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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설치미술·느린 영상…기술 활용한 움직임의 미학

‘Emotion in Motion’ 전시회, 7월26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서 국내외 작가 9명 작품 16점 선보여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5-10 18:57:4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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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비올라 ‘the lovers’ 등과 교감

전통적인 회화에서 말이 달리고, 발레리나가 아름답게 춤을 추고, 플랫폼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어 오는 증기기관차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렇지만 이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듯한’ 찰나를 포착한 정지된 한 장면에 한정됐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동시대 미술에서 ‘움직임’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이렇게 구현되는 작품은 현대 과학기술의 척도를 보여줄 수 있지만, 미술 본연의 감성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동시대 미술가들에게 ‘기술을 어떻게 통제해 움직임과 감성을 선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설치미술팀 KEEN의 ‘아무도 살지않는다’. 폐가 등에서 수집한 문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저절로 문이 열고 닫힌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작가들이 이런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기술을 활용한 움직임으로 감성을 소통하고 교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Emotion in Motion’ 전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듀오 1팀과 작가 7명이 선보인 영상·설치·뉴미디어·사진 작품 16점이 전시됐다. 부산과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들은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움직임에 특별한 표정과 언어를 녹여내 관람객과 작품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유도했다.

2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망가지고 녹슬고 낡은 문 150여 개로 만든 설치미술 ‘아무도 살지 않는다’가 있었다. 정찬호 작가와 김수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 KEEN이 제작한 작품으로 문은 지역 폐가에서 모았다. 문 곳곳에는 LPG 가스집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와, 깨진 유리에는 옛날 신문이나, 대중가요 가수의 30년 전 잡지 사진이 붙어져 있어 세월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품 속을 거닐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저절로 닫히고 열렸다. 철거당하기 직전 재개발지역 골목길을 거니는 묘한 향수에 빠졌다. ‘저런 문 뒤에는 누가 살았구나’ 하는 기억도 떠올랐다. KEEN은 “문으로만 이뤄진 골목을 재현해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문들은 이쪽과 저쪽 사이에 경계를 만들지만, 문 뒤편은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빌 비올라의 2005년 작품 ‘the lovers’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이다. 두 남녀가 물대포와 같은 긴박한 상황을 만났을 때의 움직임을 극단의 느린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서로를 격하게 안으면서 지키는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각각 배려하는 감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장지아 작가는 여성의 성과 노동을 주제로 한 영상작품 ‘아름다운 도구들3’을 선보였다. 영상에 나오는 기구는 1950년 사용된 마차, 전차 바퀴를 모아 만들었다. 이 기구의 바퀴에는 새 깃털이 달려 있어, 의자에 올라 바퀴를 굴리면 다리 사이를 스치게 고안됐다. 영상 속 여성들은 의자에 앉아 바퀴를 굴리며 기독교 성가를 부른다.

장 작가는 “바퀴는 중세에 신체를 절단하거나 뼈를 부러뜨리는 고문도구로 쓰이기도 했다”며 “이번 작품에는 바퀴를 굴리면 노동의 고통과 성적환희의 순간을 공유하는데, 행위가 유사해도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작가의 성 소수자와 관련한 메시지를 담은 사진 작품 ‘O-N-M-Y-M-A-R-K-!(나를 따르라)’도 눈길을 끌었다. 이성애자·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트랜스젠더 10여 명에게 몸에 ‘키스마크’를 새기도록 하고 이를 촬영했다. 전시는 오는 7월 26일까지. (051)220-7400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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