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활동하는 하순희 시조시인이 새 시조집 ‘종가의 불빛’(고요아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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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순희 시조시인과 시조집 ‘종가의 불빛’. |
하 시조시인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1989년 ‘시조문학’ 천료, 경남신문(1991년)과 서울신문(1992년)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시조집 ‘별 하나를 기다리며’ ‘적멸을 꿈꾸며’, 동시조집 ‘잘한다 잘한다 정말’ 등을 냈다. 경남시조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마산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이번 시집에서 하 시인은 여성 고유의 시선과 목소리로 삶에 대해 탐구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감내하는 자세를 통해 더욱 깊어진 삶의 의미를 담아낸다.
‘산다는 건 애오라지 나를 견디는 일 / 으아리 목울대를 하얗게 뽑아 올려 / 풀무질 담금질 끝에 열린 날을 들어 올린다’(‘으아리꽃’ 중)
그는 또 어머니와 관련된 작품들을 통해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삶과 과거 어머니의 삶을 연결하면서 내면적 성찰을 보여준다.
표제시 ‘종가의 불빛’은 종가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여성의 삶을 통해 스스로 전통의 일부가 되어가는 시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에서 시인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발적인 여성성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반듯하고 포용력 있는 삶을 부단히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흔일곱 질긴 명줄 놓으시던 시할머니 / 담 넘는 칼바람에도 꼿꼿하던 관절 새로 / 한 생애 붉디붉은 선금 배롱꽃잎 흩날리고 // 어느새 종가가 되어 있는 나를 보며 / 대를 이어 밝혀주는 화롯불씨 환히 지펴 / 마음을 따뜻이 데우는 등불을 내다 건다’(‘종가의 불빛’ 중)
‘아흔 셋 길 떠나신 초계 정씨 내 어머니 / 자 하나 가위 하나 버선 한 켤레로 남으시다 / 바르게 / 선하게 살아라 / 그른 길은 자르거라’(‘어머니의 유산’ 중)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컵라면’, 아파트 미분양으로 사회적 현상을 다룬 ‘미분양 파랑 주의보’ 등 사회 현실을 꼬집는 시조, 관계의 본질을 묻고 답하는 시조,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을 표현한 시조까지 다채롭고 진지하다.
하 시조시인은 “두 번째 시조집 ‘적멸을 꿈꾸며’ 이후 15년 만에 냈다. 이번 시집은 실제로 종갓집 며느리로 살면서 겪은 경험이 담겼다. 전통부터 현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