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음식 사람 <11> 김해 산딸기

지천서 따 먹었던 추억의 산딸기, 이제는 귀하신 몸…커피·와인도 만드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09 20:09:30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초여름 빨갛게 익어 새콤달콤
- 배고픈 어린시절 군것질 기억
- 지금은 품종따라 대규모로 수확

- 국내 상업재배 시초 된 김해
- 상동·대동면 일대 중심으로
- 농가 800호 생산량 연 1000t
- 전국 최대 주산지로 자리매김

- 발효 거쳐 막걸리·와인 만들고
- 커피콩에 원액 섞은 커피 선봬
- 다양한 가공제품 농가에 보탬

며칠 전 산에 인접한 본가 어른 밭둑에서, 산딸기 몇 그루가 붉고 탐스러운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천둥벌거숭이 시절, 입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며 단내가 나도록 산딸기를 따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레 났다.
김해 상동면 비탈진 산딸기밭에서 한 아낙이 산딸기를 한가득 따서 들어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산딸기의 강렬한 기억은 통영 ‘대매물도’에서였다. 당시 잡지사 기자로 한려수도 특집 기사를 취재 중이었는데, 당시 대매물도는 온 산이 빨갛게 불이 붙은 듯 산딸기로 뒤덮여 있었다. 올라가며 내려오며 기껍게도 따 먹었는데,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아직도 온 산이 빨갛게 산딸기 물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중년층은 이런 산딸기의 빨간 추억이 한 둘쯤은 있을 게다. 주로 배고픈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넘기며 따 먹었던 산딸기의 새콤달콤함이겠다. 먹을 것이 별로 없어 구황작물로 끼니를 잇던 보릿고개에는,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가 최고의 군것질거리였다.

산딸기는 볕이 좋은 산간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미목 장미과 산딸기속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30여 종의 산딸기속이 분포하고 있다. 4~6월에 꽃이 피고 5~7월에 항아리(盆) 모양인 열매를 맺는다. 종류로는 산딸기·줄딸기·멍석딸기·곰딸기·오엽딸기·섬딸기·장딸기·수리딸기·겨울딸기·복분자 등이 있다. 주로 붉은색을 띠지만 검정·노랑·주황색을 띠기도 한다. 산딸기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당과 산이 적절히 함유돼 동서고금으로 즐겨 먹던 식재료였다. 맛이 좋아 생과를 그대로 먹거나 잼·주스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요즘은 가공기술이 발달해 식초·와인·차로 만들어 먹고, 볶은 커피에 산딸기액을 함께 넣고 발효해 풍미 좋은 산딸기커피 또한 만들어 먹는다.

김해 산딸기밭에서 산딸기를 따고 있는 아낙.
요즘은 농가의 봄철 주 소득원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김해·대구·포항·양산·진주 등 경상지역에서 그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 김해가 전국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한때 75%까지 생산한 적이 있는데, 전국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재배지역 또한 늘어났다.

김해는 예부터 벼농사를 중심으로 원예와 시설채소 등이 발달한 곡창지대였다. 산딸기는 모내기철, 일을 잠시 쉴 때 한 톨씩 따 먹던 주전부리 과실이었다. 그러다 1960년대 김해 상동면의 한 농부가 자생하던 산딸기를 판매 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국내 상업적 재배의 시초가 되었다. 주로 낙동강을 낀 신어산·무척산 등 비교적 골이 깊고 산세가 좋은 산간에서 대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상동·대동면 일대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승욱 씨는 “현재 김해 산딸기는 2007년부터 김해시의 새로운 성장전략 작목으로 발굴, 지역을 대표하는 소득 작물로 육성하고 있다”며 “현재 생산농가 800호에 재배규모 200㏊, 연간 생산량 약 1000t으로 전국 최고의 산딸기 산지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산딸기 와인.
김해 산딸기 품종은 ‘홍딸(자생 산딸기 품종)’ ‘흑딸(색이 검붉은 품종)’ ‘왕딸(과육이 큰 품종)’ 등이 있다. 현재 널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왕딸’이다. 1994년 상동면 매리 산딸기밭 언덕 외진 곳에서 우연히 발견해 대량 번식시킨 품종으로 재래종보다 과실이 크고 향이 더 좋다.

왕딸 품종 육종자인 한현우 농부는 “왕딸 품종으로 우리 산딸기 농가 소득이 늘고 김해 산딸기가 다른 지역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김해 상동면 산자락에서 산딸기를 재배·가공하고 있는 최석용 씨를 만나러 가는 길 장척계곡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다. 유월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바야흐로 붉게 자지러지고 있다. 야산이나 밭, 계곡이나 집 안뜰, 심지어 길가에도 붉은 열매를 매달고 흐드러졌다.

최 씨에게 산딸기 재배지에 대해 물었다. “산딸기는 물 빠짐이 좋고 유기물이 풍부한 토질과 풍부한 일조량, 배수와 통기성이 좋은 곳이어야 한다. 뿌리가 토양의 5㎝ 정도로 비교적 얕게 착근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해 낙동강변에 인접한 산자락이 천혜의 조건을 갖춘 재배지란 것을 알 수가 있다.

비탈진 산딸기밭에 들어선다. 중천에 뜬 해가 따갑게 내리쬔다. 이즈음 볕에는 따고 돌아서면 바로 익는 것이 산딸기라던가? 산딸기를 수확하는 아낙들의 손길이 재바르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작업하는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중무장을 했다.

경북 김천 출신이라는 한 아낙은 “산딸기에 가시가 많아 목장갑을 껴도 깊숙이 파고드는 가시에는 속수무책”이라며 “그래도 이렇게 벌어 손자 과자 값 대는 것이 세상 제일의 낙”이라고 말했다. 아낙이 방금 딴 산딸기를 먹어보라며 건넨다. 볕이 있을 때 딴 놈이라 신맛은 없고 달단다. 옹골진 산딸기가 달고도 달다.

최 씨가 권한 산딸기 막걸리를 맛봤다. 산딸기를 5% 함유하여 2년 숙성시켰단다. 색은 일반 청주 빛깔이고 약간의 신맛이 상쾌하다. 묵직한 맛도 있어 균형이 맞다. 화이트와인을 떠올리게 해 식전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산딸기 와인도 맛보았다. 발효 과정에서 보당(補糖)을 안 하고 100% 과당으로 와인을 만든다. 새콤달콤한 산딸기와는 또 다른 풍미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산딸기 커피도 맛본다. 로스팅한 커피콩에 산딸기 원액을 섞어 발효한다. 특유의 산미와 커피 향이 잘 어우러진다. 산딸기식초는 희석하여 음료로 마셔도 좋을 듯하다. 그만큼 산미가 개운하고 산뜻하다.

한때 봄이면 야산에서 자주 만나던 친근한 과실, 산딸기. 지금은 봄철 과일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그 몸값이 높아졌다. 인근 김해지역이 국내 최대 재배지라니 이 또한 흐뭇한 일이다. 항노화·항산화 작용으로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가까이 두고 즐겨도 괜찮을 듯하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5. 5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