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비 53억 등 총예산 66억 달해
- 속전속결에 작품 질 담보 어려워
- 실패한 공공프로젝트 답습 우려
부산 16개 구·군을 포함한 전국 공공시설에 예술품을 설치하는 역대급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추진돼 지역 곳곳이 도심 속 미술관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공모에서 작품 설치까지 5개월 남짓한 기간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탓에 조악한 작품이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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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부산시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선보였던 그림과 조형물. 이 작품들은 각각 통행을 방해하고 벌건 녹물이 흘러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민원이 쏟아졌던 작품이다. 국제신문DB |
■공공미술로 도심속 미술관 기대
부산시는 도심 곳곳에 시각예술·도시재생작품을 설치하고 소규모 공동체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 미술’을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내년 2월 설치가 마무리되면 16개 구·군 내 16~32곳에 시각예술 작품과 문화공간이 생기게 된다. 구·군별로 1, 2개 팀에 약 4억 원이 할당되는 이번 사업에는 국비 53억 원, 시비 6억8000여만 원 등 총 66억4000여만 원이 투입된다. 부산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연간 전시예산이 각각 20억 원 안팎, 부산비엔날레 예산이 약 25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미술계에 전례 없는 예산이 풀리는 셈이다.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연계된다. 앞서 문체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에게는 일자리를, 국민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코로나 추경’을 통해 확보한 700억 원으로 ‘한국판 예술 뉴딜 사업’을 마련했다.
사업 참여 대상은 37명(사업비 4억 원 기준) 이상이 모인 프로젝트팀으로, 대표기획자 1명과 회계처리와 아카이브 구축을 지원할 행정인력 1명을 꼭 포함해야 한다. 작가는 지역미술인 중심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 증명을 신청했거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기관 사업을 맡은 작가는 물론, 미술 관련 단체 회원 가입자와 관련 학부 졸업생·대학원생도 참여가 가능하다. 시는 이달 말에 공모를 할 예정이다. 참여희망 작가들은 팀을 구성한 후 다음 달 말까지 작품 설치 및 사후 관리계획 등을 담은 기획안을 부산시에 제출해야 한다. 시는 1단계로 기획안을 전문가 심사를 통해 선정하고, 현장심사 및 각 분야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오는 11월 중순에 작가팀을 선정한다. 뽑힌 팀은 내년 2월까지 현장에 결과물을 선보여야 한다.
■도심 흉물 양산 우려도
문제는 공모 기간을 포함한 사업 기간이 이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5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술계 현장에서는 이 기간동안 공공성·장소성·환경에 맞는 작품 제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짧은 시간에 수십 명에 달하는 작가를 모아야 하고 실제 작품 제작 기간도 3개월이 안 돼 작품의 질도 담보하기 쉽지 않다. 비교적 제작이 빠른 동상을 비롯한 조형물과 벽화 등 부산시가 기존 도시재생사업에서 실패했던 공공미술프로젝트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의 한 작가는 “1개월 남짓한 기간에 마음에 맞는 작가를 수십명 씩 모으기란 매우 어렵다. 아마 상당수 작가는 이름만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일정에 쫓기고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조악한 벽화나 조형물이 넘쳐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도 작가를 동원하기 좋은 협회·단체 회원이나, 대학에 소속된 작가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어 공평한 참여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며 “기존 건축물 공공미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공공미술꾼’이 활개를 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전염병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작가를 지원하자는 취지의 사업이라 많은 이들이 참여하면서도 양질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팀 형식으로 지원토록 했다. 벽화는 지양토록 하는 등 작품성이 떨어지는 기획안은 과감히 떨어뜨리고, 필요하다면 제작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