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 입히고 조립해 예술로 승화
- 1유로 소품 모은 작품도 전시
- 11월까지 BMW포토스페이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인류는 쓰레기와 전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염병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면서 음식점 배달과 포장 주문이 급증하자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소스나 양념, 음료 등이 묻은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코로나발 일회용품 쓰레기 대란’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 사람 간 이동과 공장 가동률이 줄자 ‘전염병은 지구의 자정작용 중 하나’라는 일부 환경론자들의 말도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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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자 작가의 ‘다회용쌓기 연작’.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용기나 과일 껍질에 색을 입히고 이를 서로 이어 붙여 사진에 담아냈다. |
박희자 사진작가는 이런 일회용 쓰레기에 색을 입히고 이어 붙여 멋진 작품으로 쓰임을 찾아냈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BMW포토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뤼리리:rerere’에서 그의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에 선보이는 ‘다회용쌓기’ 연작 속 주인공은 일상생활 중 배출되는 일회용 용기다. “작업을 처음 시작했던 시기 프랑스에 있었는데, 이동금지령으로 집안에 고립됐다. 한 달가량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어마어마하게 쌓여가는 일회용 용기의 외형에서 조형적 재미를 느꼈고, 용기에 색을 입혀 브랜드를 지우고 물건의 외형적 조형 리듬에 걸맞은 물품을 덧붙여 다른 존재로 만들었다.”
일회용 페트병 등에 두텁게 칠한 물감이 눈길을 끌었다. “색을 입힌 이유는 사소했다. 한국에 귀국하기 전 실크스크린 재료로 준비해간 물감을 줄여보고자 먹고 남은 과일 껍질에 색을 칠하는 장난을 했었다. 시간이 지난 후 보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널린 용기에도 칠해본 것이 시작이었다.”
함께 전시되는 ‘1유로 트로피’ 연작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작업이다. 찻잔·촛대·와인따개·유리잔 등이 하나하나 올려지면서, 본래 기능은 사라지고 미처 보지 못했던 멋이 드러났다. “벼룩시장에서 사 모은 손바닥 크기의 1유로짜리 소품을 직관적 판단에 따라 쌓으며 저평가된 사물들의 조형적 언어를 되짚어보고자 시작한 작업이다. 매일 주말 벼룩시장에서 상인들이 1유로로 가격을 책정한 물건들만 모아 트로피를 상상하며 쌓아 올렸다.”
작가는 쓰임을 다해 버려진 물건들을 수집해 기능을 지우고 외형적 조형미를 강조해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이런 방법으로 제조·생산업의 중심지였던 서울 을지로의 풍경을 기록한 작업 ‘경치의 오브제’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이전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전시 제목은 ‘다시’를 뜻하는 영문 ‘RE’를 반복하여 부르는 발음을 그대로 표기해, 일상에서 사용되던 물건들이 본래의 가치를 잃고 방치되거나 버려졌지만 다시 사용됨을 의미한다. “촬영 대상은 사실상 모두 쓰레기이거나 1000원 정도의 금전적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사진 촬영 대상으로 사용됨으로써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예술작품의 가치 또한 만든 사람에 따라,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주변에서 눈길을 주지 않았던 사소한 물건들을 다시 보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박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를 졸업했으며, 지난해 부천아트벙커·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4년 제15회 사진비평상, 2016년 제9회 KT&G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8일까지.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