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달아 하늘바람소극장 무대에
- 중심축인 대표 호민·배우 구민주
- “언제나처럼 후회없이 공연할 것”
완성도 높은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부산 연극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온 극단 아센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고자 그간의 활동을 상징할 만한 작품들을 연달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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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단 20주년을 맞아 오는 8일 첫 작품 ‘펠리칸’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아센의 호민(오른쪽) 대표와 구민주 배우. |
극단 아센의 연극 ‘펠리칸’이 오는 8~14일 부산 남구 대연동 하늘바람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현대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극작가 스트린드베리(1849~1912)의 숨은 명작으로 제목부터가 주제를 암시한다. 펠리칸은 모성애가 강한 새로 유명하다. 가뭄이 들면 자신의 몸을 쪼아 새끼에게 먹일 정도라고 알려졌다. 극은 자신을 펠리칸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족을 돌보지 않고 사위와 불륜에 빠진 어머니, 이를 이용해 집안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사위, 모든 것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나약한 딸과 아들을 통해 합리화의 모순과 인간의 이기심을 폭로한다. 도덕성을 상실한 이기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모성애, 인간성 회복이라는 숙제를 남기기도 한다.
인간과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펠리칸’은 아센이 추구하는 연극 정신과 맞닿아 있다. 20주년 기념 공연의 첫 작품으로 선택된 이유다. 이어질 공연 시리즈 역시 아센의 그간 작업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여성극을 꾸준히 올려왔던 아센이기에 여성들의 소소한 이야기로 인기를 모았던 ‘금자네 이야기’, 인간 심리 탐구 작업의 일환인 ‘거짓의 사람들-악의 형태’, 지역 여성 희곡 작가전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센은 2000년 경성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연출가 호민, 배우 구민주가 의기투합해 만든 극단이다. 2007년부터는 동래구 사직동 미리내 소극장을 인수해 활동했고 2014년 하늘바람소극장에 터를 잡았다. ‘삶의 의미와 인간의 존재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관객과 창조적인 공감을 형성한다’는 창단 취지에 맞게 작품성 높은 창작극, 번역극을 1년에 2~4 작품씩 선보여 왔다. ‘메카로 가는 길’(2002) ‘영순아, 어디 가니’(2007) ‘주와 민’(2009) ‘살고지고’(2015) 등이 대표 레퍼토리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20년 동안 버텨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람’에 있었다. 극단 호민 대표는 “주로 저와 구민주 배우가 중심이 돼 극단을 이끌어 왔다. 연극을 하다 보면 가족도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해해주는 동지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구민주 배우 역시 “연극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호민 대표를 비롯해 극단 아센을 거쳐 간 선후배들과의 기억으로 흔들릴 때마다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단 아센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어려움과 소극장 임대료 문제 등으로 최근 운영난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 공연을 올릴 생각이다. 두 사람은 “20년이라고 거창한 이벤트를 하기보다 늘 해왔던 것처럼,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후회 없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펠리칸’ 관람료는 2만 원이며 인터파크, 옥션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051)504-2544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