다. 971은 2018년, 855는 지난해. 그리고 500은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2018년 1월 공개한 국정 목표 ‘2022년까지 산업재해사고 사망자 수 500명 이하로 감축’에서 따왔다.
   
좌혜선 작가의 작품 monster dancing#2.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작가는 밥벌이의 장소에서 죽어야 할 500명을 생각했다. “971보다 116이 작아서 다행인 855에 대해 최소한의 죽음으로 취급될 숫자에 눈길이 갔다. 목표가 된 죽음의 수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 500개의 생에 대해 그 한 사람에 대해 끝없이 되뇌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장에는 장지에 분채·목탄을 사용해 표현한 작가의 신작 ‘monster dancing’ 시리즈 7점을 포함한 12점이 걸렸다. 1층에서는 신작을 볼 수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은 ‘살고 싶다. 나는 뼈와 살을 가진 사람이다’고 외치며 온몸을 기괴하게 꿈틀거리지만, 곧 담배 연기처럼 피어올라 사라질 듯 유약해 보인다. 어제의 동료가 떨어진 자리에서 오늘도 일해야 하는 가혹함을 이기려 허우적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밥벌이를 향한 인간의 몸부림은 자꾸만 어긋난 방향으로 고꾸라진다. 유희 없는 그로테스크한 동작만이 세상을 가득 메운다. 이번 작업은 그러한 생의 풍경을 표현하고자 한 이미지다.”

전시장 4층에서는 작가의 새 미디어아트 ‘일하는 몸’이 전시됐다. 영상 속에서 작가는 정확히 떨어지는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선을 긋는다. 박자에 맞추며 좌우로 크게 오가는 팔 동작과 그 끝에서 만들어지는 굵은 선의 반복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몸을 써 일하는 노동의 과정과 닮았다.

같은 공간에는 작가가 이전에 작업한 회화 ‘냉장고, 여자’ ‘부엌, 여자’ 등이 전시됐다. 그는 그동안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은 그림을 그려왔다. 그렇지만 노동과 그로 인한 죽음은 한밤중에 무언가를 먹기 위해 벌거벗은 몸으로 냉장고를 여는 우리의 일상과 일정 부분 이어져 있었다. “우리의 몸이 음식이 없어도 스스로 양분을 만들 수 있었다면, 두꺼운 벽 없이도 추위를 이길 수 있었다면 일 때문에 죽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체의 한계가 이토록 명확해서 생을 향한 몸부림이 그렇게 간절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제주 출생인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2010년 스페이스선+, 2015년 이랜드 스페이스, 2018년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0년 대만 국립국부기념관, 2012년 서울 이랜드스페이스, 2016년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그룹전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권용휘 기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아파트값 바다라인 ‘해·수·남(해운대·수영·남구)’이 뛴다
  2. 2전국 838개 학교 등교 연기…학부모 “불안해서 어쩌나”
  3. 3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임명 유력…민주당 부산시장 보선 구도 변화
  4. 4쿠팡발 확진 82명…작업장·모자·신발서도 코로나 나왔다
  5. 5“왜 마스크 안 써” 곳곳서 마찰, 폭행까지
  6. 6다 지어놓은 임랑 ‘박태준기념관’, 개장은 어느 세월에
  7. 7구포 가축시장 철거 보상두고 전·현직 상인회장 쌍방고소전
  8. 8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9. 9“부산 해양산업 미래, 4차 산업혁명에 답있다”
  10. 10여직원 성희롱 부산교통공사 간부 강등
  1. 1"포스트 코로나 대비 신남방정책 방향 함께 모색해야"
  2. 2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 “북항 D3 건축허가 취소”···대규모 항의 집회 개최
  3. 3한국군 군사기밀 노린 해킹 시도 급증…지난해 9500여 회 침해 시도
  4. 4서구 송도해수욕장 명물 ‘송도용궁구름다리’ 복원
  5. 5문 대통령-양당 원내대표 회동…예정시간 훌쩍 넘겨 총 156분간
  6. 6부산진구, 지역사회 통합돌봄창구 본격 운영
  7. 7문재인 대통령 “국회 제때 열려 법안 처리되면 업어 드리겠다”
  8. 8코이카-굿네이버스 부울경본부, 지역 ODA사업 업무협약 체결
  9. 9여당 부산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내달 29일 선출
  10. 10부산시의회 “공공의료 비중 최하위권”…국가 지원 촉구
  1. 1해양수산부- ‘해양오염 주범’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2025년까지 제로화
  2. 2부산광역시- 부산 발전 50년 앞당길 ‘2030 월드엑스포’ 유치 활동 본궤도
  3. 3수협중앙회- 수산식품 가공·공급 시스템 개편…어민 부가가치 향상에 방점
  4. 4“친환경 선박기술, 자율운항선에 접목시켜 경쟁력 높여가야”
  5. 5자동차부품업계 5000억 특별보증…PK 주력산업 숨통 트이나
  6. 6정부 ‘포스트 코로나’ 지속 가능한 해양수산 생태계 만든다
  7. 7한국해양대학교- 온라인 학습·원격 취업 지원…비대면 해양특성화 교육의 메카
  8. 8부경대학교- 수산·보건의료·인문학 융복합연구…해양과학의 요람 힘찬 항해
  9. 9“선박관리회사 대형화 ·전문가 육성 땐 양질의 일자리 쏟아진다”
  10. 10금융·증시 동향
  1. 1부산서 보름 만에 확진자 발생…방글라데시 입국 50대
  2. 2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79명…53일만에 최대
  3. 3해운대 고층 오피스텔 화재, 새벽에 주민 124명 긴급 대피해
  4. 4부산에도 마카롱택시 달린다... 부산개인택시조합과 업무협약
  5. 5부산경찰청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구속영장 신청...강제추행 혐의
  6. 6음주운전하다 가드레일 ‘쾅’ … 30대 검거
  7. 7부산교통공사, 직원 성희롱한 간부 강등 징계
  8. 8부산·경남 레미콘 노사 협상 타결…운송비 인상 합의
  9. 9수도권 공공시설 2주간 폐쇄 “학생들 등교 수업 예정대로 진행”
  10. 10檢, 오거돈 전 시장 사전 구속영장 청구...영장실질심사 다음달 1일
  1. 1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승헌 지난 25일 퇴원
  2. 2부산 아이파크, 30일 마수걸이 승리 사냥 나선다
  3. 3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4. 4부산시축구협회장배 동호인 대회 31일 개최
  5. 54사구 남발에 수비 집중력 부족... 롯데, 졸전 끝에 대패
  6. 6‘15년 롯데맨’ 배장호 은퇴
  7. 7불펜 수난 시대라 더 빛나는 거인 ‘철벽 삼총사’
  8. 8‘교체투입’ 백승호 분데스리가 2부서 첫 도움…소속팀 3-1 승리
  9. 928일 채리티오픈 개막…국내파 vs 해외파 2주 만의 재대결
  10. 10수비율 꼴찌(2019 시즌)서 1위로 뛴 롯데, 일등공신은 마차도
우리은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
납작만두
코로나시대 문화계 지각변동
포스트 코로나 영화산업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산비둘기(권정생 지음) 外
중독자의 죽음(M.C. 비턴 지음·지여울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인류 생존과 밀접한 11가지 약
황당했던 과거 과학 실험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오후 6시’ - 조은태 作
‘라넌큘러스’- 한운성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산딸나무 때죽나무 /임태진
오뚝이 /이영희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나는보리’ 김진유 감독
영화‘저 산 너머’ 최종태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종편이 연 트로트 오디션 열풍…지상파 편승 ·겹치기 출연 논란
일반인 출연자 폭행·불륜·미투 의혹…방송가 속앓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냥의 시간’ 장르도 없고 작가도 없었다
‘엽문’으로 본 홍콩 무술영화의 정치성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5월 28일
묘수풀이 - 2020년 5월 27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5월 28일(음력 윤 4월 6일)
오늘의 운세- 2020년 5월 27일(음력 윤 4월 5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從欲失性
明治維新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