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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2> 낙동강의 종착지, 부산

1933년 부산 주제 첫 대중가요 … 일제의 문화유산 파괴 고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14 19:35:5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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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작곡하고 부른 ‘낙동강’
- 장엄하면서도 비장한 멜로디에
- 구포 물레방아·창포밭 가사로
- 일제강점기 민족의 한 담아내

- 해당 노래 발표되고 난 후
- 무수히 많은 낙동강 노래 나와

모든 일의 시작에는 반드시 종결이 있게 마련이다. 강원도 남부지역에서 발원해 경상남북도의 중앙 저지를 남쪽으로 흘러 흘러 마침내 부산 앞바다로 진입하는 낙동강. 그 총길이는 무려 513.5㎞나 된다. 강원도 태백의 천의봉 동쪽 계곡에서 비롯돼 경북 봉화, 안동, 예천, 상주, 구미, 칠곡, 고령을 두루 거쳐 경남 밀양, 김해 등을 지나온다. 낙동강 본류는 계속 남쪽으로 흘러 부산 서구 명호도와 사하구 하단동 사이에 놓인 낙동강 하굿둑 갑문을 지나서 남해로 유입된다. 낙동강에 합류하는 지류는 반변천, 내성천, 위천, 금호강, 밀양강 등 무려 742개에 이른다. 그 강물의 경로를 헤아려보면 얼마나 장대하고 얼마나 엄숙한가? 이 기나긴 낙동강의 맨 끝에 부산이라는 크고 우람한 도시가 성스러운 결실처럼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대자연의 이치요, 지역민에 의해 이룩된 공간적 터전이다.
   
낙동강 하구 습지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이라는 도시의 존재성과 그 의미는 우선 이 낙동강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강 유역에 조성된 드넓은 평야, 강가 여러 곳의 청정한 철새도래지들, 낙동강에 서식하던 다수의 한국 특산종 어류들, 너무도 싱그러운 수서군락과 곤충류. 이 모든 것을 거쳐 와서 항도 부산이 자리를 잡았다.

■부산의 존재성, 낙동강에서부터

   
1933년 폴리돌레코드에서 발표된 최초의 부산 노래 낙동강(김용환) 신보 소개.
1933년 봄, 일제는 부산 구포에서 김해로 이어지는 낙동강 다리를 만들었고, 부산역에서 만주 봉천까지 운행하는 특급열차를 개통하였다. 겉모습으로 보면 무슨 대단한 발전과 시혜로 보이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제국주의자들의 음흉한 속내를 눈치챈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바로 이 시기에 우리 가요인들은 뜻깊은 노래 하나를 만들어 음반으로 발매하였다. 제목은 ‘낙동강’(왕평 작사, 김용환 작곡, 김용환 노래, 폴리돌 19026, 1933.3). 이 작품 가사의 내면에는 범상치 않은 당시의 현실적 문제들이 가라앉아 있다.



달빛 아래 칠백 리 낙동강 저 너머로/ 은혜로운 봄바람 한가로이 불어들 때/ 구포의 물레방아들은 언제까지 우시나요

창포 밭에 저 비석 제비 똥 가득한데 밭고랑에 청기왓장 간장을 끊는구나/ 구포의 물레방아들은 언제까지 우시나요

봄철마다 들리는 아름다운 노래여/ 만백성을 기르는 영원한 어머니다/ 그대의 젖꼭지에 세월은 흐릅니다. (‘낙동강’ 전문)



1절에서는 구포의 물레방아들이 슬프게 울고 있다고 표현한다. 2절에서는 밭고랑 사이에 부서져 나뒹구는 기왓장이 보는 이의 애간장을 끊어낸다고 했다. 그 평화스런 낙동강이 어떤 외부적 강제에 의하여 파괴와 오염을 불러오게 되었고, 이것은 낙동강의 고통이자 당시 우리 민족 전체의 당면 위기였음을 알려준다. 3절에서는 이 낙동강이야말로 ‘만백성을 기르는 영원한 어머니의 젖줄’임을 깊이 각인시킨다. 제국주의 압제로 말미암아 연속으로 빚어지는 국토의 위기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를 가만히 음미해보노라면 지금의 낙동강에서는 찾아볼 길 없는 강 유역의 맑고 청정하던 환경과 생태를 더듬어볼 수 있다. 1절에서는 재래시장으로 전국적 명성이 높던 구포시장의 미곡상으로 각종 양곡을 도정해 공급하던 구포 일대의 디딜방아, 연자매, 물방아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2절에서는 제국주의자들에 의해서 점차 파괴·유실되어가는 각종 민족문화유산의 위기 현실이 연상된다. 명성 높던 사찰은 무너지고 창포밭으로 바뀐 절터엔 제비 똥으로 뒤덮인 옛 비석과 밭고랑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기왓장 조각들 풍경이 처연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작사자는 낙동강 변 구포 일대 물레방아들이 울고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기실 그 울음의 주체는 물레방아가 아니라 압제에 고통받는 우리 민족이었음을 환기시켜준다. 낙동강 김해평야 일대에서 아련히 들려오던 농민의 농요를 도입하는 대목도 매우 인상적이다. 생각해보면 부산 시민 모두는 낙동강이라는 어머니의 젖줄에 매어달린 아기처럼 오늘까지 살아온 것이다.

■부산 테마 가요의 첫 작품

김용환(1909~1949)의 이 노래는 부산을 테마로 한 가요 작품의 맨 첫 번째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이후 무수히 출현한 낙동강 테마 노래의 효시이기도 하다. 노래 분위기는 유장하면서도 비감하고, 장엄하면서도 애달픈 느낌을 자아낸다. 김용환이 취입한 음반은 워낙 구하기 어려워 광복 이후 그의 아우 김정구가 형의 노래를 ‘낙동강 칠백 리’로 제목을 바꾸어 LP음반으로 다시 취입한 음원이 있을 뿐이다. 김정구의 음색은 형 김용환과 흡사하지만 서민적 풍모의 느낌은 다소 떨어진다고 하겠다. 이 노래의 작사자 왕평(본명 이응호, 1908~1940)은 경북 영천 출생의 대중예술인으로 작사가, 극작가, 배우, 연출가, 만담가, 영화감독 등 여러 장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재주꾼이었다. 불과 33세 나이로 떠돌이악극단 공연 중 무대 위에서 죽었다.

   
흘러간 세월의 온갖 영화와 오욕을 낙동강은 생생하게 지켜보았을 것이다. 낙동강은 그 사연과 곡절에 대하여 어떤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늘도 묵묵히 흘러간다. 우리는 지난 시절 나라의 주권을 이민족에게 빼앗기고 모진 시련 속에서 살았다. 이제 빼앗겼던 국토를 다시 되찾았으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국토의 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따갑고 아픈 반성을 해야 할 시점에 있지는 않은지? 옛 가요 ‘낙동강’이 우리에게 그러한 반성을 자꾸 부추긴다.

시인·가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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