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봄의 시작점에서

식물 산책 - 이소영 지음/글항아리/1만8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9 19:33:34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동네 어귀마다 메마른 가지 사이로 새하얀 목련꽃이 활짝 피었다. 점심을 먹고 지나가는 꽃집에서 파란 히아신스 화분을 사다 사무실 한쪽에 놓았다. 베란다의 화분들에는 저마다 움이 튼다. 좋아하는 블루베리 화분의 겨울눈 자리에 연한 새순이 돋았다. 화단을 가꾸는 엄마는 벌써 장미꽃이 피었다며 사진을 보내주셨다. 지난주에는 따뜻한 봄비가 내렸다. 볕도 따스워졌다.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이 지난다. 봄이 불현듯 우리 곁에 와 있다.

이상하게 봄의 단어에는 어떤 형용사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한 것 같다. 봄, 봄비. 생명이 시작되는 계절이기 때문일까. 그런 봄의 식물들을 체감하게 되는 날 다시금 이 책을 마주한다. 지난해 초여름, 제주도 남녘 서귀포 작은 동네 서점에서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서점을 들르기 전 제주 해안가에서 이름 모를 꽃과 푸르게 돋아난 온갖 식물들의 사진을 찍으며 식물이 가진 디테일을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점에서 식물을 그리는 사람이 쓴 책은 그날 내게 운명적인 만남처럼 느껴졌다. 고작 한 권의 책인데도.

식물을 그리는 직업, 그리고 식물을 관찰하는 방법에 대한 호기심에 덧붙여 세계 곳곳의 식물원을 산책하며 담담하게 쓴 일기장 같은 문장들과 사진들을 읽으면 저자가 가지고 있는 식물에 대한 애정과 연구자로서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한 장의 식물화를 그리기 위해 사계절의 변화를 지켜보며 주기적으로 하나의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일, 그려야 하는 식물이 있는 곳이 산속이든 어느 먼 외국이든 시간을 들여 찾아가 채집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책에서는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곧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셨다는 아버지의 삶이 저자의 삶으로 이어진 거라는 생각을 책의 말미에서 하게 된다. 꽃을 좋아해 언제든 꽃 사진을 찍어 보내시는 어머니의 삶이 봄이면 꽃 화분을 들여놓는 내 삶으로 이어졌듯이. 말이 없는 식물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록해 세상에 남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저자가 못내 부러운 건, 이미 시작되는 봄 내음을 맡아서일까.

묵묵히 삶을 살아내고 꽃을 피워내는 식물의 존재가 일상이 더는 일상적이지 않은 요즈음의 삶에 있어 내게 더더욱 필요한 것이 되었다. 겨우내 앙상하게 말라 죽은 줄만 알았던 가지에 푸른 잎이 돋아나는 순간들을 지켜보는 것에서 사소한 기쁨을 찾는다. 이제 봄의 기운을 느끼며 걷는 길에서 희망이 움튼다. 아직 겨울처럼 죽음의 기운이 만연한 날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푸른 생명의 싹이 틀 거라고 믿는다.

매거진 ‘다리 너머 영도’ 편집팀장·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5. 5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6. 6[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7. 7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8. 8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0. 10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