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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강철비2:정상회담'의 양우석 감독

남북 핵전쟁 시뮬레이션…"주제넘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07-28 19:04:0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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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내부 붕괴·평화적 비핵화 과정
- 논문·이론 바탕으로 이야기 만들어
- 남북문제 상상력 풍부해야 하지만
- 얘기만 꺼내도 국내선 욕 먹는 현실

- 남북미 다른 지도자 유형 연기 볼 만
- 긴박한 잠수함전 액션신 자신 있어
- 한반도 문제 나만의 생각 정립되면
- '강철비3'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 ‘변호인’(2013)과 ‘강철비’(2017)를 연출해 대중성과 사회성을 갖춘 영화감독으로 평가받은 양우석 감독이 다시 한번 분단 상황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 개봉 29일)으로 관객과 만난다.

‘강철비2’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모인 남북미 정상이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의 쿠데타로 인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평화체제로 가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통일에 대한 희망 혹은 염원을 담고 있어 영화를 본 후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또한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러답게 양 감독은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영화 곳곳에 배치해 웃음을 주며, 흔히 볼 수 없는 잠수함 액션을 연출해 영화적 재미를 배가시켰다.

지난 27일 ‘강철비2’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양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사이에 맺은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한국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북핵을 두고 벌어질 수 있는 일

   
445만 명의 관객을 모은 ‘강철비’에 이어 다시 한번 분단 상황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 양 감독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평화체제로 가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영화를 연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와 ‘강철비2’는 북핵 문제가 남북 평화체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준다. 내부 쿠데타로 치명상을 입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으로 내려오는 ‘강철비’나 남북미 정상이 납치된다는 ‘강철비2’의 설정은 너무 영화적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을 보면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양 감독은 “해외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은 전쟁, 북의 내부 붕괴, 북한의 평화적인 비핵화 이행, 그리고 남한의 핵무장에 의한 핵 균형으로 인한 평화 중 하나라고 본다”며 “‘강철비’ 시리즈는 이런 해외 전문가들의 논문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말했다. ‘강철비’는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이슈를 다뤘고, ‘강철비2’는 북의 내부 붕괴와 평화적 비핵화 과정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이다.

하지만 445만 명의 관객을 모은 ‘강철비’는 상상력으로 남북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으며, ‘강철비2’ 또한 개봉 전부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양 감독은 “현대는 전쟁도 정치도 경영도 모두 시뮬레이션이 중요하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최적의 경우를 산출한다. 21세기의 특징은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은 남북문제에 있어 가장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지만 가장 빈곤하다. 상상만 해도 욕을 먹는 분위기”라며 항변했다.

‘강철비’ 시리즈가 논란이 되는 것은 상상력보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독답게 북한군이나 지도자를 인간적으로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변호인’을 연출한 블랙리스트 감독이기에 선입견을 갖고 보는 일부의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평화체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모인 남북미 정상이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쿠데타로 인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 감독이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양 감독은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냉전 시스템도 무너졌다. 이후 남북이 UN에 동시 가입하고, 우리는 중국과 수교도 했다. 그런데 북한은 냉전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고립됐고, 우리는 같이 끌려가게 됐다”며 “‘변호인’을 연출하고 나서 어떤 영화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주제넘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20여 년간 관심을 가졌던 통일에 관한 영화를 기획했고, ‘강철비’ 시리즈를 연출했다.

‘강철비2’는 중반까지 뭔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바로 한반도의 평화가 우리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영화는 태평양 연안 패권을 두고 미중일 3국이 벌이는 암투 속에 한반도가 끼면서 시작한다. 양 감독은 “분단을 우리가 한 것이 아니기에 분단의 해체도 우리 손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남북통일을 바라는 주변 국가가 얼마나 있을까? 각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좇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미소 냉전에서 시작된 남북 분단은 현재 미중의 대격돌 속에서 더 복잡해졌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쓴 ‘예정된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만일 그래서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다면 우리는 세계 2차 대전의 폴란드 꼴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철비2’은 남북 분단과 대결을 우리 의지로 종식시키고 평화로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대통령은 “통일하실 겁니까?”라고 관객에게 묻는다. 양 감독은 “그 질문에 ‘예스’라고 해도, ‘노’라고 해도 남북의 평화체제는 이뤄져야 한다. 세계 3대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짐 로저스는 통일이 되면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했다. 평화체제 구축하고 경제 교류하면 매해 5%의 경제성장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며 평화체제 구축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강철비2’의 볼거리

영화는 각기 다른 지도자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우성이 연기한 북미회담 속 남한 대통령은 중재자 역할을 할 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안절부절한다. 어찌 보면 우유부단하고 무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쉬운 것이 강경파다. 말만 세게 하면 되니까. 남한의 대통령은 평화체제의 구축이라는 절대적 목표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양보하며, 자신이 겪는 치욕을 감당하고 자존심을 내려놓는다. 그래서 한국 대통령이 가장 진정성 있고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캐릭터가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고 한국 대통령 역할에 애정을 보였다.

유연석이 연기한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망을 구현할 수 있는 캐릭터로 그렸다. 할리우드 배우 앵거스 맥페이든이 맡은 미국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으로 자신의 업적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 북한과 미국의 정상을 연상시키는 두 캐릭터는 각각 담배와 햄버거 같은 소품을 이용해 싱크로율을 높였다. 양 감독은 “‘강철비2’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낯익고 연기 잘 하는 배우들에게서 여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 외에도 ‘강철비2’는 긴박감 넘치는 잠수함전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컴퓨터그래픽에만 1년 이상의 공을 들인 잠수함전에는 어뢰는 물론, 소노부이(음파 탐지 부표) 능동소나(음파 레이더) 기만어뢰 폭뢰 등 실제 전투에 사용되는 무기와 장치가 자문을 거쳐 사용했다. “장르물이 지닌 특징을 제대로 나타내려고 했다. ‘변호인’은 법정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주고자 했고, ‘강철비2’는 잠수함전의 액션을 제대로 연출해 외국 잠수함 영화와 붙어보고자 했다”며 잠수함 액션에 자신감을 보였다.

   
“20년 넘게 남북문제를 관심 있게 봐 왔다. 1, 2편은 외국의 학자들이 논문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만일 저만의 생각이 정립된다면 ‘강철비3’를 연출할 수 있겠다”는 양 감독. 급변하는 한반도와 국제 정세 속에서 그만의 시각이 투영된 새로운 ‘강철비3’를 기대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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