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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10> 제9곡-지기불가이위지자

불가능한 줄 알면서 하려고 한 공자의 뜻, 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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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육강식 경쟁 춘추시대
- 仁治라는 새로운 깃발 든 공자
- 더불어 사는 세상 필요성 설파

- 세계관 다른 이들이 손가락질
- ‘상갓집 개’ 핀잔 들으면서도
- 현실 바꾸려고 끊임없이 노력

-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 소득 양극화 해소·남북화합 등
- 힘들어도 노력해야 ‘꽃길 미래’

‘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은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양손으로 홀을 쥐고 두 겹의 화려한 관을 쓴 공자. 조선 유학자 송시열의 후손인 송내희(1791~1867)가 그렸다. 소박한 공자 초상을 둘러싼 찬문은 ‘만세지종장’ 등 유가의 종조를 받들려는 지극한 표현이 가득하다. 공자를 비롯해 주자 기자 제갈무후(제갈량) 송시열 등 초상 5점이 2017년 7월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182호로 지정됐다. 동아대 석당박물관 제공
정호승 시인의 ‘봄길’ 끝부분입니다. 감상적인 사랑 타령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신뢰와 종교적인 믿음이 굳건한 시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리라 짐작합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관수세심(觀水洗心), 거울처럼 자신의 마음을 비춰보는 성찰의 시간이 많겠지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욱 명징하게 떠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뜻을 세우고 스스로를 갈고 닦아 행하려는….

‘남을 앎이 지혜라면 스스로를 앎은 밝음이다. 남을 이기는 것이 힘이라면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 정말로 강함이다. 만족을 앎이 부라면 힘써 실천함은 뜻있음이다. 제자리를 잃지 않음이 오래 가는 것이라면 죽어서도 잊히지 않는 것이 오래 사는 것이다’.(‘노자’ 33장)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 정말로 강함(自勝者强·자승자강)이라는 구절에 주목합니다. 자승은 자기를 이김(克己)이고, 극기는 인(仁)을 이루는 길이니, 이런 사람이 바로 성인이지요.

지금은 동양 사상의 바탕을 이룬 성인으로 모시지만 당대엔 평가가 하늘과 땅 차이였던 공자였습니다. 인치(仁治)라는 높은 뜻만큼 이름을 널리 알렸으나 폄훼하는 이도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상갓집 개, 상가지구(喪家之狗)라는 혹평이 나왔겠습니까. 뜻을 펼치고자 주유열국,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던 공자를 빗댄 말입니다. 단순히 정치권력 쟁취가 아니라 아니라 대동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였습니다. 공자의 뜻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하려고 하는 사람’, 공자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공자 삶의 원동력은 권력욕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주체가 되려는 의지”라고 했지요.



   
차분하게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듯, 에스토니아 출신 작곡가인 아르보 패르트의 ‘Spiegel im Spiegel’(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TJ6Mzvh3XCc)을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공자를 향한 당대의 비판

‘논어’(論語) 14편(헌문) 41장. 공자를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하려고 하는 사람’(知其不可而爲之者·지기불가이위지자)으로 표현한 구절이 나옵니다. 성문을 지키는 이름 없는 이, 또는 문지기로 숨어 사는 현인이 자로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는 주나라가 만든 봉건제가 붕괴되며 제후들이 각자도생하는 시기였습니다. 각자도생은 피 튀기는 경쟁, 약육강식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 이면엔 철기라는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 있습니다. 철기를 사용하면서 생산력이 증가했지요. 이를 독점하려는 다툼은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지적처럼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되는 일입니다.

‘부국강병’으로 이를 합리화하는 시대에 공자가 인치(仁治)라는 새로운 깃발을 세웠습니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하려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공자는 이상주의자이면서도 철저히 현실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실패할지언정 현실을 고쳐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고 모든 인간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했습니다. 그 반대편에 현실에서 한발짝 비껴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딴지를 거는 또 다른 장면이 18편(미자) 6장입니다.

등장 인물은 숨어 사는 현인 장저와 걸닉, 그리고 이들의 시니컬한 태도를 견디는 자로와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는 공자. 사람을 피하는 사람, 피인지사(辟人之士)로 사느냐, 세상을 피하는 사람, 피세지사(辟世之士)로 사느냐는 세계관의 충돌입니다. 장저와 걸닉이 보기에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니면 결코 곁을 허락하지 않는 피인지사입니다. 반면 자신들은 어지러운 세상과 담 쌓은 피세지사를 자처합니다. 가신이 제후를 능멸하고 힘 없는 사람은 사람 대접을 못 받는 세상이라면 차라리 숨어 살자는 주장과 그런 세상을 더불어 살 만한 곳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합니다.

공자의 생각은 확고합니다. “새나 짐승과는 함께 무리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사람과 같이 어울리지 않고 누구와 살겠는가.” 이것이 상갓집 개라는 비아냥거림에도 꿋꿋하게 지키려했던 공자의 뜻이었습니다.

■고난과 실패, 뒤집으면 꽃길

하지만 세상은 점점 공자의 뜻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15편(위령공) 34장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람에게 인은 그 절실함이 물이나 불보다 더하다. 나는 물에 빠지고 불에 뛰어들어 죽은 사람을 본 적은 있으나 인을 실천하다가 죽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만큼 인을 제대로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의미겠지요.

공자가 그 까닭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도(道)가 행해지지 못하는 이유를 내가 알겠으니, 지혜로운 자는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가 밝아지지 못하는 이유를 내가 알겠으니, 현명한 자는 지나치고 못난 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중용’ 4장-1)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공자의 흙길이었습니다. 하지만 2500년을 지나온 지금 생각해보면 그 흙길이 오늘의 성인을 만든 꽃길이 아니었느냐고 되묻게 됩니다. 온전하게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하려는’ 외길을 걸었기 때문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꽃길로 만들어야 할 흙길은 무엇일까요. 어린이와 노인에게 꿈과 휴식을 주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편안하고,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남과 북이 서로 화합하고, 기후변화 등 지구적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희망의 흙을 한 줌씩 더하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봄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미국 포크 싱어 알로 거스리의 ‘When the Ship Comes in’(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NIYCBoEOJq8)를 감상하며 마치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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