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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전염병…승자는 언제나 인류였다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지음 /이규원 옮김 /산처럼 /2만 원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  |  입력 : 2020-03-26 19:56:4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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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만명 숨진 안토니누스 역병
- ‘예술가 질병’으로 미화된 결핵
- 공동체 협력이 퇴치 이끌어내

코로나19의 공포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현대 사회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 지구 온난화와 공장식 밀집 축산으로 인한 병원체 변이 등으로 전염병 확산의 위험이 커졌다. 사실 인류는 국가를 형성한 고대문명 초창기부터 전염병과 기나긴 전쟁을 벌여왔다. 천연두와 가래톳페스트(흑사병), 스페인독감, 장티푸스, 결핵 등 인류는 언제나 수많은 전염병과 싸워왔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에이즈,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전염병이 속속 출현했다. 인류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1918년 스페인독감이 유행하고 있을 때 미국 캔자스주 캠프 펀스턴에 설치된 구급병원의 광경. 스페인독감은 1918년 미국에서 처음 발병해 2년간 전 세계에서 5000여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산처럼 제공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라이트가 쓴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는 인류에 가장 큰 해를 끼친 전염병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고 어떤 피해와 공포를 일으켰는지, 또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해냈는지를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한 지역에 국한하지 않은 ‘국제화된 전염병’의 첫 사례는 서기 165~180년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절 유행한 전염병이다. 근동 지역에 파병됐던 로마 군인들이 병에 걸려 귀국하면서 이탈리아반도 전역으로 전염병이 퍼졌다. ‘안토니누스 역병’이라 불리는 이 병으로 500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사학자들은 이 병이 천연두나 홍역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핵은 유사 이래 가장 미화된 전염병이다. 19세기에 유행하는 동안 작가 화가 등 예술가들이 잘 걸리는 질병으로 여겨졌다. 세균성 질환이 아름답고, 고상한 상류층만 공략한다고 여긴 그릇된 관념은 이 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역사에 기록된 첫 ‘슈퍼 전파자’인 ‘장티푸스 메리’의 이야기도 실렸다. 아일랜드 이민자인 메리 맬런(1869~1938)은 1906년 뉴욕 근교의 한 부유한 가정에 요리사로 취직해 가족 전체를 장티푸스에 감염시켰다. 역학조사 결과 메리는 장티푸스 무증상 보균자로 밝혀졌다. 10년 가까이 여러 가정을 옮겨 다니며 20여 명에게 장티푸스를 옮겼고, 그중 1명은 사망했다.

저자는 전염병에 대항해 지도자의 리더십, 정부 당국의 대처, 언론의 역할과 함께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전염병은 한 사회 내에서 인구 구조와 노동 조건, 정치적 역학관계를 바꿀 뿐 아니라 지구적인 차원에서 문명의 형성·전파와 인간의 대규모 이주에도 영향을 미친다. 20세기 초에 유행한 스페인독감이나 기면성뇌염은 바이러스가 제풀에 지쳐 물러가거나 독성을 순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토니누스역병과 소아마비는 명백히 공동체와 지도자, 과학자가 힘을 합쳐 퇴치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안토니누스역병에 신속히 대응했기 때문에 로마제국의 몰락을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피할 수 있었다.

저자는 “공포에 굴복해 남에게 책임지우지 않는 한, 우리는 질병과 질병에 붙은 낙인을 이겨낼 수 있다. 서로가 아니라 역병과 맞서 싸울 때 우리는 단지 질병을 물리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전염병의 시대’를 살게 된 우리에게 유용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주는 흥미로운 역사책이다.

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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