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 “어짐과 의로움이 조화 이루고
- 자기 수양 게으름 없어야 군자”
- ‘의리·지조’ 늘 푸른 소나무 같이
- 21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 올바른 후보 선택 유권자의 몫
- 오늘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
- 후손들의 표심이 현명했는지
- 지하에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지난달 14일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1860~1920) 선생 손자인 최발렌틴 한국독립유공자후손협회 회장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별세했습니다. 그의 부고는 독립운동에 헌신한 최재형 선생의 삶을 반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 선생은 러시아군 식품 군납 등 사업으로 번 많은 돈을 러시아 한인의 독립운동과 임시정부를 위해 아낌없이 썼습니다. 특히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1879~1910) 의사 의거 지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안 의사가 최 선생 집에 머물며 사격 연습을 했고, 안 의사 거사 자금을 최 선생이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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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 김정희가 1844년 그린 ‘세한도’. 추사는 이 그림을 그린 경위를 밝힌 발문에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논어’ 구절을 인용했으며 ‘長毋相忘’이란 인장을 찍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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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저격한 안 의사는 뤼순 감옥에 수감됐고, 이듬해인 1910년 2월 14일 사형이 선고됐으며, 3월 26일 순국했습니다. 110년 전 바로 오늘입니다.
안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많은 유묵을 남겼습니다. 그 가운데 26점이 보물 제56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歲寒然後知松柏之不彫·보물 제569-10호)는 ‘논어’ 구절에서 따왔지요. ‘대한국인 안중근 서’(大韓國人 安重根 書)와 왼손 넷째 손가락 마지막 마디가 없는 손바닥 인장이 뚜렷합니다.
‘내가 한국 독립을 회복하고 동양 평화를 유지하고자 3년 동안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 2000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해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뜻을 이어 자유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자 여한이 없겠노라’. 안 의사 유묵을 보며 동포에게 고하는 마지막 글을 곱씹어 봅니다.
오늘은 중동 현악기인 우드 음악과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튀니지 출신 우드 연주가 아누아르 브라헴이 깊고 긴 강물처럼 유려한 연주를 선사하는 ‘The Astounding Eyes Of Rita’(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zU5WU_d7fsM)를 들으며 늘푸른 소나무의 속뜻, 자강불식을 찾아갑니다.
■의리와 지조 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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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인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 문화재청 제공 |
‘논어’(論語) 9편(자한) 27장을 보겠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십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 세한(歲寒)은 한겨울 추위입니다. 그 추위가 온 뒤에야 소나무(松·송)와 잣나무(栢·백)가 늦게 시드는 것(彫=凋·조)을 알겠다고 했습니다. 늘푸른 소나무, 의리와 지조의 상징으로 알려진 구절입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이 그림에 얽힌 제자 이상적의 인연으로 더욱 유명하지요.
이 구절에서 의리와 지조 이상의 의미를 구해보겠습니다.
앞서 ‘학불염 교불권’(學不厭 敎不倦)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그 호학의 뜻을 유지하기가 만만찮지요. 여기 다른 태도를 보인 공자의 두 제자가 있습니다.
먼저 공문십철 가운데 한 사람인 염구(염유)입니다. 6편(옹야) 10장입니다. 염구가 공자에게 하소연합니다. “스승님의 도(道)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힘이 부족합니다.” 공자께서 혼을 냅니다. “힘이 부족하다는 건 중도에서 그만둠이니 너는 스스로 한계를 짓는구나.” 중도이폐(中道而廢), 마지막 고개를 넘지 못한 염구는 결국 공자의 문하에서 쫓겨났습니다.
증자는 다릅니다. 증자는 ‘논어’에서 공자를 빼고 유자와 함께 ‘유이’하게 존칭인 ‘자’자를 단 사람이지요. 그의 말이 8편(태백) 7장에 있습니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인(仁)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삼으니 무겁지 않은가. 죽은 뒤에야 끝나니 멀지 않은가.” 개혁 과제가 산더미 같다며 교수신문이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인이라는 임무를 지었으니 어찌 무겁지 않겠으며, 죽은 뒤에야 끝날 일이니 어찌 멀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결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공자의 충고를 밝혀둡니다. ‘산을 쌓든 땅을 고르든 첫걸음과 마무리는 뜻을 낸 사람의 몫’(9편 18장)이듯 ‘호학의 길은 한결같아야 함을 밤낮 없이 흐르는 강물에서 알 수 있다’(9편 16장)고.
■자강불식 vs 자포자기, 우리 선택은
권세가 있으면 떡고물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 들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룹니다. 하지만 권세를 잃으면 발길이 끊겨 문 밖에 참새 잡는 그물을 칠 정도, 문외작라(門外雀羅)가 됩니다. 이게 세태입니다.
그래서 사마천이 기록했습니다. ‘한번 죽고 한번 사는 것으로 우정을 알 수 있다. 한번 가난해지고 한번 부자가 되는 것으로 세태를 알 수 있다. 한번 귀하고 한번 천한 것으로 우정이 드러난다’.(‘사기열전’ 급정열전·장세후 옮김·연암서가)
공자는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자강불식’(自强不息)입니다. “하늘의 운행이 강건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느니라.” ‘주역’(周易) 건괘(乾卦) 대상사(大象辭)에 나옵니다. 군자는 인의와 예가 조화를 이루는 호학인의 전형입니다. 하늘의 운행(天行·천행)이 강건하다는 건 자연이 쉼없이 변한다는 말입니다. 당연히 이에 맞춰 스스로를 닦아 수양에 게으름이 없어야겠지요. 호학인에 이르려는 증자의 임중도원과 중도이폐한 염구,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그 결과가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 자강불식과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보지 않는 자포자기(自暴自棄)입니다.
자포자기는 맹자가 잘 설명했습니다. “자신을 해치는 자와는 함께 도를 말할 수 없고, 자신을 버리는 자와는 함께 도를 행할 수 없다. 말할 때마다 예의를 비방함을 자신을 해치는 ‘자포’(自暴)라 하고, 나는 인을 행하거나 의를 따를 수 없다고 포기함을 자신을 버리는 ‘자기’(自棄)라 한다.”(‘맹자’(孟子) 이루 상 10)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仁人之安宅·인인지안택)이고 의는 사람의 바른 길(義人之正路·의인지정로)인데 편안한 집을 두고 거처하지 않으며, 바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겠습니까.
다시 늘푸른 소나무로 돌아왔습니다. 인과 의에 뜻을 두고 죽을 때까지 이를 이루려는 사람은 늘푸른 소나무처럼 푸르고, 시린 한겨울 그 푸름이 더 도드라지겠지요. 4·15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으려는 말의 성찬이 차려졌습니다. 우리는 전시 상태라는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겪고 있습니다. 늘푸른 소나무가 확인되겠지요. 이를 구별하는 밝은 눈도 그만큼 필요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영국 가수 브라이언 이노의 ‘By the River’(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iwfbnzKvxCs)와 함께 마치겠습니다. ‘우리가 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항상 물음표를 가집시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