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 마을에는 목화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산다. 봄이 되면 텃밭에 목화 씨앗을 심어 물·거름을 주고 진딧물을 잡으면서 정성껏 키운다. 하얀 목화꽃이 활짝 피면 지나는 이를 붙들고 “예쁘지 않으냐?”며 묻는다. 그래서 ‘목화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목화꽃이 지면 그 자리에 열매인 다래가 열린다. 다래는 탱글탱글 익다가 벌어지면 하얀 솜뭉치를 드러낸다. 할머니는 천을 사고 직접 한 땀 한 땀 꿰매서 그 안에 다래에서 딴 솜을 넣어 귀여운 손자가 덮을 이불을 완성한다.
고단해진 할머니는 낮잠을 자다 큰 소리에 놀라 깬다. 강아지·고양이·족제비·햄스터·고슴도치·뱀 등 사람과 함께 사는 애완동물이 이불을 만들어 달라고 조른다. 할머니는 자연이 아닌 도시에 살며 사람의 친구 역할을 하느라 고생하는 동물이 불쌍해 솜이불을 만들어 나눠준다. 책에 나오는 목화솜 이불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하다. 난방이 잘 되는 아파트로 주거 문화가 바뀌면서 가볍고 보드라운 오리털이나 거위털 이불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두껍고 무거운 목화솜 이불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렇지만 20, 30년 전만 해도 장롱 속 터줏대감이었다. 1970년대나 1980년대 초에 태어났다면 시골에 갔을 때 할머니가 내주는 묵직한 이불과, 솜을 얇게 떠서 타주던 솜틀집에서 놀던 기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호흡기 질병과 아토피 등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가 늘면서 이 목화솜 이불은 다시 주목받는다.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던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꺼내 얇은 봄·가을용 이불로 재활용한다. 책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 듯하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