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위험에 빠진 사람들, 누굴 먼저 구할지 선택은…

소방관의 선택- 사브리나 코헨-해턴 지음 /김희정 옮김 /북하우스 /1만6500원

  • 임은정 기자
  •  |   입력 : 2020-06-04 18:59:45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년간 英 소방관 지낸 저자
- 위기 대처 때 의사결정법 연구
- 실제 사례·생생한 현장 묘사
- 훌륭한 행동심리학서에 감동도

영국의 ‘심리학자 소방관’인 사브리나 코헨-해턴이 20년의 현장 경험과 10년의 심리학 연구 성과를 한 권에 담아 ‘소방관의 선택’을 출간했다. 사진은 저자가 강연하는 모습. 북하우스 제공
터널에서 폭탄이 터졌다. 순식간에 터널 안이 시뻘건 화염으로 뒤덮였다. 잠시 뒤 화재는 진압됐지만 터널 속 연기는 빠지지 않았다. 115명이 대피했지만 여전히 30명 이상의 부상자가 터널 안 어딘가에 갇혀 있다. 아뿔싸.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20분 뒤 강력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터널 안에 20명의 대원(소방관)이 구조작업 중이다. 당신은 소방구조대의 총지휘관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원들을 즉시 철수시켜 터널 밖에서 안에 갇힌 민간인들이 죽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런데, 폭발물이 터지지 않았다면? 그 때문에 구조가 지체돼 중상자들이 죽는다면? 당신은 자신의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눈앞에 펼쳐보이듯 생생한 상황 묘사와 내 판단이 누군가의 생사를 좌우한다는 압박감에 숨이 막힌다. 삶과 죽음이 갈리는 재난 현장에서 지휘관은 짧은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최소한의 인명 피해를 염두에 둔 선택지를 골랐을지라도 그 결정의 끝에서 후회와 죄책감, 트라우마가 엄습할 것이다.

‘소방관의 선택’은 ‘심리학자 소방관’인 저자가 20년의 현장 경험과 10년의 심리학 연구 성과를 한 권에 담은 책이다. 18세에 소방구조대에 들어가 영국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여성 소방관의 자리에 오른 저자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을 최악의 운명에서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소방 지휘관으로서 동료들 중 누구를 타오르는 건물 안으로 들여보낼지, 어떤 방식으로 불길을 잡을지, 누구를 먼저 구할지를 결정한다. 모든 선택지가 소진되고 더는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면 비록 구조해야 할 사람이 있더라도 대원들을 철수시켜야 한다. 지휘관의 결정 하나하나는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의 차이로 나타난다. 이 책은 재난을 마주하고 선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급박하고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긴박한 전개로 마치 소설이나 영화처럼 흡입력 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때때로 상황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 책을 읽으면서도 사고 현장에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든다. 책 속의 모든 현장 사례는 저자가 겪었던 실제 상황에 기반했고, 연구 사례 또한 동료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적·신경과학적 실험을 토대로 했기에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해법에 믿음이 간다. 실제 저자는 소방 지휘관의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해서 지휘관들이 현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지 연구한 결과, 분석적 접근보다 직관에 의지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현장 이론가’답게 저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법과 훈련 시스템을 개발해 영국 전역의 소방 구조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왔다. 많은 소방관이 매년 목숨을 잃고, 그것이 순간적인 판단 착오 때문이라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 심리학을 공부하고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법을 연구했다는 저자의 집필 동기를 읽고 나면 훌륭한 행동심리학 책인 동시에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라는 감동이 더해진다.

임은정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4. 4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5. 5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0. 10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