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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클래식 人 a view] 피아니스트 랑랑

바흐와 20년간 분투…"내 연주, 코로나에 지친 마음 위로 되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09-22 19:19:25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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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 중국 대표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 한국계 독일 여성과 결혼해 화제

- 새 앨범 '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
- 10대 때 연주 후 연구·연습 매진
- 30개 변주에 자신 만의 해석 담아
- "올 연말 내한 연주회 기대해달라"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랑랑이 지난 20년간 연구하며 아껴뒀던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드디어 만났다. 지난 4일 발매된 랑랑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작품의 일부가 되고자 분투했던 20여 년 여정이 담긴 앨범이자 피아니스트로서의 끈기와 노련함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지난해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와 결혼해 우리와도 인연이 깊은 랑랑은 1995년 차이콥스키 국제 영재 콩쿠르서 우승하며 일약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떠올랐다. 2013년 골든 카메라 어워즈 국제최고음악상 수상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활약해왔다. 특히 전작 ‘피아노 북’은 2019년 발매 클래식 앨범 중 최고 판매고를 기록해 명실상부 현존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랑랑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음악들을 그냥 단순히 벨소리나 배경음악으로만 여기지 않고 피아노를 공부하는 많은 이들이 좀 더 창의적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나의 의도였는데 2019년에 가장 잘 팔린 클래식 음반으로 선정된 점은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연말 내한 연주회도 계획 중인 랑랑에게 코로나19를 살고 있는 예술가의 고민과 새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피아니스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계의 슈퍼스타’로 통하는 중국인 피아니스트 랑랑. 지난 4일 발매된 랑랑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은 작품의 일부가 되고자 분투했던 20여 년 여정을 담았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코로나19는 예술계 전 분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는데 음악계 또한 이를 피해 갈 수 없다. 특히 1년 내내 세계를 돌며 무수히 많은 연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에게 코로나19는 직접 대중과 호흡하며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랑랑도 코로나19로 인해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에 큰 변화를 겪었다. “전 세계에 걸쳐 70개의 공연이 있었는데 모두 미뤄졌다. 특히 해외로의 여행이 참 힘든 것 같다. 이건 악몽이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어려운 시기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차츰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위기를 맞은 대중에게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우리는 내면적으로 강해져야 하고 계속해서 연습해야 한다. 새로운 곡들을 익히고 작품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예술가로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는 더 같이 일하고 클래식 음악을 공유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이 특히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에 더 와닿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짧은 연주를 담은 영상을 업로드할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시대에 위로 받을 수 있는 곡으로 모차르트와 바흐의 음악 또는 다른 느낌을 가진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추천했다.

■20년 숙제 ‘골드베르크 변주곡’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을 낸 피아니스트 랑랑. 유니버설뮤직 제공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음악적 에베레스트’로 통한다. 아리아와 서른 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장시간의 연주 시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표현력과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만큼 피아니스트에게는 힘든 작품이다. “테크닉적으로나 음악적으로 확실히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다. 25번째 변주를 예로 들면 나에게 있어서 정말 가장 어려운 느린 동작이었다. 또한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해석을 하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다.”

이렇게 힘든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의 인연은 그가 10대였던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 살 때 글렌 굴드가 연주한 곡을 듣기 시작했고, 항상 바흐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반영하는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진수라고 생각했다.”

랑랑은 열일곱 살 때 피아니스트의 대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곡을 연주해 큰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앨범에 담기까지는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그에게는 20년간 풀어야 할 숙제였다. “20년 전의 나에게는 ‘브라보! 잘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20년이 넘게 배움의 과정이 지속됐다. 항상 나는 준비가 됐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안됐었다. 이러한 상태를 3년 전까지 반복하다가 마침내 이전보다 더 바로크 스타일로 연주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20년 세월의 숙성 기간을 거쳐 랑랑만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탄생했다. “바로크 시대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대의 누군가가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좋은 테크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르간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같은 완벽한 스타카토와 아름다운 레가토 등의 순수한 테크닉을 조금씩 보여주고 싶었다. 이 부분에서, 느린 동작에서 나오는 평온한 순간, 외로움, 굉장한 느림, 한 발짝 한 발짝 언덕을 오르는 힘듦 등의 감정을 조금 더 공유하고 싶었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내가 해석할 때 적용한 부분이다.”

한편 이번 앨범의 디럭스 버전에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버전과 라이브 녹음 버전을 모두 넣었다. 라이브 녹음의 장소는 바흐가 잠들어 관광객이 모여드는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로, 지난 3월 5일에 라이브 레코딩을 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에 퍼져 그때 녹음하지 못했다면 이번 앨범은 2021년이나 2022년에나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결혼으로 한국과 더욱 가까워져

랑랑은 지난해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결혼해 큰 화제였다. 그로 인해 한국과는 더 큰 유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가 한국계니까 한국이랑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장모님이 항상 맛있는 불고기를 만들어주신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한국 음식을 먹게 됐다.” 그는 결혼이 준 장점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지나가 큰 안정감을 준다. 결혼을 하니 감정도 더 안정적이다. 가족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 또 전보다 더 성숙해진 기분이다. 결혼은 남성을 더 성숙하게끔 도와주는 것 같다. 여성은 이미 성숙하지 않은가,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여성이 더 발달됐다고 생각한다(웃음).”

국내에 많은 팬을 갖고 있는 랑랑은 올 연말 내한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한국 뮤지션과의 협업도 희망했다. “어서 빨리 해외여행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함께 기도하는 수밖에. 12월에 꼭 한국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에 갈 때마다 멋진 한국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서려고 노력한다. 가수든 연주가든 젊고 능력 있는 음악가들과 함께하고 싶다.”

피아니스트로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무대에서 연주할 때”라며 “연주자로서 문화 대사가 되거나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대화의 창을 마련하는 일이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하는 랑랑.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팬들에게 모두 행복을 빈다.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게 중요한 시기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든 게 정상화됐을 때 직접 만나서 라이브로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한국 팬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그의 소망처럼 12월에 멋진 연주를 직접 만날 수 있길 기다린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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