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주 루돌프연구소 소장
- 자폐 스펙트럼 장애 실례 소개
- 주위와 쉽게 동화하지 못해도
- 독특한 상상력 가진 사람들
- ‘자폐’ 낙인 대신 이해하기를
자폐 연구가 활발한 선진국에선 20여 년 전부터 자폐증 대신 ‘자폐스펙트럼 장애’(ASD·Autism Spectrum Disorder)란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1943년 처음 등장한 자폐증이 언어·사회성·행동에서의 심한 지체를 의미한다면, ASD는 증상은 약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장애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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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적 소통에 문제가 있지만 언어와 인지능력은 정상이다. 사진은 아스퍼거 증후군 기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왼쪽)와 툰베리. 국제신문 DB |
자폐증의 일종이지만 언어와 인지능력은 정상인 질환으로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이 있다. 지능지수는 평균 정도이거나 간혹 높은 지능을 보여 ‘고기능 자폐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감각과 행동 면에서는 저기능 자폐아와 똑같은 특징을 드러낸다. 그래서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며 반복행동에 열중하고 관심의 범위가 극도로 좁다. 감각은 지나치게 예민하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영화감독 팀 버튼,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 등이 아스퍼거 증후군 기미를 지녔다는 얘기가 있다. ‘환경소녀’ 툰베리도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다.
15년간 어린이 3000여 명을 진단하고 치료한 고윤주 루돌프연구소 소장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실례들을 소개하는 책 ‘루돌프 코는 정말 놀라운 코’를 냈다. 연구소 이름과 책 제목에 나오는 ‘루돌프’는 아주 특별한 코를 지닌 동요 속 사슴이다. 유별나게 반짝이는 코 때문에 놀림당하고 외톨이가 됐지만, 결국 놀라운 능력이 알려지면서 모두에게 새롭게 인식되는 사슴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과 루돌프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저자가 2005년 루돌프연구소를 설립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2011년 예일대 의대 김영신 교수와 고 소장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한국 아동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이 100명 중 2.64명으로 조사됐다’고 의학 학술지 ‘미국 정신과 저널’에 발표하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저자는 이런 자폐적인 아이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들이 ‘소통하지 못하는 특별함’이라는 남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아이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그래서 이해받지 못하며, 쉽게 소통하지 못해 다른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만남을 싫어하지도, 반사회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도 않다. 저자는 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는 의미의 ‘자폐’ 낙인을 찍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상담한 부모들 가운데는 자신이 아이를 잘못 키워서 ‘이상 성격’이 된 것이라고 자책하거나 자폐적인 아이를 집 안에서 격리해서 키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주위와 쉽게 동화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남다른 생각,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자폐적인 사람들의 별난 행동과 별난 취향이야말로 별난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 별난 생각들이 우리 인류에게는 축복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