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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86> 안미란 동화작가의 ‘동동이 실종사건’

내 동화 자양분된 덕천동 … "안 싸우고 재밌게 노는 세상 담았죠"

  •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  |   입력 : 2020-07-19 19:03:4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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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바다로 간 게'로 등단
- '책과아이들' 상주작가 활동 중

- "부산에 시집 와 덕천동 주민 돼
- 세 딸 키우며 생긴 에피소드 등
- 작품의 많은 이야기 나온 곳"

- 부산아동문학상 받은 '동동이…'
- 반려견 시각으로 본 아이 세계
- 행복했던 골목 추억·동심 자극

신나게 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들 웃음이 가득했던 골목길로 돌아갈 수 없다. 어른이 된 지금, 그 골목은 ‘완벽한 장소’로 기억된다. 숨바꼭질하다 지치면 땅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담장 밑에 앉아 소꿉놀이하고, 그것도 지겨워지면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한 아이가 소리치며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면 다른 아이들도 뒤따라 소리 지르며 달려가던 시간들이었다. 놀다 지쳤고, 밥 먹고,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잠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재미나고 바빴던 하루였다. 가슴 한 구석에 간직돼 있는 그 시간을 ‘동심’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행복한 시간의 기억은 우리를 넉넉하게 하고, 또 일으켜 세운다. 그 마음이 힘든 세상살이를 견디는 힘이다. 동화를 읽으면서 책 속 아이들을 만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동화 ‘동동이 실종사건’을 쓴 안미란 작가를 북구 덕천동에서 만났다.
   
결혼하면서 부산에 터를 잡은 안미란 작가가 작품 대부분의 배경이 된 북구 덕천동을 소개하며 환하게 웃었다.
■동화를 길어 올린 동네

‘동동이 실종사건’의 저자 소개가 재미있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어요. 부모님이 동생 잘 보라고 하셨지만 동생을 떼어 놓고 놀러 나간 적이 많아요.” 어린 동생보다 친구들하고 노는 게 더 재미있었던 형, 저만치 가버리는 형을 부르며 울먹이는 아우.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치렀을 일이다.

안미란은 1969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가리봉동, 구로동에서 살았어요. 방학이 되면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갔지요. 그래서 유년시절의 기억에는 시골과 도시 변두리의 풍경이 함께 담겨 있지요. 부산 남자와 결혼하면서 1998년에 부산으로 와서 오래 살았던 곳이 덕천동이에요.”

그는 경혜여고 바로 아래에 있는 아파트에서 세 딸을 키웠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제 어린 시절도 떠올랐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쓰기도 했죠. 세 아이의 소꿉놀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소꿉놀이는 각본 없는 연극이다. 아이들은 역할을 배분하고, 천연덕스레 연기를 한다. 이전에는 한 번도 없던 이야기가 어린 아이들에게서 술술 꾸며지고 이어진다. 아이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그 아이들을 둔 엄마는 서로 안 싸우고 재미나게 노는 세상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동화작가가 됐다.

안미란은 1996년 농민문학상에 중편동화 ‘바다로 간 게’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2001년 창비 좋은어린이책 창작부문에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로 대상을 수상했다. ‘나 안 할래’ ‘참 다행인 하루’ ‘날아라, 짤뚝이’ ‘너만의 냄새’ ‘투명한 아이’ 등의 동화책을 냈다. 현재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 소식지인 ‘더불어함께’ 편집위원이며,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으로 ‘책과아이들’의 상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이들의 성장기간 동안 작가가 살던 동네를 함께 걸었다. “여긴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던 길, 이 횡단보도는 몇 년간 녹색어머니로 등교길 아이들을 지키던 길목이고요.” 동네를 설명하던 작가는 몇몇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세 딸과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들의 엄마들이다. “제 작품 중 많은 이야기가 이 동네에서 나왔어요. 아이들은 제 동화를 읽다가 ‘엄마, 이거 우리 이야기 같은데?’ 라는 말도 하고요."

■반려견의 시각으로 본 아이의 세계

   
동동이 실종사건- 안미란 지음, 사계절, 2019
‘동동이 실종사건’은 올해 제42회 부산아동문학상 수상작으로, 꼬마소녀 다홍이와 반려견 동동이의 이야기다. 언니 연두는 나무에 달린 지폐를 주워 경찰에 가져다준 일로 착한 어린이 상을 받고, 착한 어린이 특공대를 만들었다. 다홍이는 자신도 특공대에 데려가 달라고 매달리지만 연두는 혼자 놀러 가 버린다. 가만있을 다홍이가 아니다. 다홍이는 동동이를 데리고 착한 일을 하러 집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돈이 달린 나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착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다홍이를 보며 동동이는 자신이 실종되기로 결심한다. 다홍이가 실종된 자신을 발견하면 착한 어린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동이. ‘내가 실종당해 줄게!’ 신나게 달아난 동동이는 공사장 깊은 웅덩이에 빠지고, 정신없이 뒤쫓아 가던 다홍이도 구덩이에 빠진다. 흙투성이가 된 다홍이와 동동이가 껴안는 장면은 뭉클하다.

이 책은 동동이의 진술로 이어진다. 사람이 보는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견의 시각으로 본 아이의 세계이다. 동동이는 다홍이에게 안기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다홍이는 나를 꼭 끌어안았어요, 안는 건 좋아요. 다홍이의 살냄새랑 찝찔한 눈물 맛이랑 다 좋아요. 그리고 사탕냄새도.” 이 대목에서 어린 시절 집에서 키웠던 복돌이가 생각났다. 복돌이는 학교에서 돌아온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다리도 핥고, 가방냄새도 맡았다. 복돌이도 동동이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구나, 새삼 가슴이 짠해진다.

‘동동이 실종사건’에도 딸의 사연이 숨겨져 있다. “딸아이가 동네 밖이 궁금했는지 골목을 벗어나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다니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지요. 그런데 문방구 가게에서 키우던 개를 만나 무사히 집으로 왔습니다. 그 개는 정해진 시간에 홀로 산책을 다녔어요. 요즘처럼 입마개를 하던 시절이 아니었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개였답니다. 길을 잃은 아이는 ‘조금만 기다리면 문방구 개가 오겠지. 따라가면 집을 찾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대요. 그 사연을 좀 빌려와서 이 책을 썼답니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이기만 한 건 아니다. 동동이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동동이는 다홍이를 곁에서 끝까지 지켜준다. 다홍이는 ‘주인’이 아니라 ‘친구’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가진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면 동물도 사람도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안미란 작가가 동화로 쓰고 싶었던 ‘서로 안 싸우고 재미나게 노는 세상’이다.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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