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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13> 제12곡 - 군자와 풍류

스스로 배우고 익혀, 사사로움 떨쳐낼 수 있어야 ‘21세기형 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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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만 앞세우는 ‘소인’과 달리
- 국가·사회의 공리 우선시해야
- 차별 없는 대동사회 만들 인물
- 다른 이 배려하는 자세도 필요

- 수기와 치인에 노력하는 만큼
- ‘풍류’ 또한 유념해야 할 덕목
   
<사진설명: 책가도(冊架圖)는 책 벼루 먹 붓 붓꽂이 등 문방구류를 기본으로 꽃병 주전자 시계를 조화롭게 배치한 그림이다. 18~19세기 유행했다. 특히 ‘호학 군주’ 정조는 왕권의 상징인 ‘일월오봉도’ 대신 책가도를 어좌 뒤편에 펼치고 문치(文治)를 표방했다. 독서, 즉 학문에 그만큼 공을 들였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궁중 책가도로 8폭 병풍 전면을 하나의 책가로 이어놓고 각 폭은 3층의 형태를 갖췄다. 단정함 속에 변화를 모색한 궁중 채색화의 정수라 하겠다. color on paper, 363.8×110.8㎝(eight-panel screens) 서울옥션 제공>

   
올해 60주년을 맞은 4·19혁명 기념식에서도 그의 이름이 호명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찾은 기념식에서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일컬은 김수영(1921~1968·사진)입니다. 문 대통령은 “4·19혁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최초의 민주화운동이고, 전세계 학생운동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정부가 4·19혁명 기념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주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과 앞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빠짐없이 4·19 정신을 거론하며 지적했듯이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는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갈등과 차별없이 모두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위해선 과거에서 미래를 여는 자양분을 더 많이 끌어와야 합니다. 공자께서 그렇게 미워했다는 향원(鄕原)의 정반대인 군자(君子)를 오늘 소환하는 까닭이지요.

21세기형 향원이 사이비 정치인과 지식인이라면 21세기형 군자는 사람을 바로 보고 세상을 바로 보는, 그래서 대동사회라는 오래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인물입니다. 그 어깨에 짊어진 짐이 비록 무겁지만 멋과 여유, 풍류를 아는 인물입니다. 그런 군자 이야기입니다.


   
저항시인 김수영 시의 뿌리에 공자 사상이 있다는 주장은 김상환 서울대 교수가 구체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김 시인의 데뷔 두 번째 시가 ‘공자의 생활난’(1945)이고 유작인 ‘풀’(1968)은 ‘논어’ 12편(안연) 19장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는 대목이 바탕이라고 했지요.

지난 16일은 김 시인이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 52년째 되는 날입니다. 시인 김영태가 쓴 추모시에 음악인 김영동이 곡을 붙인 ‘멀리 있는 빛’(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iZarTE-OJsU)을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군자가 되는 방법과 군자의 지향점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종이로 만든 창과 흙벽으로 된 집에서/종신토록 베옷 입고 벼슬하지 않으면서/그 가운데 퉁소 불고 노래하면서 산다네”라는 화제 내용에서 조선 유학자의 풍류의식을 느낄 수 있다. 국제신문 DB
유가에서 도와 덕에 뜻을 둔 이를 군자라고 하지요.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공자 지적처럼 군자는 소인과 대비되면서 그 모습이 뚜렷해집니다. 자기의 이익을 앞세우는 소인과 달리 국가와 사회의 공리를 우선하는 도덕적인 인물이라는 의미겠지요. 공자께선 춘추시대 약육강식의 경쟁논리 대신 인치를 실현할 새로운 지도층으로 군자를 내세운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군자는 우선 배워서 깨친 사람이어야 합니다. ‘논어’(論語)가 배움으로 시작되지요. 사람이 되고, 군자가 되는 길입니다. 배우고 익히니 기쁘고,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으며 군자가 되어 갑니다. 배움에 바탕한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은 동전의 양면처럼 군자의 삶을 관통하는 화두입니다.

군자가 되는 방법은 공자 제자인 자하가 ‘논어’ 19편(자장) 6장에서 잘 설명했습니다.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하게 하며, 알뜰하게 묻고 자기에게서 가까운 것부터 생각한다면 인(仁)이 바로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다.” 박학(博學) 독지(篤志) 절문(切問) 근사(近思) 네 가지입니다. 배우는 이유는 깨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쌓은 지식은 수기와 치인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해야지요. 그것이 지식과 실천이 동반하는 지행일치(知行一致)입니다.

그렇다면 군자가 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논어’ 마지막 편의 마지막 장인 20편(요왈) 3장에 그 답이 있습니다. 명을 알고, 예를 알고, 말을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군자가 되어서 바로 서고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명(知命)은 하늘의 명을 좇아 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지요. 지례(知禮)는 위아래를 분별하고 의심나는 것을 명확하게 함이니 예를 알지 못하면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일 수 없고, 당연히 설 수 없겠지요. 지언(知言)은 그 말하는 사람을 아는 것과 같고,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 즉 마음의 사사로움과 바름을 안다는 이야기입니다. 명과 예와 말을 알아야 진정한 군자라는 건 공자께서 바로 그런 군자와 함께 예와 악이 조화로운 대동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자가 되는 방법을 체득하고 군자가 되려는 목적에 충실한 21세기형 군자가 지금 할 일은 명확합니다. 현실 참여가 기본이라면 도덕적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책무를 다해야 겠지요. 군자는 이름을 걸고 일할 때는 직언을 할 줄 알고, 그렇지 않을 때는 조용히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를 가집니다. 당연히 사사로운 욕망을 버리고, 말보다 행동이 우선이지요. 남을 이기려 들지 않고 남보다 몸을 낮추고, 남을 원망하기 앞서 배려하는 자세를 보입니다.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서 공직을 부여잡고 세금을 축내는 일도 금물이겠지요.

이처럼 ‘논어’는 배움에서 시작해 사람을 아는 일로 마무리됩니다. 스스로를 닦아 사람을, 세상을 제대로 보는 군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향원이 아니라 군자가 깃발을 들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것입니다.

■군자의 또다른 덕목, 풍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세상 걱정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군자의 ‘우환 의식’입니다. 이는 유학이 교조화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요. 고진감래만 이야기하고 실사구시는 없으니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이유이지요.

그래서 수기와 치인에 노력하는만큼 풍류라는 또다른 덕목을 유념해야 합니다. 최치원은 ‘난랑비서’에서 풍류를 유교와 도교, 불교를 포용하는 고유의 전통사상(포함삼교)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항상 비우지 않으면 안 되니 마음을 비우면 정의와 진리가 거기 와서 살 것이요, 마음은 항상 꽉 차 있지 않으면 안 되니 마음이 충실하면 물욕이 거기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최치원이 ‘난랑비서’에서 표현했듯이 ‘채근담’의 가르침은 오늘도 유효합니다.

   
정대석의 거문고 산조(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GyBRtopeozc)를 감상하며 마치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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