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위기의 부부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종편 채널에 등장했다. 이전에도 ‘백년손님’이나 ‘살림하는 남자’처럼 이상적인 사윗감이나 워너비 남편에 대한 판타지를 조장한 부부관찰 예능이 있었지만, 대놓고 부부의 성 문제와 심리전, 불륜 증거수집 방법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채널A의 ‘애로부부’는 예능 프로그램 사상 매우 파격적인 시도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TV에서 봐온 ‘손발 오글’ 부부 대신 속고 속이며, 때로는 육탄전도 마다하지 않는 부부들을 보고 있자니 나름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래, 저게 진짜 부부지…’ 하는 순간 서로에 대한 폭로전과 비방을 넘어 부부의 내밀한 속사정까지 거침없이 쏟아놓는다. 이쯤 되면 ‘저런 사연 있는 연예인 부부를 어떻게 섭외했을까’와 ‘방송 이후 그들 일상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20년 ‘미스터 트롯’ ‘보이스 트롯’ 등 트롯 경연 프로그램이 강타한 종편 방송가에서 강 건너 잔칫집 구경하던 채널 A는 다른 카드를 집어 들었다. 인간의 가장 은밀한 ‘부부의 성과 심리’를 직설화법으로 얘기하는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졌다. 너도나도 타는 ‘트롯 놀이공원’으로 가는 차에 합승하는 대신 아예 다른 테마파크로 방향을 튼 것이다. 재밌는 건 ‘미스터 트롯’을 성공시킨 작가가 바로 ‘애로부부’의 작가라는 점이다. 이제 종편채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한맛’을 뛰어넘어 좀 더 자극적이고 독한 ‘매운맛’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2020년 종편과 지상파의 트렌드는 ‘인간의 감춰진 은밀한 내면 욕망’을 드러내고 폭로하는 데 주파수를 맞춘다. 수많은 예능이 1980·1990년대를 소환하는 것은 시대의 불안을 잠재우고 화려했던 시절로 복귀해 대중의 판타지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성을 노골적이고 선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도 가장 좋았던 시절로 복귀하고자 하는 인간 욕망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애로 부부’가 시청률에 연연해 선정적인 이슈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위험한 시도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애로점의 해결과 모든 관계성의 회복이 목적이 될 때 우리는 즐겁고도 통쾌한 ‘에로 부부’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