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실처럼 층층이 쌓은 물감, 들판으로 피어나다

비닐에 담은 유화 물감 덩어리

  • 권용휘 기자
  •  |   입력 : 2020-03-23 19:44:47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손아귀 힘·호흡 만으로 흩뿌려
- 푸른 꽃 만발한 작품으로 변신
- 추상·구상화 조화보는 재미도
- 강혜은 ‘line-piece’ 맥화랑서

캔버스 위에 누에가 비단실을 뽑아낸 흔적일까. 얽히고설킨 가느다란 색선(色線)은 색채의 향연을 선사한다. 형채를 알아보기는 어렵다. 전형적인 추상화다. 한발 한발 뒤로 물러서자 그림이 점점 형태를 갖춰 간다. 푸른 들판에는 닭, 풀숲, 꽃, 집, 양이 놀고 있었다. 그림에는 추상과 구상이 가느다란 실선처럼 조화롭게 엮여 있었다.
강혜은 작가가 부산 해운대구 맥화랑에 전시된 ‘line-piece 1931’ 앞에 서 있다. 숫자 ‘1931’은 지난해인 2019년에 그린 31번째 작품이라는 뜻이다. 전민철 기자
강혜은 작가의 ‘line-piece’ 연작이 부산 해운대구 맥화랑에 전시됐다. 작가는 유화물감 덩어리에 손아귀의 힘만으로 적정한 압력을 가해 가는 색선을 캔버스에 층층이 쌓아 올린다. 캔버스를 바닥에 눕힌 채 허리를 숙여서 손아귀에 넣은 물감을 흩뿌리듯 작업한다.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
올해 64세인 그는 18년 전 이런 색선 작업을 시도했다. 이전에는 유화 위에 스크래치 기법을 사용한 이른바 지워가는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새로운 기법을 시작하려고 이런저런 구상을 하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는 부산에서 꽤 규모 있는 맞춤 옷집을 하셨다. 그래서 남는 실을 가지고 놀았다. 물감으로 실과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유화 물감은 끈적끈적해서 실처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떠올려 보면 내가 이런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작업으로 이어지는 데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물감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점도가 묽으면 실선이 굵게 떨어지고, 진하면 가늘게 떨어진다. 작가가 원하는 굵기의 선을 뽑아내려 국내는 물론 해외에 시판되는 물감 중 안 써본 게 없을 정도. 물감이 정해져도 비닐에 담은 물감을 손아귀 힘과 호흡으로 조절해 자유자재로 색선을 뽑기까지 숱한 실패를 거듭했다.

“처음에는 손에 너무 과한 힘을 줬는지 아프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지금은 손이 연장이 다 됐다. 원래는 손이 참 작았는데 지금은 농사를 짓는 남성의 손과 비슷하다.”

작가는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딱 중간 단계에 왔다’고 표현했다. “색선을 쓴 초기 작품은 매우 구상적이었다. 지금은 구상과 추상이 결합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에는 계속 봐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곱씹어 떠올려도 다시 보고 싶은 무척 추상적인 작품을 내놓고 싶다.”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미술대를 졸업했다. 최근에는 경남 양산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부산과 대구에서 20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고 있다. 독일 쾰른 ‘ART FAIR21’ 중국 베이징 ‘International Art Expo’ 미국 뉴욕 ‘Korean Art Show’ 대만 가오슝 ‘ART Kaohsiung’ 등에서 수집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시는 다음 달 12일까지.

권용휘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7. 7“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