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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5> 부관연락선을 다룬 노래들-1

日 조선 침탈 야욕의 연락선… 사무치는 부산항 이별의 恨을 노래로

  • 이동순 시인·가요평론가
  •  |   입력 : 2020-07-26 19:26:3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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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정 부른 ‘연락선은 떠난다’
- 일본으로 사랑하는 이 보내는
- 절절하고 애달픈 이별가사에
- 작곡가 김해송의 명품 곡조
- 여운 감도는 창법 더해져
- 나라 잃은 설움이 고스란히

일제강점기 이래 현해탄을 오가며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왕복하던 부관연락선이 있었다. 이 연락선은 일본이라는 제국과 조선이라는 식민지의 경계였다. 얼마나 숱한 피눈물의 곡절과 사연이 있었을 것인가? 이런 점에서 이 배의 역사와 배경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76년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이후로 조선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많은 일본인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는데, 모두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다. 그때만 해도 보잘 것 없는 1000t 급의 소형 선박이었다. 시모노세키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불과 226㎞로 가깝다. 하지만 항해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11시간 반이나 걸렸다.
   
일본 시모노세키항과 부산항을 오가던 부관연락선 고려환.
■숱한 곡절과 사연 실은 부관연락선

1905년 일본의 여객선 이키마루가 시모노세키를 출발해 대한해협을 건넜다. 이것이 최초의 부관연락선이다.

바로 그해 조선에서 경부철도가 개통되었는데, 일본은 그들의 간선철도를 조선의 경부철도와 곧바로 연결하는 현해탄의 해운통로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런 취지에서 이 구간을 운항하는 선박에 연락선이란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제국과 식민지로 구분되는 두 나라 민족을 철저히 분리하고 확실한 차등을 두기 위해 마련한 폭력적인 장치의 성격이었던 것이다.

   
‘연락선은 떠난다’를 부른 가수 장세정.
연락선의 이름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쓰시마마루(1908), 신라마루(1913), 고려마루(1913), 경복마루(1923), 덕수마루(1923), 창경마루(1923), 금강마루(1936), 흥안마루(1936), 천산마루(1942), 곤륜마루(1943) 따위가 그것이다.

명칭을 살펴보면 일본 제국주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엔 쓰시마로 시작하더니 이후 신라와 고려왕조를 접수했다. 나아가서는 조선왕조까지 일본이 접수하였다는 표시인 듯 덕수궁, 창경궁을 그들의 연락선 명칭으로 끌어다 썼다. 금강마루는 금강산, 흥안마루는 만주 일대 싱안링 산맥까지 접수하고야 말겠다는 대륙침략과 대동아공연권의 야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천산마루, 곤륜마루는 천산산맥과 곤륜산맥조차 일본이 장악하겠다는 세계지배의 비루한 야망을 만천하에 노출했다.

러일전쟁 승리 뒤 승리감에 도취한 일본정부는 조선으로 다수의 일본인을 이주시키려는 이민정책을 수립했다. 여기에 정책적 배려까지 뒤따르니 조선으로 건너가서 한목 잡아보겠다는 기회주의적 일본인이 늘어났고, 이후 조선이민 붐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들은 부관연락선을 타고 조선으로 왔으며 한반도 전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승선시간은 모두 부산역에 도착하는 히카리(光), 노조미(望) 따위의 열차시간에 맞춰서 편성했다. 이 열차들은 만주제국의 수도 신찡역을 출발하여 부산역까지 오는 특급열차였다. 처음엔 일본인들만 이용하던 부관연락선 승선자는 차츰 일본으로 노동이민을 떠나려는 조선의 농민과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그들 사이에는 노조운동, 민족저항운동 등 일본이 염려하는 조선의 민족운동가, 좌익 활동가들로 숨어있었을 터이다. 자연스럽게 일본정부는 조선인의 선별적 입국에 대한 감시와 불순분자 색출에 노력을 기울였다. 승선을 앞두고 몹시도 철저한 검문검색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애간장 끊어내는 ‘연락선은 떠난다’

1937년 2월, 오케레코드사에서는 부관연락선을 다룬 노래 하나를 발표했으니 ‘연락선은 떠난다’(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 장세정 노래, 오케 1959)가 그것이다.



쌍고동 울어 울어 연락선은 떠난다/ 잘 가소 잘 있소 눈물 젖은 손수건/ 진정코 당신만을 진정코 당신만을/ 눈물을 씻으면서 떠나갑니다/ “아이 울지 마세요” 울지를 마세요

파도는 출렁출렁 연락선은 떠난다/ 정든 님 부여안고 목을 놓아 웁니다/ 오로지 그대만을 오로지 그대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한숨을 생키면서 떠나갑니다/ “아이 웃어주세요” 웃어를 주세요

바람은 살랑살랑 연락선은 떠난다/ 뱃머리 부딪는 안타까운 조각달/ 언제나 임자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끝없이 지향 없이 떠나갑니다/ “아이 잊어주세요” 잊어를 주세요 (‘연락선은 떠난다’ 전문)



달리 무슨 부연과 설명이 필요하리오. 부산항 제2부두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부관연락선이 쌍고동을 울리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정든 고국과의 긴 이별이다.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흐느껴 운다. 지금 떠나면 언제 다시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인지, 떠나는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앞날은 모두 어둡고 불투명하기만 하다. 연락선은 서서히 항구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눈물은 비 오듯 흘러내린다. 왜 오늘따라 하늘의 달마저 꽉 찬 보름달이 아니고 갈라진 조각달인가? 쓰라린 이별 눈물 닦던 손수건을 높이 치켜들고 항구에서 아련히 멀어지는 선박을 향해 깃발처럼 흔들었다. 부둣가에 남은 사람은 배가 수평선 너머로 아주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냥 흔들었으리라.

   
부산항 이별정서를 실감나게 담아낸 박영호의 가사도 훌륭하지만 작곡가 김해송의 애간장 끊어내는 곡조 또한 명품이다. 전주곡을 들으면 누구나 가슴이 사무친다. 여기다 평양 화신백화점 악기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장세정의 기묘한 여운이 감도는 창법은 이 노래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그로부터 강물 같은 세월은 얼마나 흘러갔는가?

이동순 시인·가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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