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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언니’들과 함께 보낸 18년의 기록

완월동기록연구소 정경숙 소장, 인권단체 ‘살림’ 활동상 책 출간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   입력 : 2020-09-15 19:11:5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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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 여성 삶 가꾸도록 도우며
- 공창 이미지 벗고 도시재생 추진
- 그간 활동가들의 투쟁 과정 담아
- “그들도 그저 평범한 우리 이웃”

“언니들(성매매 여성을 지칭)의 삶이 보통 사람들보다 특별하거나 이상하지 않다는 것,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현장에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심으로 치열하게 발로 뛰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다.” (254쪽)

완월동기록연구소 정경숙 소장. 국제신문DB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을 이끌었던 정경숙 완월동기록연구소 소장이 최근 ‘완월동 여자들’(사진·산지니)을 펴냈다. 일제가 조성한 한반도 첫 공창이자 마지막 성매매집결지 ‘완월동’이 폐쇄 절차에 들어가기까지 활동가들의 투쟁 과정과 소회를 담은 책이다.

부산의 옛 중심지인 원도심에서 100년을 버텨온 완월동은 지난 3월 도시재생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됐다. 그에 앞서 지난해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조례도 부산시의회를 통과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성매매 여성들과 연대하며, 인권의 관점에서 지원해온 ‘살림’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2002년 완월동 가까이에 문을 연 ‘살림’은 20대 후반 여성학을 공부하며 성매매 문제를 고민하던 저자가 주도해 만들었다. 살림이란 명칭은 ‘살린다’와 ‘살림을 산다’는 의미 모두를 뜻한다. 말 그대로 성매매 여성을 성 산업과 폭력으로부터 구조해 살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하자는 바람을 담았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도시 속의 섬’이자 ‘금녀의 공간’이었던 완월동에 접근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업주들의 욕설 협박뿐 아니라 물리적인 폭력도 견뎌야 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경계를 허무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였다. 책에는 활동가들이 완월동에 다가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았다. “직접 삶은 계란 수 백 개를 들고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추운 겨울날 길가에 앉아 언니들과 도란도란 하늘의 별을 세고, 긴급 구조요청을 한 언니를 데리러 업소에 들어가기도 하고, 주변 상인들이나 업소 관계자들과 반목과 갈등하며 접점을 찾아가기도 했다.”(143,144쪽)

다행히 성매매 여성들도 활동가들의 진심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살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기도 하고, 연대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이 참여한 다큐멘터리 ‘언니’는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AND동의펀드상을 수상했으며, DVD로도 만들어져 성매매 예방 교육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저자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만나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모두의 마음과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라며 “이런 시간과 정성이 쌓이면 믿음과 신뢰가 생기고 불신을 내려놓고 서로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살림의 성과뿐 아니라 당시에 겪었던 좌절과 실패의 경험도 공유한다. 2005년 완월동에서 문화행사 ‘언니야 놀자’를 기획했지만 업주들의 행패와 경찰의 비협조로 난장판이 됐던 현장, 의욕과 달리 언니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미안했던 일들도 솔직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2016년 말 살림을 떠나 지난 5월부터 완월동의 역사를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지로서 함께 하고 있으며, 아울러 책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또한 달라지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전한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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