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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9> 양산 배내골 곰취

뒷산의 곰 발바닥 모양 이 이파리… ‘산나물의 제왕’이로소이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2 19:52:4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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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지역 야산 폭넓게 자생
- 할머니들 곤달비로 착각
- 몇 뿌리 캐와 텃밭 심어두고
- 쌈 싸먹다가 재배하게 돼

- 향긋하면서도 쌉싸래한 맛
- 입 안에 그윽하게 맴돌아
- 삼겹살·웅어회와 최고 궁합
- 튀김·장아찌로 먹어도 풍미

한때 부산 금정구 노포장에서 촌 아낙들이 채취해온 곤달비로 몇몇 봄을 난 적이 있었다. 나물 향이 유난히 좋아 쌈을 싸거나 삼겹살을 얹어 먹기에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향긋하면서도 달그래한 곤달비의 풍미는 겨울을 난 몸을 일찍 일깨우고 싱그럽게 해줬다. 곤달비는 양산의 야산에 자생하는 국화과의 큰 이파리 봄나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전남 홍도가 특산 자생지로, 남부지방 야산이나 산간지역 등에 폭넓게 자생한다. 양산에는 영남알프스 지역을 중심으로 소량 자생하고 있다.
경남 양산 배내골 향토음식점에서 봄나물 중의 제왕이라 할 만한 곰취쌈에 삼겹살 한 점을 올려놓았다.
얼마 전 남부지방의 대표적인 봄나물 곤달비를 취재하기 위해 수소문 끝에, 양산시청 위생과 손정일 과장에게 곤달비 마을을 소개받았다. 평소 양산 향토음식과 관련해 시정 자문을 해왔던 인연이었다. 양산 원동면 대리. 일명 배내골로 통하는 한 마을이었다. 마침 점심 무렵이라 향토음식전문점 대추나무집에서 하선근(57) 마을이장, 박상환(61) 곤달비 작목반 회장, 김종범(58) 작목반 총무 등과 ‘곤달비 밥상’을 받았다. 각양각색의 곤달비 음식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나 필자가 받아든 나물은 곤달비가 아닌 곰취였다. “이거, 곰취 같은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김 총무가 “맞습니다. 이거 곰췹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적잖이 당황해하는 필자를 향해 “양산 쪽에는 이 곰취가 곤달비로 통합니다. 얼마 전까지도 곤달비로 알고 재배를 했고요”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남부지방에는 곰취가 잘 안나요. 대부분 곤달비지요. 우리 마을 뒷산에 자생하는 것을 마을 할머니들이 곤달비로 알고 몇 포기씩 캐서 마을에 심은 것이 최촌데,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해보니 곰취라는 겁니다. 그때서야 우리도 곰취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도 지금껏 곤달비로 생산하다보니 곤달비로 유통을 합니다.”

부산의 마트 몇몇 곳이 곤달비란 이름으로 곰취를 팔고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 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가격도 곤달비보다 곰취가 비싸니 곰취를 곤달비로 파는 것에 대해 별다른 악의는 없었을 것이다.

사진 위쪽부터 곰취숙채, 곰취튀김, 곰취쌈, 곰취장아찌.
곰취와 곤달비는 그 모양새와 맛, 활용도 등에 있어 너무나 흡사하여 그 구분이 쉽지가 않다. 때문에 곰취와 곤달비가 구분된 것도 1980년대에 이르러서이다. 그 이전에는 이 둘 모두가 곰취로 불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곰취는 봄나물 중에 가히 제왕이나 할 만큼 그 크기나 향, 맛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조선후기 신계영이 지은 연시조 ‘전원사시가’의 내용 중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젓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 취 한 쌈 입에 넣고 국 한번 마시나니, 입 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 아깝도다”라는 구절을 봐도 그 풍미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곰취는 곰 발바닥처럼 생겼다고 곰취라 부른다고들 한다. 하트 모양으로 둥글고 이파리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뾰족하다. 줄기에 붉은 줄무늬와 홈이 파여 있다. 자생 환경은 토양 속 수분은 많되 배수가 잘되어야 하고 볕은 잘 들어야 하지만 직사광선이 드는 곳은 싫어한다. 자체의 열이 많아 서늘한 기온의 환경에 잘 적응한다. 때문에 야생의 곰취는 깊은 산간 지역의 청정한 곳에서만 자생한다. 강원도 태백산맥 등이 대표적이다. ‘곰이 먹는 나물’이라고 곰취라 불리는 것만 봐도 자생 지역의 특성을 잘 알 수가 있겠다.

대리마을의 곰취 재배는 이 일반적인 자생지역의 보편적 편견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다. 대리마을 곰취 자생지는 배내골을 둘러싸고 있는 신불산, 영축산 등 영남알프스 지역이다. 비교적 그 산세가 깊고 높아 강원지역과 자생여건이 비슷하다. 이곳 산허리쯤에 이 곰취가 자생하고 있었다. 이를 이 마을 할머니들이 두어 뿌리씩 캐다가 집 옆 담벼락이나 채마밭, 대추나무, 매실나무 밑에 심어두고 한 잎씩 쌈 싸 먹던 것이 대리마을 곰취 재배의 시초였다.

“곰취의 체계적인 재배는 1997년부터였습니다. 현재 20여 농가가 총 1만㎡에 걸쳐 재배하는데, 주로 씨앗으로 번식,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수확은 파종 후 4년까지 하는데 5년 주기로 새로 파종을 합니다. 때문에 곰취 씨앗을 받으러 천성산 정상까지 헤매기도 했지요.” 김 총무의 말이다.

“곰취는 노지 기준으로 4월 20일경부터 5월 말까지 한 달여 수확합니다. 기온이 25℃ 이상 올라가면 순이 안 올라와요. 워낙 재배하기 힘든 녀석들이라 노지재배만 되면서 채취도 해 뜨기 전 서너 시간만 가능합니다. 해가 뜨면 잎이 시들기 때문이지요.” 박 회장이 말을 받는다.

곰취는 그 향이 뛰어나고 맛이 쌉싸래하기에 봄철 다양한 조리법으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대리에서는 햇물은 생채, 이후 것은 순째, 끝물은 묵나물로 활용을 한단다. 대리의 한정식집 ‘대추나무집’에서 ‘곰취밥상’을 거방하게 받아든다.

생채로는 고기, 생선회를 싸 먹는다. 삼겹살과 특히 잘 어울려 느끼함과 고기 누린내를 잡아준다. 낙동강을 낀 민물횟집에는 봄철 웅어회를 싸 먹는데, 향긋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웅어회의 고소함과 궁합이 잘 맞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숙채로는 쌈밥을 싸먹는데, 입안에서 그윽하면서도 깊은 향이 오래도록 감돌아 고급한정식 밥상에 오를 정도로 그 격조가 남다르다. 특히 막장과 잘 어울리는 산채로, 그 향긋한 풍미가 남다르다. 찹쌀풀을 살짝 묻혀 튀겨낸 곰취튀김도 대단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우선 바사삭한 식감이 입 안 가득 경쾌하게 번져난다. 뒤이어 향긋한 향과 함께 고소함이 올라오고 끝으로 은근하게 쌉싸름한 맛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남녀노소 간식으로, 고급 술안주로도 근사하겠다.

입맛 없을 때는 단연 곰취장아찌다. 간장에 담가둔 곰취를 꺼내어 물에 만 밥을 한술 크게 떠서 곰취장아찌를 올려 먹으면, 짭조름하면서도 은근한 곰취향이 어우러져 여름 입맛 돌리기엔 안성맞춤이다. 곰취가 한창 생산될 때는 곰취즙을 밀가루와 반죽하여 곰취수제비나 곰취칼국수를 만들어먹는다. 특히 산골에 비가 오는 날이면 동네 아낙 여럿이 모여 뜨끈한 국물 훌훌 들이켜며 먹는 곰취 칼국수·수제비는 계절음식으로 그만이다.

양산 배내골에도 곰취가 자생한단다. 아주 흔쾌한 소식이다. 주말마다 대리마을 약수터에서 마을 팔순 할머니들 7, 8명이 반짝장터를 열어 곰취를 팔고 있단다. 봄을 맞아 배내골로 돌아들거든, 곰취의 싱그러운 향에 취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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