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20> 제19곡 - 공자의 품격

예나 지금이나 ‘내로남불’인 세상, 올곧은 뜻 유지하려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자공은 온순·절제·겸양·공경 등
- 5가지 ‘덕’ 스승의 바탕이라 해
- 지혜와 덕행 아우른 인품 두고
- 맹자는 음악의 ‘집대성’에 빗대

- ‘살기좋은 세상’ 위한 공자의 삶
- 난세를 이기는 노하우 담겨있어

코로나19가 취업문을 바늘구멍으로 만들었습니다. 대기업 채용 규모가 30%가량 줄었을 뿐만 아니라 채용 방식도 수시·비대면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될성부른 인재를 뽑고 싶은 기업과 ‘나 여기 있소’ 하는 취업 준비생 모두 자기 소개서에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춘추시대 위나라 영공의 부인 남자를 기다리는 공자. 영화 ‘공자 - 춘추전국시대’의 한 장면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로남불’이긴 마찬가지인 세상,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공자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영화사 화수분 제공
자기 소개서에 청춘이 담겼다면, 인생을 담은 자기 소개서도 있습니다.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알려준 내용이 ‘논어’(論語)에 실려 있습니다. 하나는 이렇습니다. “알지 못하면 분발하여 먹는 것도 잊고, 알고 나면 즐거움으로 걱정을 잊으며, 늙음이 닥쳐오는 줄도 모른다.” 그 유명한 공자의 발분망식(發憤忘食)이 여기서 나왔습니다.(7편 18장) 춘추시대 초나라 정치가인 섭공이 자로에게 넌지시 공자의 됨됨이를 물었으나 자로가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알고 공자께서 한 말씀입니다. 배움에 대한 집념과 깨달음의 환희, 학문을 좋아하고 즐기는 태도가 오롯합니다.

이번엔 안연과 자로의 포부를 물어본 뒤 자신의 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노인은 편안하게 해주고, 친구에게는 신의를 지키고, 젊은이를 따르게 하게 싶다.”(5편 25장) 배움이 스스로를 닦는 일이라면 이 세 가지는 배움의 실천이자 유학이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인 수기안백성(修己安百姓),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일이지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내면을 표출한다는 건 그만큼 안과 밖이 구별없이 꽉 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꺼풀 벗기면, ‘사서’(四書)인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탈탈 털어 마지막에 남는 핵심 ‘인’(仁) ‘의’(義) ‘경’(敬) ‘성’(誠)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공자시니까요.

하지만 공자도 사람입니다. 공자께서 인치(仁治)를 주장하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주유열국(周遊列國)은 뜻을 펼칠 기회의 갈구이자 실패의 흔적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지 않았을까요. 위나라 영공의 부인 남자(南子)와의 만남을 예로 들어보죠. 자로가 평판이 나쁜 사람을 왜 만났느냐고 성을 냅니다. 남자는 음행으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러나 자로에게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내게 그릇된 점이 있었다면, 하늘이 나를 버리실 것이다!”(6편 26장) 공자께서 비방을 감내하며 남자를 만난 건, 남자를 통해 영공을 설득하려는 의도, 즉 자신의 고고함보다 백성의 편안함을 위해 굴욕도 감내하려는 의지 아닐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긴 마찬가지인 세상, 올곧은 뜻과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공자의 노력이 읽힙니다.

   
자기 소개서만으론 공자의 품격을 온전하게 파악하기 어렵겠지요.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드러나죠. 공자를 모신 자로는 ‘온량공검양’, 100년 세월을 뛰어넘어 마음속으로 본받은 맹자는 ‘집대성’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불세출의 미국의 흑인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To Want You’(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qA4BXkF8Dfo)를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자공의 온량공검양

‘논어’ 1편(학이) 10장에서 자공은 “공자께서 온순하고 어질고 공손하고 검소하고 겸양하셨다”고 했습니다.

‘온량공검양’(溫良恭儉讓)을 주자는 화후(和厚·온화하고 후덕) 이직(易直·평탄하고 곧음) 장경(莊敬·장엄하고 공경) 절제(節制) 겸손(謙遜·겸양)이라고 풀며 이 다섯 가지는 공자의 훌륭한 덕이 빛나서 사람에게 접하는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공자께선 이 다섯 가지 덕을 세상에 널리 퍼지게 하여 바르고 살기 좋은 세상을 이루고자 하신 것이지요. 곧 덕을 바탕으로 정치에 접근하여 덕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려 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논어’ 김학주 역)

이와 함께 공자께선 억측과 집착과 고집과 자만 등 네 가지 마음이 아주 없으셨으며, 괴상하고 폭력적이며 질서를 파괴하고 잡스러운 귀신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는 네 가지 태도를 함께 새깁니다.

이 딱딱한 명사 속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길어 올리는 건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감동과 유머, 정직과 윤리, 고상함과 순수함, 당당하면서 지킬 것은 지키는 예의, 솔선수범과 여유, 배려와 양보, 한결같은 마음과 인간다움…. 인의 바탕이 참된 마음과 진실한 감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함께 고민해 봅시다.

■맹자의 집대성

맹자는 공자를 일러 ‘집대성(集大成)하였다’고 했습니다.(‘맹자’ 만장 하 1장) 여름철 소나기처럼 명쾌하다는 맹자가 공자를 존경하는 후학들의 마음을 정리한 완결편인 셈입니다.

맹자는 지조와 정절의 대명사인 백이와 중국사 최초의 명재상으로 꼽히는 이윤과 춘추시대 노나라의 현자인 유하혜를 먼저 들었습니다. 백이의 청렴, 천하 정치를 자임한 이윤, 유하혜의 온화함을 공자께서 아울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집대성이란 금성옥진(金聲玉振), 즉 음악을 연주할 때 쇠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퍼뜨리고 옥으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거두어들여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자의 품격을 음악에 빗댔으니 과연 맹자답습니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소리가 연주를 집대성하듯, 공자의 지혜와 덕행이 더할 나위 없이 온전하다는 의미겠지요.

   
맹자의 말에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으나, 요즘 사람이 볼 때는 과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경의의 표현이 오히려 간절한 공자의 가르침을 가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이랄까요. 그러므로 홀로 있을 때 삼가는 신독(愼獨)의 자세로 크게 호흡 한 번 하고 스스로를 돌아봅시다. 그리고 공자께서 내리는 죽비 소리에 귀 기울여 봅시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를 허물이라 한다.”(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논어’ 15편 29장)

공자의 시대는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난세였습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앙에 뿌리 깊은 불평등과 각자도생의 위기 속 우리는 무엇으로 스스로를,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인 한영애의 ‘바람’(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Gf9cm9HJHCs)과 함께 마치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9. 9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