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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의 아츠버스(ArtsBus)…유라시아를 달리다 <4> 한달여를 달려 유럽의 국경에 서다

기꺼이 숙소 내준 에스토니아 작가…현지 예술大 공연 깊은 인상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29 19:33:1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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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2000㎞ 달려 유럽에 첫발
- 한나절 걸린 깐깐한 입국심사
- 현지 예술가 인터뷰·공연 주선
- 떠날 땐 낡은 버스 정비 도와줘
- 아티스트 연대 사랑·평화 느껴

- 국경 넘으려 도착한 마을 발가
- 작은 다리만 건너니 라트비아
- 세계적 조각가 펠드버그가 만든
- 자연미술공원 찾았지만 공사 중
- 아쉬움 남기고 또 다른 국경으로

에스토니아 타르투 지역의 코고 갤러리(kogo gallery) 공연장에서 아츠버스 단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유럽일정 시작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에스토니아로 향했다. 이제 조금씩 지쳐가고 있음을 모두 느꼈다. 지난해 10월 3일 부산을 출발해 하루에 짧게는 500㎞, 길게는 1000㎞ 달리기를 한 달간 하니 누구라도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유럽일정이 시작되면서 새롭게 환기가 돼 다시 힘을 낼 수 가 있었다.

11월 5일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국경에서 입국심사를 기다렸다. 여행 중 처음 국경을 접하고 육로를 통한 입국심사이기에 약간의 긴장감과 흥분이 우리를 들뜨게 했다. ARTsBUS(아츠버스)가 그들에게도 생소한지 버스 구석 구석을 살펴보고 ‘정말 한국에서 왔냐’고 수차례 되물었다. 신기했던 것은 화물차와 대형버스는 방사능 검사를 한 후 통관이 된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예전에 러시아에서 방사능 핵물질의 밀수입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3시간 이상을 기다려 큰 건물 안에 차량을 주차한 후 차량 전체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방사능 검사를 받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에스토니아 입국을 허락받았다. 다시 러시아에서만 유효한 자동차 보험을 유럽의 보험으로 가입하고서야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점심부터 시작된 국경 통과 절차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제 진짜 ‘러시아 안녕~고마워 시베리안~’을 외치며 에스토니아 타르투(Tartu)로 향했다.

■인구 130만 명의 IT강국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국경마을 발가(Valka)에서 기념사진.
에스토니아 타르투에는 10년 전 일본 도쿄 인근의 아비코에서 개최됐던 아비코국제야외미술제에서 초대작가로 만났던 만 마를린 킨지코와 인도 작가 우다이 비르 싱이 결혼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나의 페이스북 ‘ARTsBUS 기행기’를 보고 우리가 에스토니아를 방문하는 것을 알고 초대해 주었다.

사실 한국에서 ARTsBUS의 일정과 방문 국가를 정할 때 유럽 각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내가 운영하고 있는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openarts)에 초대됐던 작가들을 염두해 두었고 SNS를 통해 미리 연락을 취했었다. 다행히 그들은 열렬히 우리를 환영했고, 기꺼이 자신의 집과 작업실에서 만찬을 열어 주었으며, 작업실을 숙소로 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타르투 도착 이튿날, 마를린의 소개로 타르투 포스트타임지와 인터뷰를 했다. 기자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에스토니아 타르투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했다. 40분 정도의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끝내고 타르투 예술 대학교를 방문했다. 예술학과 전공 교수들의 학과 설명과 안내를 받고, 퍼포먼스 공연 후 ARTsBUS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는 곳마다 그러했듯이 그들도 우리가 1만2000여㎞를 달려 에스토니아까지 왔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교수들과 학생, 학교관계자 등 100여 명이 우리의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를 보려고 모였다.

박현정의 가야금 음률을 재해석한 이광혁의 디제잉을 배경으로 언덕 작가의 퍼포먼스, 나의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퍼포먼스는 기본적으로 한국적인 음악과 소품들로 구성돼 있어 이곳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티스트 토크 시간에 ARTsBUS가 어떤 의미로 왜 그 먼 거리를 달려왔는지 이야기했고 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에스토니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인구 약 130만 명의 발트3국 중 하나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나라는 IT강국이었다. 1991년 8월 20일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의 보이지 않는 내정 간섭에 시달렸다고 한다. 2007년 소련군 동상 철수로 인해 에스토니아에 거주하던 러시아인들의 폭동이 일어났고, 이것이 계기가 돼 비공식적으로 러시아 해킹부대의 사이버 공격으로 국영은행이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 시스템이 해킹당해 큰 어려움을 겪은 후 절치부심해 지금의 IT강국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10만 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면 발급되는 전자영주권(e-Residency)이다. 유럽에서는 주민등록증처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전세계인들과 전자영주권이라는 연대를 통해 러시아의 내정간섭의 부당성을 알리고 극복했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다른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물리적 국경 밖에서 정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룩셈부르크 정부와 협상을 통해 국가정보 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이른바 ‘데이터 대사관(Data Embassy)’이다. 이를 통해 에스토니아는 국경 없는 지구촌을 만들고자 하며 누구라도 원하는 이가 있으면 전자영주권으로 에스토니아의 사이버 국민이 될 수 있다. 정부 또한 물리적 국토에 구애 받지 않는 미래형 국가를 만들고 있었다.

ARTsBUS가 물리적 국경을 넘고 유라시아를 지나면서 세계인들과 소통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면 에스토니아는 국가 차원에서 IT기술을 활용한 ‘국경 없는 사회’를 통해 세계인들과 함께 평화를 구축해가고 있는 듯 했다. ARTsBUS도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하며 문화예술을 매개로 세계인들과 연대를 형성하며 작은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뿌듯했다.

만 마를린 킨지코는 떠나는 우리가 걱정이 돼 지인이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소를 소개해 주었다. 1만2000km 이상 시베리아를 달려 잔고장이 난 ARTsBUS는 운 좋게도 전체 정비를 받을 수 있었다. 아침일찍 자동차 정비소까지 직접 와 준 마를린에게 지면으로나마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마치 지난달에 만난 친구처럼 우리를 반갑게 대해준 마를린 부부와 그의 가족들이 보여 준 친절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사랑으로 남아있다. 최소한 그들과 우리는 아티스트 네트워크라는 작은 연대를 통해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차량 수리를 끝낸 ARTsBUS는 우다이가 소개한 라트비아‘ Pedvale Open Air Museum’ 레지던스로 향했다.

■작은 개천·작은 다리가 국경선

도로를 달리는 동안 우리는 두 나라간 국경이 매우 궁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궁금해하던 국경을 만났다. 1920년 7월 1일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사이에 국경선이 확정되면서 둘로 나뉘게 된 발가(Valka)라는 국경마을을 만났다. 마을 사이로 작은 개천이 흐르고 그위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에스토니아에서 라트비아로 연결되었다.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이정표만이 국경을 표시 할 뿐 그 어떤 장벽이나 방해물도 없었다. 대원 모두 ‘여기 국경이 맞아?’라며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퍼포먼스도 하였다.

저무는 햇살의 공기, 구름, 물, 나무, 새 모든 것이 자유롭고 평화로웠다. 국경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거야? 고정관념 속의 국경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우리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국경을 가질 수 없을까?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하는 동안 일행은 침묵했다.

그렇게 시골길을 3~4시간 달려 페드발레 야외조각공원(Pedvale Open Air Museum)에 도착했다. 200헥타르(200만 ㎡)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라트비아 최대의 야외자연미술공원이다. 도착했을 때는 불행히도 2020년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여서 머물 수는 없었다.

전 세계 조각가들이 설치한 작품들로 채워진 이곳은 라트비아의 세계적인 조각가 오자르 아르비드 펠드버그(Ojars Arvids Feldbergs)가 평생을 바쳐 만든 곳으로 매년 전·하반기 두 차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공원 전체를 투어하고 나와 언덕 작가가 퍼포먼스를 하고 오자르 작가와 짧고 아쉬운 대화를 끝으로 그곳을 떠났다. 그에게 올해 일정이 서로 맞으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는 북유럽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ARTsBUS 만세”를 부르며 또 다른 국경을 향해 달렸다.

시각예술가·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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