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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구상 오가는 거침없는 붓질…‘설악산 화가’ 60년 작품세계

부산시립미술관 김종학 회고전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5-05 19:12:04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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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작 20여 점 등 210점 전시
- 독자적 ‘한국 산수화’ 한자리에

“구상을 하다 보면 추상이 생각나고, 그래서 추상을 하니 구상이 생각나는 등 방황하는 시간이 길었다. 설악산에 들어가고 나이 40이 넘어서 그 방황이 끝났다. 그렇지만 그런 방황과 갈등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그림은 못 그렸을 것이다.”
   
김종학 작가가 1987년에 그린 작품 ‘폭포’ 앞에 서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 3층에서 코로나 이후 첫 전시 ‘한국 현대미술작가 조명 Ⅲ’이 열리고 있다. 일명 ‘설악산 화가’로 불리는 김종학(83) 작가의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으로 210점이 전시됐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초기작 20여 점과 수천 점에 달하는 드로잉·판화 등에서 선별한 작품 100여 점도 포함돼 그의 60년 작업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거침없는 붓질로 한국의 산수를 독자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작은 추상. 26세인 1962년 전위미술 선봉단체로 꼽히는 ‘악튀엘’ 창립전에 출품하는 등 41세 때까지 추상미술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이 시간 동안 작가는 구상과 추상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했다. 1977년 미국 뉴욕 프랫 예술대학 그래픽센터에서 공부하면서 구상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당시 작가 60%는 추상화를 했고 나머지는 구상화를 했다. 그런데 낡은 구상이 아닌 새로운 구상, 즉 추상화의 영향을 받은 구상화였는데 눈을 사로잡았다. 그때부터 아크릴 물감으로 정물화를 그리는가 하면, 한지에 붓과 먹을 사용해서 뉴욕 거리를 표현하는 등 구상화를 시작했다.”

2년 후 귀국해 설악산에 칩거했다. 봄·여름에는 꽃·나무·곤충, 가을에는 하루가 다르게 갈색·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낙엽과 들판, 겨울에는 눈 덮인 산을 그렸다. “(설악산에 들어가고) 봄이 오니 꽃이 피고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꽃은 색의 근원이다. 생강꽃·민들레·할미꽃을 보니 상당히 원색적인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화단은 꽃 그림 그리는 화가를 ‘한물 갔다, 타락했다’며 낮게 평가했다. 개의치 않고 좋아하는 것을 그렸다. 꽃을 그리는 화가를 타락한 화가로 여기는 풍조에 반발하는 것도 있었다.”

입산 후 수년이 지나자 추상과 구상 사이에 방황은 끝났다. 1986년 50세에 서울 예화랑에서 설악산 시대 화풍을 처음 선보였다. 나비가 검정이고, 벌이 빨강인 추상과 구상이 결합한 자유분방한 그림이었다. 이후 작가는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고 대중적 인지도까지 얻었다. 몸값도 한국 생존 화가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장에서는 그의 작품 ‘설악산풍경(캔버스에 유채, 97x130.5cm)’이 6500만 원에 팔렸다.

작가는 복잡하고 빠르고 힘차고 박력 있는 기운생동(氣韻生動) 하는 그림을 강조했다. “바람에 날리는 나무와 풀이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징한 감동을 주는 것. 순간에 그린 듯한 느낌을 줘야 한다. 아무리 색을 잘 쓰고 배치가 좋아도 꿈틀거리는 기운이 없으면 좋은 그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그려야 한다. 그래야 화면이 다양해지고 힘차 보이고 완성도가 올라가 기존 구상화와 달라진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예약제로 운영한다. 예약은 부산시립미술관 홈페이지(art.busan.go.kr)를 통해야 한다. 사전예약제 기간 무료 관람. 전시는 다음 달 21일까지.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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