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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17> 통영 욕지도 고등어 (하)-고등어 양식과 활고등어회

'푸른 자궁' 욕지도 덕분에 … 한국도 활고등어회 쉽게 맛보다

  • 최원준 시인
  •  |   입력 : 2020-09-01 19:03:4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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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생선' 남획 탓 수입 의존
- 횟감 활어 양식 메카된 욕지도
- 치어 한 계절 키워 전국에 공급
- 마리당 도매가 3000~5000원

- 수족관 고등어떼 유영 진풍경
- 갓 썬 회 부드러우면서도 쫀득
- 특유의 비린내 잡는 비법으로
- 횟집마다 찍어먹는 양념장 다양

잔잔한 바다 위로 선외기가 물살을 가른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 또한 푸르다. 모든 어족을 먹여 키우는 어미의 자궁 같은 곳, 욕지 앞바다. 고등어 양식업을 하는 비봉수산 전재석(45) 대표의 가두리 양식장으로 향하는 뱃길이다.
싱싱한 고등어가 수조 속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굉음을 지르며 질주하는 배에 몸을 맡긴 지 몇 분. 일군의 가두리양식장들이 보인다. 욕지면 동항리 한정 9호 어장. 전 대표의 양식장에 도착하니 개들이 낯선 이들을 반긴다. 가두리마다 참돔, 대방어, 고등어 등이 양식되고 있었다. 고등어 가두리에 선다. 사람의 인적에 고등어 떼가 푸른 물비늘을 일으키며 푸드덕 힘찬 꼬리 짓을 한다. 역동적인 유영이다.

이런 고등어를 회로 떠서 접시에 담은 것.
“한때 욕지도에서의 고등어는 우리 곁에 당연히 두던 ‘양식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전 대표의 말이다. 욕지도에서 고등어는 ‘바다의 양식’이었다. 집마다 부엌 아궁이 옆에는 뒤주처럼 작은 ‘고등어간독’이 있었고, 그 간독에는 ‘간고등어’가 식구들 밥상의 음식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욕지도 앞바다는 고등어를 비롯해 수많은 어족으로 넘쳐나던 풍요로운 해역이었다. “옛날에 40㎝ 안 되는 놈들은 고등어로도 안쳤어. 작은놈들은 밭에 비료로 줬을 정도니까.” 욕지도에서 마지막 간독을 두고 있는 제명수(89) 할머니의 말이다.

그러던 고등어가 요즘 시쳇말로 씨가 말랐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대량어획과 남획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급기야 우리나라는 국민 생선 고등어를 수입하는 고등어수입국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북유럽, 일본 등에서 국내 소비량 상당 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우리나라 고등어의 대표산지 욕지도에서, 새로운 고등어 관련 수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잡는 고등어’가 아닌 ‘기르는 고등어’ 어업이 그것.

고등어를 직접 길러 활고등어 상태의 횟감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 중심에 전 대표도 한몫하고 있다. 아버지 전상열(74) 씨가 35년 전 시작한 고등어 양식업을 이어받아, 2대째 운영하는 전 대표. 현재 한 해 4만~5만 마리 정도의 활고등어를 생산하고 있단다. 전 대표의 활고등어는 부산 송도고등어축제를 비롯해 제주도, 서울 등지에 공급되고 있다. 고등어 치어 또한 제주도 등지에 양식용으로 공급하기에, 욕지도는 명실공히 고등어양식의 메카라 할 수 있겠다.

“한때 바다에 나가 미끼를 뿌리면 새까맣게 고등어 치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때 그물을 던져 고등어를 잡는데, 그물질 대여섯 번이면 양식용 치어를 잡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꿈같은 일이지만 당시에는 별일 아니듯 바다에 어족이 넘쳐났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욕지도 앞바다 고등어 양식장 전경.
고등어 양식은 20㎝(200g) 정도 되는 뼘치 치어를 직접 잡거나, 정치망 어부에게 양식용 치어를 사, 한 가두리에 2만 마리 정도 입식하여 기른다. “320g 정도 크면 출하하는데, 입식 후 3, 4개월 정도 키웁니다. 주로 여름에 입식해서 초겨울까지 먹여 출하합니다. 7월에 잡아 10월쯤에 파는 것이 기본입니다.” 전 대표의 말이다. 양식한 고등어는 산 채로 전국의 횟집으로 팔려나간다. 전국 활고등어 전문 횟집의 고등어는 대부분이 욕지도 산이라고 보면 된다. 육지에 가까워 유통비용이 적게 들고 수송 시간이 짧아서 신선하면서도 고기 스트레스가 적은 것이 강점이라고.

“주로 5t 트럭에 500마리 정도를 담아 유통하는데, 절반은 서울로 갑니다. 반은 지방에 풀고 나머지는 서울로 가는 거죠. 한창때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물차가 대기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선창에서 만난 이철수(59) 욕지도 동제자율어업공동체 위원장의 말이다.

욕지 고등어는 한때 마리당 도매가가 7000원에서 1만 원 했던 호시절도 있었다. 때문에 활고등어는 ㎏으로 금을 매기는 게 아니라 마리 당 카운터로 세어서 계산했단다. 요즘은 마리당 3000~5000원 정도라고.

그러면 이 욕지 고등어를 누가 먼저 양식을 시작했을까? 몇몇 언론에는 ‘원형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을 욕지도에 처음 도입한 어부 홍순진 씨가 최초라고 한다. 이에 “누가 최초라고 콕 집어서 얘기할 수 없다. 고등어양식은 욕지사람들의 오랜 양식 노하우로 오늘에 이르렀고 다수의 욕지 어민들이 자연발생적으로 시도했기에 그렇다”고 이 위원장은 말한다.

한정 9호 어장에만 10여 양식장이 오래전부터 여유분의 가두리에 고등어양식을 하고 있는데, 2002년 일본으로 활고등어 수출, 2005년에는 서울 등 대도시에 횟감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단다.

전 대표의 고등어 양식장에서 나와 욕지항으로 다시 돌아온다. 스무여 남짓 되는 횟집이 해안 도롯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모두가 수족관에 한 무리의 활고등어를 채워두고 있다. 일반 생선회값으로 활고등어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선창가로 줄지어 있는 해물 포장마차도 마찬가지다. 온 동네가 활고등어를 수조에 두고 육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선창가의 ‘봉이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는다. 욕지도에서 유명한 욕지할매바리스타 카페 앞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전 대표의 부모가 운영하는 해물포차. 회칼 몇 번에 펄떡이던 고등어가 싱싱한 회 한 접시로 탈바꿈한다. 아직도 살결이 푸들푸들하고 차갑도록 푸르스름하다. 회 한 점 입에 넣는다. 부드러우면서도 탄실탄실하다. 쫀득한 식감을 주다가도 혀 속으로 스며드는 진한 감칠맛으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차오른다. 고등어회는 찍어 먹는 양념장이 중요하다. 등 푸른 붉은 살 생선은 자칫하면 특유의 비린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다른 생선회와 달리 고등어회와 함께 하는 양념 소스는 아주 다양하다. 그래서 각각의 횟집마다 고추냉이, 초간장, 생강, 어간장, 초고추장… 등 저마다의 다양한 양념 소스를 낸다. 모두가 독특한 맛을 조화롭게 풀어내기에 고등어회를 맛있게 즐길 수가 있다.

일제강점기 전후부터 여름과 가을을 지나며 ‘고등어 파시’로 불야성을 이루던 욕지도. 광복 후에도 이어지던 고등어 파시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제 활고등어 양식으로 욕지도는, 옛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등어의 도시, 부산’에서도 좀체 먹어보기 힘든 활고등어회. 부산서 세 시간 남짓이면 가닿는 욕지도에서, 싱싱한 고등어회 한 접시로 푸르른 ‘생명의 바다’ 한 점 찍어 먹어 보는 여유도 괜찮을 듯싶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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