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 되찾고자 신과 전쟁하며 모험
- 전통 판소리 ‘변강쇠 타령’ 아닌
- 건강한 사랑·판소리적 해학 선사
외설과 비운의 주인공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인물로 재탄생한 ‘변강쇠 타령’의 옹녀가 부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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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7,18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무대. 국립극장·국립창극단 제공 |
국립창극단 공연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오는 17,1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 작품은 ‘춘향전’처럼 정식 전승된 판소리 다섯 마당 외에 여러 이유로 유실된 판소리 일곱 마당을 복원시키려는 국립창극단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리어외전’ 등을 통해 고전을 유쾌하고 기발하게 재해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유명 연출가 고선웅이 극작·연출을 맡았으며, 2014년 초연 당시 창극 최초로 ‘차범석 희곡상’에서 뮤지컬 극본상을 수상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초연 후 7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공연되며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유지해 스테디셀러에 올라서기도 했다. 부산문화회관 기획 공연으로 처음 부산을 찾게된 가운데 오는 18일 통산 100번째 공연을 맞이해 더욱 뜻깊은 무대를 가진다.
창극에서 옹녀는 마을 남자들의 잇단 죽음을 자신의 상부살 탓이라 여기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쫓겨난다. 전국을 떠돌던 옹녀는 황해도 청석골에서 변강쇠를 만나 잘 사는 듯했지만 그 역시 장승을 뽑는 바람에 신들의 노여움을 사 죽게 된다. 여기서부터 기존 스토리와 다르다. 옹녀는 남편을 되찾고자 신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모험에 뛰어든다. 이처럼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사랑받는 이유는 외설로 치부되던 ‘변강쇠 타령’을 현대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이야기로 풀어낸 덕이다. 최초의 ‘18금 창극’이지만 외설스럽기보다는 건강한 사랑과 판소리 특유의 해학을 자랑한다.
변강쇠에게 맞춰져 있던 시선에 ‘점’을 찍고 옹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원작 속 옹녀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기구한 팔자 때문에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하지만 창극에서는 “내 기필코 인생 역전하야 보란 듯이 살리라!”며 당차게 노래한다. 옹녀의 희망가를 들으면 사회적 억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특히 그녀는 운명에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개척하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등장함으로써 관객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극 중 옹녀가 위기를 겪으며 성숙해지고 독립적인 인간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 외에 흥겨운 음악과 소리도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판소리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각 지방의 민요, 비나리, 굿 음악, 가곡까지 넘나든다. 6년 만에 재단장한 무대, 의상, 소품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부산 공연에서는 옹녀 역에 이소연, 변강쇠 역에 최호성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 등장하며 국립창극단 대표 배우 김금미가 ‘대방여장승’ 역을 맡아 새로움을 더한다. 예매는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만 18세 이상 관람가.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