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한 번 쓰면 버려질 팔자? 칠하고 꾸미니 당당한 작품

집에 쌓인 일회용품서 영감 얻은 박희자 사진작가 ‘뤼리리’전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9-21 19:09:53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색 입히고 조립해 예술로 승화
- 1유로 소품 모은 작품도 전시
- 11월까지 BMW포토스페이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인류는 쓰레기와 전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염병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면서 음식점 배달과 포장 주문이 급증하자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소스나 양념, 음료 등이 묻은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코로나발 일회용품 쓰레기 대란’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 사람 간 이동과 공장 가동률이 줄자 ‘전염병은 지구의 자정작용 중 하나’라는 일부 환경론자들의 말도 무색해졌다.
박희자 작가의 ‘다회용쌓기 연작’.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용기나 과일 껍질에 색을 입히고 이를 서로 이어 붙여 사진에 담아냈다.
박희자 사진작가는 이런 일회용 쓰레기에 색을 입히고 이어 붙여 멋진 작품으로 쓰임을 찾아냈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BMW포토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뤼리리:rerere’에서 그의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에 선보이는 ‘다회용쌓기’ 연작 속 주인공은 일상생활 중 배출되는 일회용 용기다. “작업을 처음 시작했던 시기 프랑스에 있었는데, 이동금지령으로 집안에 고립됐다. 한 달가량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어마어마하게 쌓여가는 일회용 용기의 외형에서 조형적 재미를 느꼈고, 용기에 색을 입혀 브랜드를 지우고 물건의 외형적 조형 리듬에 걸맞은 물품을 덧붙여 다른 존재로 만들었다.”

일회용 페트병 등에 두텁게 칠한 물감이 눈길을 끌었다. “색을 입힌 이유는 사소했다. 한국에 귀국하기 전 실크스크린 재료로 준비해간 물감을 줄여보고자 먹고 남은 과일 껍질에 색을 칠하는 장난을 했었다. 시간이 지난 후 보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널린 용기에도 칠해본 것이 시작이었다.”

함께 전시되는 ‘1유로 트로피’ 연작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작업이다. 찻잔·촛대·와인따개·유리잔 등이 하나하나 올려지면서, 본래 기능은 사라지고 미처 보지 못했던 멋이 드러났다. “벼룩시장에서 사 모은 손바닥 크기의 1유로짜리 소품을 직관적 판단에 따라 쌓으며 저평가된 사물들의 조형적 언어를 되짚어보고자 시작한 작업이다. 매일 주말 벼룩시장에서 상인들이 1유로로 가격을 책정한 물건들만 모아 트로피를 상상하며 쌓아 올렸다.”

작가는 쓰임을 다해 버려진 물건들을 수집해 기능을 지우고 외형적 조형미를 강조해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이런 방법으로 제조·생산업의 중심지였던 서울 을지로의 풍경을 기록한 작업 ‘경치의 오브제’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이전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전시 제목은 ‘다시’를 뜻하는 영문 ‘RE’를 반복하여 부르는 발음을 그대로 표기해, 일상에서 사용되던 물건들이 본래의 가치를 잃고 방치되거나 버려졌지만 다시 사용됨을 의미한다. “촬영 대상은 사실상 모두 쓰레기이거나 1000원 정도의 금전적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사진 촬영 대상으로 사용됨으로써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예술작품의 가치 또한 만든 사람에 따라,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주변에서 눈길을 주지 않았던 사소한 물건들을 다시 보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박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를 졸업했으며, 지난해 부천아트벙커·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4년 제15회 사진비평상, 2016년 제9회 KT&G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8일까지.

권용휘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8. 8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9. 9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0. 10軍 “MDL 이남서 정상 작전 중 北 지뢰로 장병 부상 최종판단”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5. 5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0. 10‘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