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욕쟁이 춘향에 야한 묘사까지 읽는 재미 ‘톡톡’

이고본 춘향전의 매력

  • 서부국 국장 겸 교열부장
  •  |   입력 : 2020-08-31 19:22:1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욕 먹는 사람은 주로 양반 몽룡
- 익살맞고 묘한 통쾌감까지 선사

원래 조선 고전 춘향전은 ‘19금(禁)’이었다.

   
배우 조승우 이효정이 각각 이몽룡 성춘향 역으로 출연한 임권택 감독 ‘춘향뎐’(2000년) 한 장면.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으며 5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수상작.
“애고, 망측해라. 제미× 개×으로 열두 다섯 번 나온 녀석, 눈깔은 얼음에 자빠져 지랄 떠는 소 눈깔 같이… 소리는 생고자 새끼 같이 몹시 질러 하마터면 애 떨어질 뻔하였잖아!” (이고본 춘향전)

광한루에서 방자가 호들갑을 떨며 몽룡이 원하는 바를 바락 소리쳐 알리자 춘향이 욕을 바가지로 쏟아냈다. 이본 속 욕설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다. 욕감태기는 주로 몽룡이다. 암행어사이지만 신분을 속이려고 비렁뱅이 꼴로 장모 월매를 찾았다가, 밭일하는 노인에게 춘향 근황을 물었다가, 동네 선비들 농간에 속아 애먼 묘소에 곡하다가 욕을 번다. 욕설은 익살맞고, 묘하게 통쾌감을 준다. 찌꺼기 감정을 밀어낸다. 가학 성향을 띤 욕설을 소설 기제로 썼다.

야한 묘사는 성인급이다. 잠자리에서 남자가 여성 옷을 어떻게 벗겨야 하는지 춘향은 자세하게 설명한다. 16세 두 남녀가 방중술에 능숙하다(무명씨인 저자가 잘나가는 한량이 아닐까). 몽룡을 등에 업은 춘향이 소리를 내지른다.

“애고 나는 못 업겠소. 등어리에 구멍 나겠소. 마른 땅에 말뚝 박듯 꽉꽉 찔려 못 업겠소.”

이고본에는 주해가 많다. 성현경 현대역본은 1270개 주석(註釋)을 달았다. 몽룡은 춘향과 첫날밤을 보내기 전 먹은 합환주에 취흥이 올라 짝타령을 부른다. 바리가 구마가(駒馬歌)라고도 하는데 역사 속 유명 인물 네 명이 짝지어 등장한다.

“거미줄이 교묘해도 누에에는 미치지 못하다던 왕원지로 한 짝하고, 글을 잘 지어 천하에 모르는 이가 없다 하던 구양수로 짝을 짓고,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 물결은 일지 않는다고 하던 소동파로 웃짐 쳐서, 위수는 달을 감춘다던 황노직으로 말 몰려라.” 덩더꿍덩더꿍~. 송나라 문장가 네 명을 짝지은 짝타령에 이어 고금 명필(왕희지 위부인 채중랑 회소)을 내세운 바리가가 나온다.

   
몽룡이 한양으로 가면서 춘향과 헤어지는 대목.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담은 명시와 고사가 쏟아진다. 읽는 이는 마음이 저민다. 춘향전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문향에 정신이 아득해지기 마련이다. 이 맛에 고전을 읽는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6. 6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7. 7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8. 8이 대통령 "김지용 후보자, 검사 출신 이유로 배제하면 중수청 망쳐"
  9. 9李 "중수청장 후보자 친윤 주장은 허위, "맛집 찾아갔더니 부실" 받아친 추미애(종합 2보)
  10. 10트럼프 알래스카 투자 깜짝 발표, 與 "확정된 것 아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0. 10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4. 4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5. 5[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9. 9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5. 5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6. 6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7. 7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8. 8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