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17> 제16곡 - 공자와 음악

인생이 예술이 되게 하라, 공동체 화합이 함께 할 것이니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공자가 꿈꿨던 ‘조화로운 세상’
- 원동력은 예악에 있다고 믿어
- 음악에 대한 배움·열정 남달라
- 그 속에서도 중용의 덕 강조해

‘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는 탄생부터 사후까지 그림과 함께 간략한 설명을 덧붙인 공자의 발자취입니다. 그 가운데 ‘방악장홍’(訪樂萇弘)은 공자께서 주나라 대부인 장홍을 찾아가 음악을 배웠다는 내용입니다.
   
‘공자성적도’ 가운데 공자가 주나라 대부인 장홍을 찾아가 음악을 배웠다는 내용을 담은 ‘방악장홍’. 예와 악을 중요하게 여긴 공자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예악은 정치적인 함의와 함께 수신과 공동체 생활의 매개라는 다중적 의미를 가진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제공
그 전후 맥락이 의미심장합니다. 공자께서 앞서 노자를 만나 예(禮)를 물었다는 대목이 하나요, 장홍이 벼슬아치인 유문공(劉文公)과 나눈 공자 인물평이 다른 하나입니다. 예와 악은 공자를 이해하는 키워드. ‘사람으로서 인(仁)하지 않으면 예를 어떻게 행할 수 있겠으며, 사람으로서 인하지 않으면 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는 ‘논어’(論語) 3편(이인) 3장의 공자 말씀을 떠올립니다. 예의 본질, 악의 본질이 사람의 선함에서 나오는 인임을 강조하지요.

우선 ‘방악장홍’ 속 장홍과 유문공의 대화. “겸허하게 예를 몸소 행하고, 성인의 도를 전하며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장홍이 공자를 극찬합니다. 유문공이 되묻습니다. “어떻게 그가.(당시 공자는 30대였고 관직도 변변치 않았음)” 장홍이 설명합니다. “요·순임금과 주나라 문왕 및 무왕의 도가 사라지고 예악은 무너진 지금, 그 기강을 다시 세울 사람이 공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전해 들은 공자의 자평이 걸작입니다. “내가 어찌 감히…. 다만 예와 악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

공자성적도는 사마천의 ‘사기’ 중 ‘공자세가’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방악장홍은 공자께서 장홍을 만났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하지만 장홍과 유문공의 대화 및 공자의 말씀은 후대에 덧붙여진 것입니다. 요즘말로 하면 ‘양념’을 더한 셈인데, 오히려 공자와 음악을 풀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에피소드이지요. 공자의 롤모델인 주공(周公)까지 합쳐 ‘요·순·우·탕·문·무·주공’은 중국 성왕의 계보입니다. 성왕들이 꽃피운 ‘살 만한 세상’, 질서 있고 조화로운 세상을 되살리는 것이 공자의 정치적 이상이라면, 그 조화와 질서가 바로 예악으로 이뤄진다고 믿었던 사람이 공자입니다. 약육강식의 정치 현실 탓에 꿈을 이루진 못했으나 평생 예악에 충실했던 사람, 공자.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논어’를 인생 최고의 책으로 삼았던 현대 국악 개척자 황병기(1936~2018) 선생이 만든 가야금 창작곡 ‘비단길’(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niLSj65tpJI)을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중용미덕 지킨 생활 음악인 공자

   
공자는 순임금의 음악인 소악(韶樂)을 두고 ‘극진히 아름답고 극진히 좋다’며 극찬했다. 특히 악은 시와 무용을 더하며 조화를 이룬다. 중국 곡부의 소악 공연 모습. 국제신문DB
‘논어’ 8편(태백) 8장. “시(詩)에서 선한 마음을 일으키고, 예에서 서며, 악에서 (인생의 완성을) 이룬다.” 흥어시(興於詩) 입어례(立於禮) 성어악(成於樂)이란 이 공자 말씀은 인간 성품의 근본적 어짊을 표현합니다. 그 내용은 시와 예로, 과정과 완성은 음악으로. 황병기 선생이 감명 받아 ‘논어 백가락’이란 책을 쓴 바로 그 구절입니다.

공자께서 제나라에 계실 때 순임금의 음악인 소악(韶樂)을 들으시고, 이를 배우는 3개월 동안 고기맛을 모를 정도로 심취하셨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지요. 온전히 음악에 심취한 생활 음악인 그 자체입니다. 소악에 대한 공자의 평가는 ‘극진히 아름답고 극진히 좋다’고 할 만큼 대단합니다. 고국인 노나라에서 음악을 관장하는 책임자인 태사에게 하신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알 수 있으니, 처음 시작할 때는 오음(五音)을 합하며 풀어놓을 때는 조화를 이루고 분명하고 연속되어서 한 악장을 끝마치느니라.” 음악의 시작과 끝처럼 인생의 출발과 마무리도 이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너무 감상에 젖어서는 곤란합니다. 낙이불음(樂而不淫)하고 애이불상(哀而不傷)하라는 가르침이 그것입니다. ‘시경’(詩經)의 관저(關雎) 구절을 인용하며 즐겁되 넘치지 않고, 슬프되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는 음악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주자는 이를 두고 ‘음란하다는 것은 즐거움이 지나쳐 정도를 잃음이다. 마음을 상했다는 것은 슬픔이 지나쳐 조화를 해침이다’고 풀었습니다. 공자께서 강조하신 중용(中庸)과도 맥이 닿는 이치이지요.



■인생이 예술이 되게 하려면…

‘논어’ 7편(술이) 6장을 빼놓을 수 없지요. “도에 뜻을 두며, 덕을 굳게 지키며, 인을 떠나지 않으며, 예에서 노닐어야 한다.” 지어도(志於道) 거어덕(據於德) 의어인(依於仁) 유어예(游於藝)라는 공자의 말씀입니다. 지는 마음이 가는 바이며, 거는 붙들어 지킴이요, 의는 떠나지 않음이요, 유는 사물을 즐김이라고 합니다. 예는 예(예법)·악(음악)·사(활쏘기)·어(마차몰기)·서(글쓰기)·수(수학)의 육예, 오늘의 교양이나 예술에 해당합니다. 사람의 배움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니 도와 덕과 인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예술을 통해 일상의 수행에 힘쓰는 일이겠지요. 무위당 장일순(1928~1994) 선생의 말씀인 ‘인생이 예술이 되게 하라’(사인생위예·使人生爲藝)와 같지 싶습니다. 공자 시대 예악이 통치 수단이었다면 지금 예와 악은 공동체의 질서와 화합을 유지하는 중요한 매개이겠지요. 인생이 예술이 된다면 세상이 더 조화롭고 질서 있지 않겠습니까.

   
공자께서 사양자로부터 거문고를 배울 때 보였던 자세를 되새기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처음에 10일이 넘도록 한 곡에 몰두하다, 운율을 익힐 때까지 연습했으며, 이어서 음악에 담긴 의미를 알 때까지 익히며, 결국 음악을 만든 사람을 알 때 마쳤다고 합니다. 음악이 삶이 되는 아름다운 과정입니다.



   
마치는 곡은 부산 출신인 남성 3인조 아이씨밴드의 ‘바람’입니다.(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cX6MB5iQzmY)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10. 10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8. 8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9. 9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10. 10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8. 8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9. 9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