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탄 직전 대학의 부활 보고서
- ‘와세다대학의 개혁’ 번역 출간
- 학령인구 급감 한국서 참고할만
- 대학 자율성 보장 직선제 총장
- 조직 구조조정·혁신 불가 한계
- 외부영입 등 절충안 검토 필요
- 퇴임 후엔 개교 90주년 맞춰
- ‘2036 부산대 미래보고서’ 집필
- 다양한 형태로 부산 기여 모색
-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미래
- 예측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
- 우공이산·본립도생 새겨야
전호환(62) 부산대학교 총장은 국내 국립대 중 유일하게 직선제로 선출됐다. 부산대 처음으로 공대(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출신 총장이란 기록도 세웠다. 이제 임기 4년의 결승점에 다다랐다. 오는 11일 퇴임식을 앞두고 최근 ‘와세다대학의 개혁-재정의 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 없다’를 번역해 발간했다. 국립대 총장으로서 일본의 대표 사립대의 개혁 방안을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최근 부산대를 찾아 4년간 소회와 출간의 의미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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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1일 4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자신이 쓴 액자 앞에서 글귀 중 하나인 ‘호시우보(범의 눈과 같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소처럼 묵묵히 걸어가라)’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얼마 전 ‘와세다대학의 개혁’을 냈다. 퇴임 직전 대학 운영과 개혁에 관한 책을 내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 하다.
▶2016년 총장을 맡은 뒤 4년이 흘렀다.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특히 거점 국립대학을 이끌었던 총장으로서 대학혁신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정원도 못 채우던 일본 대학이 급증하던 때 와세다대학 부총장인 저자가 재정개혁을 통해 파탄 직전에서 학교를 부활시킨 개혁의 기록보고서다. 일본 최고의 사립대학이 어떻게 재정개혁을 이루고 교직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립, 국립 모두 상황이 같다. 지난해 30만 명이 태어났는데, 올해 입학 정원만 56만 명이다. 18년 뒤 30만 명이 다 입학해도 현재 대학의 3분의 1이 없어져야 한다. 와세다대의 개혁에서 눈여겨봐야 할 정책과 메시지가 많다.
-2018년에는 ‘펜의 힘’이라는 번역서도 출간했다. 제목을 보면 언론학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인 것 같다.
▶원제목은 ‘딜레인의 전쟁(Delane’s War)’이다. 크림전쟁(1853~1856)의 실상을 간호사 나이팅게일과 타임스 신문(편집장 존 딜레인)이 폭로해 영국 내각을 무너뜨리는 내용이다. 전쟁 발발 4개월 만에 2만 명 넘게 사망했는데, 이 중 77%가 전투와 상관없는 질병으로 죽었다. 이 책은 정부의 거짓말과 무능을 ‘데이터’라는 진실과 펜의 힘으로 고발하고 정의를 바로 세운 보고서다. ‘의미 있는 데이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학교 최초의 공대 출신 총장이다. 공학도 총장의 강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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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최근 출간한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공대 교수들은 통상적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기획 발표 평가 보고 마무리가 몸에 배어 있다. 그만큼 의사 결정이 빠르고 실수가 발견되면 재빨리 수정한다. 이런 점 때문인지 공대 출신 총장이 느는 것 같다.
대학은 미래를 이끌 훌륭한 융합인재를 배출하는 곳이기에, 그만큼 독서량이 중요하다. 특정 전문분야 지식도 중요하지만 오늘날처럼 초연결 네트워크 세상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집단지성과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해답을 찾고 문제를 푸는 창의적이고 통섭적인 융합 인재, 탄탄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 제 책을 통해 이런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간 ‘책 읽는 대학’을 강조하신 걸로 안다. 대표적인 인문학 및 독서 강화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올 1월에 학생 4명의 비평문집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도 개최했다. 학생들이 4년간 대학 생활 중 읽은 책의 비평문을 50편 쓰면 그 학생 이름의 ‘단독 저서’로 출간해 주는 ‘고전·명저 비평문 저자되기’ 사업의 결과물이다. 학생들과 독서클럽도 진행하는데 희망자가 몰려 올해는 두 개 그룹으로 분반했다. ‘이기적 유전자’ ‘총균쇠’ 등을 읽고 토론했다.
-대학과 도시의 상생발전을 역설하며 총장님 주도로 부울경 발전 민관협의체인 ‘동남권발전협의회’가 설립된 지 1년이 됐다.
▶사람이 머리만 건강하다고 해서 심장까지 튼튼한 게 아니다. 극심한 수도권 편중과 일극 체제에 맞서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풀어갈 또 다른 중심축이 동남권인 부산 울산 경남이다. 부울경은 대한민국 경제 고도성장의 심장이었지 않나. 그간 행정·상공계 등 개별적으로 운영돼온 부울경 협력구조를 통합적인 협의구조로 확대하기 위해 ‘동남권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균형 발전은 교육의 균형 발전으로 가능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교육 선진국의 우수 대학 대부분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역에 골고루 흩어져 지방 발전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지역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연구중심대학의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대도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한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해 지역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
-전국 국립대 중 유일하게 직선제로 총장이 되셨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의 폐해도 이야기한다.
▶직선제를 통해 국가의 입김을 막고 대학의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직선제 총장은 대부분 그 학교에서 다수 교수와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구조조정이나 혁신을 추진해 나가기는 어렵다. 저 또한 임기 동안 학내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직선제 총장으로서 직선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이유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다른 대학에서 연구력과 리더십이 검증된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하면 이사회나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국가가 개입하지 못하는 구조다. 미국에서는 대학을 ‘창조적 무정부주의’로 부르는데 우리대학의 대부분은 그저 ‘무정부주의’라는 생각이 든다.
-4년간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참으로 어려울 때 이 자리에 섰다. 2015년 8월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면서 교수님이 희생하는 사건이 있었고, 전전 총장은 학내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학교 현안 관련 소송도 6, 7건이 진행 중이었다. 취임 당시 가장 역점을 뒀던 점은 구성원 간의 화합과 소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했다. 부산대 구성원과 동문, 부산 시민 모두가 참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퇴임 후 어떤 계획이 있나.
▶현재 쓰고 있는 ‘2036 부산대 미래보고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2036년은 부산대 개교 90주년이 되는 해다. 부산대 100주년을 준비하는 것이 더 의미가 크겠지만 너무 먼 미래 같고, 6년 후인 2026년은 너무 가깝기도 해서다. 그리고 서두에 말씀 드린 크림전쟁에서 나이팅게일과 그 전쟁에 참전했던 톨스토이가 서로 만나지 않았겠나를 가정해서 둘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도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대학은 지역 거점 국립대학의 사명을 다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아온 올곧고 참다운 대학이다. 문제는 미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나라와 대학이 어떻게 변해갈지, 어떤 위기와 도전이 닥쳐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맞서기 위해 기본을 분명하게 세우고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우공이산(愚公移山),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부산대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교수, 학생, 직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잘 해 나간다면 부울경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로서 시민의 자부심과 긍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도 다양한 형태로 부산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