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스포츠 세계 이야기 두 개를 예로 들며 시작한다.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 덕에 2살에 골프를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타이거 우즈와 다양한 운동을 폭넓게 접하고 뒤늦게 테니스를 주종목으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로저 페더러의 이야기다. 책은 묻는다. 우리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조기 전문화’와 ‘늦깎이 전문화’ 중에 무엇인지를.
책은 조기 교육·전문화에 대한 맹신에 균열을 가한다. 이 같은 맹신은 몇몇 신화적인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타이거 우즈 이야기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조기 교육으로 자녀를 천재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제로 이뤄낸 헝가리인 라슬로 폴가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조기 교육이 옳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지만 통념과 달리 조기 교육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현실과 정반대임을 가리킨다.
그중 하나가 영국의 한 음악 기숙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비범하다고 분류되는 학생들이 사실 악기를 더 늦게 시작했고 어릴 때 악기가 없었을 확률 그리고 레슨 받은 횟수가 더 적었다는 것이다. 또 엘리트 운동선수는 준엘리트 선수와 비교해 0~15세 사이 당시 훗날 자신의 주종목이 될 운동에 쏟아부은 시간이 적었다는 연구도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연구 결과와 대면 인터뷰를 통해 각 분야의 정점에 오른 사람은 로저 페더러처럼 폭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지닌 ‘늦깎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늦깎이 제너럴리스트’의 키워드는 ‘샘플링 기간’이다. 무언가를 일찍 배우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 자신에게 무엇이 적합한지 파악하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협소한 분야만 파는 것은 다른 분야를 넓게 습득하는 것에 비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결국 ‘늦음’의 의미를 뒤집는다. 늦다는 것은 단단해지고 경험의 폭을 넓히는 중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성취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찍 진로를 정해 잘사는 듯 보이는 또래를 보며 ‘나는 이미 늦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이들, 아직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여러 분야를 접하고 있는 누군가에 책은 인식 전환을 부여한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