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히든싱어’는 모창 능력자들 속에서 진짜 가수를 맞추는 음악쇼다. 7년 동안 시즌 6까지 방송될 정도로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인 판정단 100인과 10여 명 연예인 판정단의 투표로 이른바 원조 가수를 가려내는데 전국 팔도에서 모인 진짜 가수 뺨치는 모창 능력자들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 우승상금 2000만 원을 가져간 사례도 몇 번 있다.
‘히든싱어’의 재미는 6개 원형통에서 들리는 짧은 소절만 듣고 원조 가수를 맞춰야 하는 데도 있지만 모창 능력자들이 한 명씩 탈락할 때마다 드러나는 정체와 이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원조 가수들의 표정에 있다. 모창 능력자들은 보컬 강사, 아이돌 연습생, 뮤지컬 가수, 국악인부터 용접공, 횟집 딸, 클럽 매니저까지 다양하다. 20년 전쯤 가수 박상민이 자신의 행세를 하고 다닌 모창 가수를 고소한 일도 있었다. 원조 가수 입장에선 모창을 넘어 자신을 사칭하고 이익을 취한 건 충분히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문제였을 거다. 이러한 오리지널과 카피의 민감한 문제는 시대를 지나며 ‘소통과 공감’ 정서로 바뀌었다. 나를 따라 하는 가짜에 대해 ‘제어’ 대신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그들이 자신을 따라 해주는 것이 곧 인기와 직결된다는 상생 원칙을 획득했다.
팬은 좋아하는 가수를 닮는다. 가수 이적 편의 출연자에는 서울대 출신 후배도 있었고 휘성 편에는 서울대 연세대 재학생 팬도 있었다. 이들은 집단지성을 활용해 원조 가수의 노래를 오마주한 곡을 음원 발표했고, 공연 게스트로 무대에 섰다. 한 마디로 진짜, 가짜의 구분이 필요 없는 상생시대를 개척해 나간 것이다. ‘히든 싱어’의 미덕은 일반인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 것이다. ‘성공한 덕후’의 사례는 이미 리틀 남진 김수찬과 휘성 키즈 영탁 등이 있다. 이들은 ‘히든 싱어’에 나와 실력을 어필했고, 자신이 흉내 내던 가수들처럼 스타가 됐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도 모호해진 초연결 사회에서 어쩌면 가짜를 가려내는 건 의미 없는지 모른다. 질 들뢰즈가 말한 시뮬라크르 개념처럼 진짜를 뛰어넘는 특별함과 정체성이 있는 복제야말로 진짜보다 더 감동적인 진품이기 때문이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