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상반기 행사·축제 예산 삭감을 검토하자 부산 지역 영화제가 일제히 “도리어 실업자를 만드는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6개 지역 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국제단편영화제·독립영화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평화영화제·푸드필름페스타)는 최근 “부산시는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일방 통보한 예산 삭감·환수 조치, 행사 취소 권고를 전면 철회하라”는 연대 성명을 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부산은 영화·영상에 대해 전략적 정책을 펼쳐왔고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각기 특색을 가진 중소 규모 영화제를 기반으로 ‘영화도시’, ‘유네스코영화창의도시’로 성장해왔다. 지역 영화 산업의 기반인 영화제가 별다른 대책 없이 일방 중단 된다면 ‘영화도시 부산’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시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지자체 부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반기에 행사·축제를 대상으로 예산 삭감 검토를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지역 영화제 가운데 이달에 개최하려다 8월로 연기된 국제단편영화제, 6월 예정이었다 11월로 미뤄진 평화영화제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각각 시비 3억 8000만 원, 3000만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영화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열리는 나머지 영화제 역시 예산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연대는 시의 결정이 국내외 상황에 역행할 뿐 아니라 문화·예술 종사자를 극단으로 내모는 일이라 비판했다. 이들은 “(영화인의)생존과 직결된 예산을 환수·삭감하여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모순이자 예술 종사자들에 대한 차별이며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시의 행사·축제 예산 삭감이 영화제를 포함한 문화계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영화도시 부산’에서 영화제는 단순 축제가 아닌 산업을 이루는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시의 정책이 근시안적이라는 우려가 이어진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이해하지만 대안 없는 예산 삭감과 행사 취소 검토는 영화제 인력과 영화인의 생계는 외면하는 정책이자 문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결정”이라며 “단순히 연기·취소의 문제가 아니다. 개최 소식이 이미 알려져 있고 출품작 선정까지 완료된 영화제들의 개최가 불발된다면 부산의 국제적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 예산만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상황, 현재 행사 준비 진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예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