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 먹는 사람은 주로 양반 몽룡
- 익살맞고 묘한 통쾌감까지 선사
원래 조선 고전 춘향전은 ‘19금(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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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조승우 이효정이 각각 이몽룡 성춘향 역으로 출연한 임권택 감독 ‘춘향뎐’(2000년) 한 장면.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으며 5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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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고, 망측해라. 제미× 개×으로 열두 다섯 번 나온 녀석, 눈깔은 얼음에 자빠져 지랄 떠는 소 눈깔 같이… 소리는 생고자 새끼 같이 몹시 질러 하마터면 애 떨어질 뻔하였잖아!” (이고본 춘향전)
광한루에서 방자가 호들갑을 떨며 몽룡이 원하는 바를 바락 소리쳐 알리자 춘향이 욕을 바가지로 쏟아냈다. 이본 속 욕설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다. 욕감태기는 주로 몽룡이다. 암행어사이지만 신분을 속이려고 비렁뱅이 꼴로 장모 월매를 찾았다가, 밭일하는 노인에게 춘향 근황을 물었다가, 동네 선비들 농간에 속아 애먼 묘소에 곡하다가 욕을 번다. 욕설은 익살맞고, 묘하게 통쾌감을 준다. 찌꺼기 감정을 밀어낸다. 가학 성향을 띤 욕설을 소설 기제로 썼다.
야한 묘사는 성인급이다. 잠자리에서 남자가 여성 옷을 어떻게 벗겨야 하는지 춘향은 자세하게 설명한다. 16세 두 남녀가 방중술에 능숙하다(무명씨인 저자가 잘나가는 한량이 아닐까). 몽룡을 등에 업은 춘향이 소리를 내지른다.
“애고 나는 못 업겠소. 등어리에 구멍 나겠소. 마른 땅에 말뚝 박듯 꽉꽉 찔려 못 업겠소.”
이고본에는 주해가 많다. 성현경 현대역본은 1270개 주석(註釋)을 달았다. 몽룡은 춘향과 첫날밤을 보내기 전 먹은 합환주에 취흥이 올라 짝타령을 부른다. 바리가 구마가(駒馬歌)라고도 하는데 역사 속 유명 인물 네 명이 짝지어 등장한다.
“거미줄이 교묘해도 누에에는 미치지 못하다던 왕원지로 한 짝하고, 글을 잘 지어 천하에 모르는 이가 없다 하던 구양수로 짝을 짓고,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 물결은 일지 않는다고 하던 소동파로 웃짐 쳐서, 위수는 달을 감춘다던 황노직으로 말 몰려라.” 덩더꿍덩더꿍~. 송나라 문장가 네 명을 짝지은 짝타령에 이어 고금 명필(왕희지 위부인 채중랑 회소)을 내세운 바리가가 나온다.
몽룡이 한양으로 가면서 춘향과 헤어지는 대목.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담은 명시와 고사가 쏟아진다. 읽는 이는 마음이 저민다. 춘향전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문향에 정신이 아득해지기 마련이다. 이 맛에 고전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