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R 서비스·학예연구사 해설도
- 수도권과는 채널·조회수 격차
- 완성도 있는 콘텐츠 제공 과제
코로나19 사태로 공공미술관의 장기간 휴관이 이어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작품 전시가 새로운 관람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시·공간의 구애 없이 SNS를 통해 동영상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VR 전시를 하는 등 온라인 전시 시대가 앞당겨졌다는 점에는 긍정적이지만, 관람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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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온라인 전시로 진행 중인 ‘시오타 치하루’ 전의 한 장면. |
■지역 첫 온라인전… 큐레이터 전면에
6일 부산현대미술관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윤성필 작가의 작품 ‘액체 조각 프로젝트(Liquid Sculpture Project)’를 촬영한 영상에 마우스 포인터를 눌렀다. 테이블 위에 놓인 기름방울이 움직이는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는 20초가량의 영상이 나온다. 자석을 이용해 액체가 순간적으로 형상을 만들어내고, 중력에 의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다.
또 다른 영상을 클릭하자 저절로 움직이는 못, 가위, 신발이 나왔다. 최수환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못’ ‘가위’ ‘신발’로 움직이지 말아야 할 일상의 사물들이 특별한 동력이 부여되는 순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Emotion in Motion’에 전시된 작품이다. 기획전 ‘기술에 관하여’와 소장품전 ‘오늘의 질문’에 전시된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유튜브 등 SNS에 VR 전시와 학예연구사(큐레이터) 전시 투어를 선보였다. 학예연구사는 기획전시 전반을 준비해야 해 작가 못지않게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전시장 작품 설명은 주로 도슨트가 맡아 관람객에게는 감춰진 존재였다.
미술관 측은 이번에 기획전시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3-김종학’, 소장품전 ‘유에스비’(USB, Universe Society Being)를 온라인에 선보이면서 그들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학예연구사가 나와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을 설명해 호응을 얻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의 학예연구사 전시 투어 영상은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상영시간은 30분~1시간 정도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시오타 치하루’ 전시와 ‘김종학 전’은 VR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라 두 미술관은 온라인 전시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시민이 큐레이터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타 지역에도 지역의 공공미술관 전시와 작가를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새 시도 호평… 장비·인력 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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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에스비’ 전을 온라인에서 소개하고 있는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지역 공공미술관의 온라인 작품 감상 시도는 눈에 띄었지만 부산현대미술관의 경우, 동영상 재생 시간은 짧게는 16초, 길게는 27초에 불과해 여유를 두고 작품을 살피고 여운을 즐기기에는 부족했다. 작품 설명도 짧아 미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작품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전 부산현대미술관 유튜브 기준으로 조회수 100건이 넘는 온라인전시 영상물은 없었다. 인스타그램은 사정이 조금 나아 500~1000건 정도를 기록했다. 부산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 개설일은 2018년 7월 19일로, 동영상은 24개 조회수는 총 6713회였다. 부산시립미술관도 2015년 7월 24일에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했지만 지금까지 올라간 동영상은 34개, 총 조회수는 1만8027회다.
문제는 관련 인력과 장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학예연구사 전시 투어 영상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만든 영상이다. 이번처럼 1, 2분짜리 짧은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긴 영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수도권은 온라인 전시에서도 앞서 나갔다. 2013년 5월 개설된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은 동영상 554개, 조회수 177만5092회에 달했다. 사립미술관인 사비나미술관(서울 은평구)은 가상현실을 이용한 ‘버추얼 미술관’을 운영하며, 홈페이지의 ‘디지털 뮤지움’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총 29편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지역 공공미술관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하면 현장에서 보는 것 못지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전시 작품도 많아서 수년 전부터 VR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가 학예연구사들 사이에 화두로 떠올랐다”며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큰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산과 인력 등을 보강해 온라인 전시를 강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