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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14> 제13곡 - 부귀빈천

의롭지 않은 부가 행복하랴, 정신이 가난함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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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고립감 호소 시민 증가
- 코로나발 소득 불균형도 심화
- 행복격차 점점 커지는 이 시대

- “비정상적 부귀는 누리지 말고
- 어떤 이유든 빈천 버리지 말라”
- 공자 물질·정신조화 강조 귀감
   
<사진설명: 모란은 예로부터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모란도가 궁중은 물론 민간에 널리 퍼진 이유이기도 하다. 관동팔경도는 안빈낙도에 초점을 맞춘 낭만적인 화풍이다. 조선시대 모란도와 관동팔경도 8폭 병풍을 4폭씩 소개한다. 모란도 color on paper,40.0×114.8㎝(eight-panel screen). 관동팔경도는 3폭의 그림과 5폭의 글씨 ink on paper, ink and color on paper,글씨 29.4×68.9㎝(5pcs),그림 31.3×67.4㎝(3pcs). 서울옥션 제공>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 외롭다거나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은 2014년 이후 매년 줄었으나 2019년 들어 증가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9 한국의 사회지표’ 내용입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사회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민 삶과 관련한 경제·사회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1979년부터 해마다 이 자료를 만듭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919조 원, 국민의 평균적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115달러. 전년보다 GDP는 1.1% 늘었으나 1인당 GNI는 4.3% 줄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이요, 돈이 있으면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는 속담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경제적으로 넉넉해야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 속내는 자못 심각합니다. 소득수준별 삶의 만족도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시급합니다. 소득수준에 따른, 같은 소득수준에서도 발생하는 행복 격차 해소입니다. 그 기준은 취약계층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이지요.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했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소득수준이라는 건조한 단어 속 엄연한 빈부(貧富)의 격차, 그보다 더한 귀천(貴賤)의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터널을 헤쳐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내년 이맘 때 나올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위기를 극복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이 바뀌고, 정부 정책이 한 단계 나아져야죠.


   
우린 정말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다시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중요한 변곡점임이 분명합니다. ‘부귀빈천’(富貴貧賤)을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포크계 음유시인 이무하의 ‘그리움’(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OfvuVvVZTpo)을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부귀도 빈천도 부정하거나 자랑 않기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돈이며, 되고 싶은 것이 부자라지요. ‘부’는 재물, 돈이 많음을 이르고 ‘귀’는 권력이 있는 지위를 말합니다. ‘빈’과 ‘천’은 그 반대입니다. 부·귀·빈·천이 순서대로 자리잡은 건 인지상정일까요.

‘논어’(論語) 1편(학이) 15장. 제자인 자공이 묻습니다. “가난해도 아첨함이 없으며(貧而無諂·빈이무첨) 부유해도 교만함이 없다면(富而無驕·부이무교) 어떠합니까.” 자공은 말솜씨와 사업 수완이 당대 최고였습니다. 말솜씨는 전쟁을 일으키고 그치게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사업 수완은 공자께서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자공이 아첨과 교만을 스스로 극복한 모습을 스승에게 내보였습니다. 하지만 공자께서 보시기엔 아직 흡족하지 않습니다. “괜찮긴 하지만 가난하면서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 예를 좋아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니라.”

도가 천지자연의 이치 및 그 작용이라면 예는 사회질서와 규칙입니다. 부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난을 자랑하지도 않는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조금 더 가보겠습니다. ‘논어’ 4편(이인) 5장. 공자 말씀이 이어집니다. “부와 귀는 사람이 바라는 바이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지 않았다면 누리지 않아야 하느니라. 빈과 천은 사람이 싫어하는 바이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지 않았다 하더라도 버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군자가 인(仁)을 저버린다면, 무엇으로 군자라는 이름을 완성할 수 있겠는가.”

말과 행동이 같으면 군자, 다르면 사이비 군자인 향원이라 했지요. 이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인’이자 ‘의’입니다. 이름을 완성한다는 건 바로 인의지도의 명분을 바로 세우는 일이지요. 정신적인 믿음이 신앙(天命)이라면, 물질적 욕망은 운명(運命), 사람을 이끄는 건 사명(使命)이겠지요. 천지인이 어우러지며 행복을 만드는 원천을 이룹니다. 맹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천시(天時)가 지리적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적인 이로움이 인화(人和)만 못하다.”

재물과 권력은 누구나 바라지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뜬구름과 같다는 것이 공자의 결론입니다. ‘논어’ 7편(술이) 15장입니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베개를 하고 누워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으니, 의(義)롭지 못한 부귀(富貴)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 이익이 되는 일에 앞서 먼저 의로움을 생각한다는 공자의 견리사의(見利思義) 가르침은 오늘도 유효합니다.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와 균형

2500년 전, 찬란한 인류의 정신문명이 빛을 발했지요. 공자를 비롯해 사대성인이라 추앙받는 분들이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분명한 건 정신문명의 개화가 풍부한 재화 및 물질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 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듯이, 물질 만능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엔 한계없이 팽창하는 인간의 욕망도 한몫을 했지요.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자연파괴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지구적 문제가 됐습니다. 이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한 때이며 ‘코로나와의 동거’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자가 주창한 인과 의, 사람을 사랑하라는 깃발의 중요성이 새삼스럽습니다. 일상의 행동양식으로 하루라도, 한 순간이라도 떠나선 안 되는 명제입니다. 군자의 근본이 되는 수신(修身)이기도 합니다. 공자께서 왜 거상이 된 자공과 함께 끼니도 버거운 안연을 양 날개로 하여 공자학단을 꾸려갔는지 생각하면 그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서경’(書經) 구절을 곱씹어 봅니다.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天命)은 은미하니 인심은 정미롭게 다듬어 줄여가고, 도심은 한결같이 늘여서 진실로 그 중용을 굳게 잡아야 하느니라.”


   
김나니의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QR코드 또는 인터넷주소 https://youtu.be/yPc0bqK-lLk)을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심봉사가 눈을 뜨듯 부귀빈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일상에서 이를 다스리는 안목을 키웁시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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