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 온라인 공연 인기 끌며
- 공연계, 전용 영상 제작부터
- 전담 성악가 등 고용 확대
- VR 등 언택트 작품 감상 늘며
- 오는 9월 열릴 부산비엔날레도
- 비대면 대형 전시 구상·준비 중
- 제작비 수 억 드는 영상콘텐츠
- 부산 문화계 재정 탓 엄두 못내
- 영상화 작업되는 공공시설 없어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개월 동안 폐쇄됐던 각종 공연시설이 최근 운영을 재개하면서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바로 ‘대면공연’ ‘현장공연’이다. 그동안 관객과 연주자가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연주하는 게 당연했지만 빗장을 걸어 잠궜던 기간 동안 상황이 급변했다. ‘연주자 얼굴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경한 문구가 가장 확실한 홍보 수단이 됐다. 시각예술계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비엔날레는 전시감독과 작가가 ‘언택트’ 방식으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림은 직접 가서 봐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을 깼다. 공연·시각예술계에 온라인 관람이 확대되자 국내외 유명 단체와 경쟁해야 하는 지역 문화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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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4일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개한 온라인 콘서트 중 한 장면. 단원 24명이 개인 연습실을 배경으로 출연해 엘가의 ‘수수께끼변주곡’을 연주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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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에 머물던 온라인 공연 대세로
1일 부산문화회관에 따르면 재개관을 앞두고 지난 5월 8~22일 회원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온라인 공연 서비스에 대해 과반수(57.9%)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이라고 답한 4명 중 1명(25.4%)은 ‘음향·영상 등 기술의 한계를 느꼈다’는 반응을 보여 관련 기술이 향상되면 ‘만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많이 늘어난 행위는 ‘유튜브 시청’(28.2%)과 ‘TV시청’(22%)이 각각 1,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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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부산비엔날레’ 야콥 파브리시우스 감독이 영상통화로 작가와 전시 준비를 하는 모습.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짧은 기간 동안 고품질의 무료 온라인 공연이 쏟아졌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 오스트리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이 공연 영상을 무료로 공개했다.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더 쇼 머스트 고 온’에서 서비스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 영상은 48시간 동안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도 재빨리 기존 공연을 상연하거나 온라인용으로 새로 제작했다. 예술의전당이 2013년부터 유튜브로 중계한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영상은 지난 3월 중순부터 2주간 조회 수가 73만 여 회를 기록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온라인 상영용 오페라를 제작키로 하고, 전담 성악가 70명을 모집 중이다.
온라인 공연은 객석 관람과는 다른 시각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재미를 준다.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와 거리로 지휘자와 단원을 비추면서 공연장 첫 줄에서도 잘 보이지 않던 섬세한 지휘 동작이나 현악기 주자들의 운지법까지 볼 수 있기에 ‘방구석 1열’ 공연이라는 신조어도 낳았다.
■시각예술계 ‘언택트’ 실험 중
오는 9월 열리는 ‘2020부산비엔날레’는 비대면으로 국제 전시를 준비하는 국내 첫 사례다. 온라인 인터뷰와 영상 통화 등을 거쳐 지난 3월 작가 선정을 마쳤고, 출품작 선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작품 구상을 위해 부산에 방문하고자 했던 해외 작가들의 입국이 제한되자, 비엔날레 조직위는 작가가 요청하는 현장·문헌 자료 등을 사진·영상 등으로 제공하고 작가가 구상하는 작품이 제작될 수 있도록 운송 및 작품설치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개최가 예정됐던 광주비엔날레와 제주비엔날레는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이상섭 사무처장은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준비한 이번 전시가 성공한다면 불확실성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화랑계는 코로나19로 된서리를 맞았지만 온라인 시대에 연착륙할 수 있는 대안은 아직 없다.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은 지난 3월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 미술품 거래 시스템인 ‘뷰잉룸’을 일주일 간 운영했다. 첫날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고 10억 원을 호가하는 그림도 다수 거래됐지만 ‘팔릴 만한 그림만 팔렸다’는 게 화랑계의 중론이다. 갤러리 이배 배미애 대표는 “아트바젤에서 거래되는 그림은 최소 수천만 원이다. 이런 그림을 온라인으로만 보고 사는 강심장은 없을 것이다. 미리 작품을 봤거나 유명 작가 작품만 거래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예정됐던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는 오는 8월로 연기하면서 네이버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그림을 내놨지만 팔리는 그림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림을 대신 보고 거래하는 중개 에이전트가 성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화시설 공동 활용 플랫폼 구축을
온라인에는 국경도 지역도 없다. 지역 문화계도 공연을 촬영·유통할 수 있지만 국내외 고품질의 콘텐츠와 경쟁해야 한다. 이대로 온라인 공연과 전시가 자리를 잡으면 문화소비에서도 승자독식 구조로 흐를 수 있다. 예술의전당 싹온스크린은 전문가를 영입해 2013년부터 준비해 온 공연예술 영상화작업 프로젝트였기에 언택트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이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는 문화시설은 한 군데도 없다. 부산문화회관의 경우 지난해 자체 제작한 오페라 ‘리골레토’의 영상도 남기지 못했다. 열악한 재정 탓에 최소 1억 원이 들어가는 영상화 작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년 내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국립아트센터가 개관해 자체 제작 콘텐츠가 많아지는 경우를 대비해 지역의 공공 문화시설에서 수준 높은 온라인 공연을 제작할 수 있는 공동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퀄리티의 공연 영상을 위해서는 현장성을 살린 라이브 상영과 편집 과정을 통해 재미있고 실감나는 영상을 제작, 배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은 필수적이다.
부산문화회관 이용관 대표는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려면 콘텐츠의 경쟁력은 물론 공연을 보여주는 기술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시설에서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은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